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한 꽃담을 마다하고 토담으로 쌓아 정겨워 보인다.김정봉
집 구조와 모양새는 다른 집들과 많이 다르다. 한 개의 용마루에 두 줄로 나란히 방을 만든 겹집구조로 되어 있다. 양통집이라고 하는데 상류주택에서는 보기 드문 구조이며 민가의 영향을 받아 지은 것이다.
꼭꼭 잠긴 문은 답답하게 느껴지고 마당에 깔린 자갈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집주인도 서울에 거주하면서 이따금 내려온다고 하니 사람냄새는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집을 감상하기 제일 좋은 곳은 뒷동산 소나무 밭이 아닌가 싶다. 부드럽게 감싸고 있는 토담과 기와지붕이 내려다보이고 산등성이를 타고 길게 뻗은 논과 밭, 한적한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송지호를 지나 왼쪽으로 난 산길을 따라가면 왕곡마을. 왕곡전통마을은 송지호 북쪽 나지막한 오음산밑, 마을을 관통하는 개천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오봉리 이름의 유래가 된 높고 낮은 5개의 산봉우리가 마을을 감싸고 있어 아늑하다. 왕곡마을은 이 중 오봉1리를 말한다.
오음산(五音山) 이름 또한 재미있다. 이 산밑에 선유담(仙遊潭)이 있어 신선이 여기서 오음육률(五音六律)을 즐겼다고 하여 이렇게 불렀다 하기도 하고, 이 산의 정상에 올라가면 장현리, 왕곡리, 적동리, 서성리, 탑동리에서 들려 오는 닭소리와 개 짖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전자는 이 마을의 품격을 높여 보려는 심정으로 붙인 이름 같아서 오히려 후자 쪽이 재미있고 정이 간다.
마을 이곳저곳이 한창 공사 중인데다 군데군데 비어 있는 집 때문에 어수선하지만 느림보 걸음으로 마을 구석구석 구경하다가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토담과 토담 너머 항아리를 이고 있는 굴뚝, 멀리 산봉우리를 그대로 빼다 닮은 초가지붕 등은 눈을 즐겁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