"선도탈당? 민주주의자 태도 아냐"

사퇴 고심했던 김근태, '탈당파' 일격... "끝까지 분골쇄신" 다짐

등록 2007.01.21 20:09수정 2007.01.2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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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울 남부지법이 지난 19일 열린우리당 당헌개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자,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후 긴급의총을 비공개로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비대위회의를 마친뒤 긴급의총장에 들어가고 있다.

서울 남부지법이 지난 19일 열린우리당 당헌개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자,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후 긴급의총을 비공개로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비대위회의를 마친뒤 긴급의총장에 들어가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당헌 개정에 대한 법원의 효력정지 판결이 나오고 '사퇴'를 고심했던 김근태 의장이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은 다음 과제로 남겨두겠다"며 현 상황을 추스르고 정면 돌파하는 방향으로 거취를 정리했다.

김 의장은 지난 19일 법원의 판결이 나온 뒤 열린 긴급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의장이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사퇴 의사를 표명했지만 "사퇴는 책임이 아니라 도망치는 것"이라는 만류에 2·14 전당대회까지 의장직을 수행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

그런 뒤 21일 김 의장은 '현 상황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지금은 물러나는 것보다 상황을 돌파하고 극복하는 것이 진정으로 책임지는 지도부의 자세"라며 '분골쇄신'할 뜻을 밝혔다.

아울러 '탈당' 움직임에 대해서도 일격을 가했다. 김 의장은 "현 시점에서 탈당을 거론하거나 직무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것 역시 민주주의자가 취할 태도가 아니"라며 "당내 토론 과정을 무위로 돌리고, 토론 결과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한편 비대위는 지날 주말(20일) 4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전당대회는 예정대로 2월 14일에 치르되, 오는 29일 중앙위원회를 재소집해 기초당원제를 골자로 하는 당헌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결정했다.

현재 중앙위원 재적수는 약 68명. 이중 2/3에 해당하는 46명이 찬성해야 당헌 개정안은 통과된다. 탈당파는 이 같은 현실적 어려움을 들어 '전대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고, 사수파에선 만에 하나 기초당원제가 통과되면 '전대 보이콧'을 하겠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은 김근태 의장이 낸 입장문이다.


어려울수록 '큰길'을 가야 합니다.

먼저, 당내문제가 법원판결의 대상이 된 점을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정당의 기반이자 최후의 보루는 '신뢰'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당원들이 당내문제를 당내 절차가 아닌 법원의 판결에 의지하고, 법적 다툼의 문제로 끌고 간 것은 매우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당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점에 대해 큰 정치적 책임을 느낍니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다른 누구도 아닌 당의장이 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당의장직 사퇴'를 포함해 엄중하게 정치적 책임을 지는 방안을 검토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물러나는 것보다 상황을 돌파하고 극복하는 것이 진정으로 책임지는 지도부의 자세라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최선을 다해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분골쇄신하고,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은 다음 과제로 남겨두겠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법원의 판단은 존중하고 따를 것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당내 토론과 협의를 거쳐 이룩한 '정치적 합의'가 법원에 의해 번복되고 무효화되는 것을 지켜만 볼 수는 없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다시 중앙위원회를 소집해 그동안의 당내 토론결과에 대한 법적 완결성을 갖추기로 결정했습니다. 당내 일각의 무책임한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결연하게 그리고 정정당당하게 대처해 나갈 것입니다.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그것이 정당의 책임 있는 '정치행위'를 보호하고, 당내토론 결과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아울러 현 시점에서 탈당을 거론하거나 직무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것 역시 민주주의자가 취할 태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당내의 다양한 견해를 반영하기 위해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틀 안에서 치열한 토론을 거쳐 왔습니다. 지금은 이런 과정을 거쳐 일정한 합의를 도출하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당내토론 과정을 무위로 돌리고, 토론 결과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의사표현을 삼가야할 것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충분하고 합리적인 토론이 보장되었고, 그런 기반 위에서 '정치적 합의'를 이뤄가고 있습니다. '토론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정치'는 당장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코 우리가 다함께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기본을 지키고, 원칙에 충실해야 합니다. 상황이 곤궁할수록 정치적 유불리에 대한 계산은 잠시 접어두고 ‘큰길’을 찾는 것이 바른 정치의 첫걸음입니다. 지금은 ‘합의와 승복’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극단을 버려야 할 때입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목소리를 낮추고 원칙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2007년 1월 21일
김 근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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