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표지도서출판 정음
먼저 일찍 고인이 된 그의 아내 명복을 빈다.
저자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집을 소개 하고 있지만 나는 여태 이토록 애절한 아내에 대한 사랑 노래를 들은 적이 없다. 책의 끝에 저자가 쓴 글에도 잘 드러나 있다.
"내 영혼의 반쪽인 아내의 자리와 함께 내가 들어갈 자리 하나 마련 해 둔 것이다. 이 크리스털 비석은 기존 무겁고 탁한 재질의 석재를 피하고 반짝이며 투명한 크리스털로 아내의 맑은 정신을 표현했으며 아래로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 담긴 사진을 걸어 놓았다. 그 옆 빈 공간에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내 마지막 사진이 들어가면 우리 부부도 연리지처럼 하나가 되리라."
아내의 납골당 유골보관함은 저자의 마지막 작품이자 아내의 영혼이 쉬는 집이다. 저자는 아내를 위해 지었던 집 모양 그대로 유골보관함을 만들었다. 아내의 영혼이 저 세상에서도 익숙한 공간에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책을 보면 저자에게 집이란 것은 오직 아내가 편히 머무를 공간인 것으로 보인다. 위암으로 5년을 고생하다 먼저 세상을 뜬 아내의 흔적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이 책은 집에 대한 놀라운 발상과 솜씨를 만나게 해 준다.
책을 펼치면 먼저 왜건이 있는 창가로 안내된다.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과 푸른 들을 지나 다시 부엌으로 돌아온다. 홈바가 곁에 붙어 있고 식탁 테이블을 중심으로 동서양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골동품이 '시간의 벽'을 장식하고 있다. 식구들의 사진도 시간의 벽에 붙어있다.
집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해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