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갔다가 2분 늦어 뺨 세대, 학생이 샌드백?

고등학교 재학생이 본 학교생활규칙, 규제만 가득

등록 2007.01.26 09:23수정 2007.07.0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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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학교엔 학교생활규칙이란 게 있습니다. 이른바 '교칙'이라고 부르지요. 학생들이 보다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만든 지침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요. 저는 '교칙'이란 이름을 들을 때마다 과연 이게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학생들 머리를 획일적으로 규정한 것 뿐 아니라 외투 착용, Y셔츠 색깔, 실내화 착용 유무까지 지시합니다. 이성교제에 대해서도 규제를 하고 있구요. 학업에 전념하도록 하기 위해 머리를 깎아야 한다는 이유를 드는데, 실제 머리 길이와 성적이 관계있다는 연구자료가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학교생활규칙과 관련한 제 경험담을 털어놓고자 하니, 잘 보시고 판단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머리가 짧으면 공부가 잘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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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먼저 두발 복장 규제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두발규제는 인권 침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는 학업에 열중해야 하기 때문에 두발 규제를 한다고 합니다. 과연 머리가 짧아야 공부가 잘 되는 것일까요?

저는 고등학교 3년 내내 다른 친구들보다 일찍 일어나 등교하였습니다. '앞머리 3cm 옆 뒷머리 안 잡히도록'이라는 교칙을 무시한 채 머리를 기르고 있어, 아침 두발 단속을 피해야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의 그날이었습니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두발단속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학생부장 선생님은 저를 학생지도실에 데리고 갔습니다. '싹둑싹둑' 가위로 머리카락를 잘랐습니다. 마치 쥐가 파먹은 것처럼 말입니다. 할 수 없이 머리를 빡빡 밀수밖에 없었습니다. 머리가 짧아진 저를 보고 친구들은 "군대 가냐"며 놀리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학원과 독서실 갈 떄 여학생들이 수군대는 것이 제 머리보고 그러는 것 같아 스트레스도 많이 받게 되었습니다. 스트레스와 수치심 때문인지 제 성적은 폭락했습니다. 반 등수만 7등이나 떨어졌죠.

저는 아직도 제 머리를 자른 학생부장 선생님을 이해 못하겠습니다. 분명 선생님은 "학생이 학생답게 짧게 깎아야 공부에 열중하지!"라고 하셨는데 오히려 더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고등학교 입학 후의 복장규제는 더욱 황당한 일이었습니다. 전교생이 모두 같은 실내화를 신어야 하고 Y셔츠는 소라색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교실 안에서는 무조건 외투를 입으면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난로도 제대로 켜지 않는 추운 교실에서 외투까지 벗고 나니 친구들은 하나 둘 감기에 걸렸습니다. 몇몇 친구들은 항상 따뜻한 물을 옆에 끼고 있어야 했고 손 난로 또한 여러 개 사서 주머니에 넣어야 했습니다.

선생님들께 이유를 물었습니다. 외투를 입으면 교복을 입었는지 알 수 없고 명찰이 안 보인다는 이유였습니다. 다른 학교엔 더 심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신발 종류와 색, 양말 및 스타킹 색, 외투 색, 머리핀과 머리띠 색 등까지 지시하는 황당한 규제로 저희들을 획일화시키고 있었습니다.

어리다는 이유로 사랑도 안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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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사춘기 시절이 이성에 눈을 뜨는 시기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아실 겁니다. 하지만 학교는 이성교제를 막고 있습니다. 제 친구 중 한 명이 1학년 여자 후배와 사귑니다. 그 커플이 어느 날 쉬는 시간 매점에서 끌어안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학생부장 선생님이 보게 됐습니다. 두 학생은 학생지도실에 불려가 혼이 났습니다.

친구가 따졌습니다. 왜 혼나야 하나구요. 선생님은 몽둥이로 때리시며 단지 "교칙이 그렇다"고 답하셨습니다. 다른 학교에선 교내 이성교제 때문에 봉사활동 2주의 징계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아직 어리다는 이유 때문에, 학생은 공부만 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사랑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인가요?

학생자치활동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군요. 사실 저희 지역 대부분 학교에선 학생자치활동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그 시간에 공부나 하라고 학교가 자습을 시키기 때문입니다. 간혹 학생자치활동을 하는 곳이 있지만, 학교가 지원을 하지 않아 수입이 없는 학생들은 부모님들께 손을 벌리기 일쑤입니다.

대학교 자치활동이 활발한 것이 고등학교 때 제대로 못 해봤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문득 생각해봅니다.

총학생회 구성도 문제입니다. 입후보 할 경우 성적 제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총학생회장과 부회장에 입후보하려면 내신 30% 안에 들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제 친구는 출마도 못했습니다. 저희 학교 같은 경우 후보들 공약까지 학생부장 선생님이 검열합니다. 만약 학교 측이 싫어하는 두발자유 등과 같은 공약이 있다면 후보가 될 수 없게 한다는 것입니다.

투표권도 문제가 있습니다. 총학생회장을 뽑는다면 전교생이 투표를 하는 게 당연한데, 우리학교는 각 반 실장이 총학생회장을 뽑습니다. 이건 총학생회장이 아니라 학생회의 대표를 뽑는 것이라고밖에 해석이 안 됩니다. 이것에 불만을 가지고 학교에 항의했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고만 했습니다.

2분 늦어 뺨 세 대...학생들이 샌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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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분수대광장에서 학교폭력이 근절되기를 바라며 구타 사례를 재연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빼놓을 수 없는 문제가 지난해 떠들썩했던 체벌 문제입니다. 학생들은 어느 정도의 체벌은 필요하다고 대부분 생각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그 정도죠. 너무 심할 경우엔 학생들이 선생님들에게 반감을 갖게 됩니다.

저도 체벌에 관해선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언젠가 체육시간 전 교실에서 체육복을 갈아입고 화장실에 갔습니다. 그리고 운동장에 나가니 이미 수업종이 쳤고, 체육 선생님이 운동장에 나와 계신 상황이었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온 탓에 2분 정도 늦었던 저는 그 이유로 뺨을 세 대나 맞았습니다.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운동장에 있는 친구들과 후배들이 보는 앞에서 맞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일부 선생님들은 체벌하는 이유를 말하지도 않고 하키채, 당구채, 야구 방망이, 맨 주먹으로 체벌합니다. 이런 선생님들은 마치 학생들을 샌드백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요.

학교생활규칙엔 제가 언급한 위 내용들이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이런 학교생활규칙 과연 학생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덧붙이는 글 | 김무곤 기자는 현재 대한민국청소년의회 대변인이며 대구지역의 한 고등학교 졸업반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무곤 기자는 현재 대한민국청소년의회 대변인이며 대구지역의 한 고등학교 졸업반입니다.
#학교생활규칙 #교칙 #두발규제 #인권 #청소년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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