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령산 편백나무 숲길을 걸어보세요~

등록 2007.01.26 11:00수정 2007.01.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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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20일) 우리 가족과 형님 가족은 장성으로 향했다.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 숲길을 걸어보고 싶어서였다. 장성은 백양사 쪽으로만 갔었지, 축령산은 조금 생소한 산이었다. 작년 가을에 축령산 조림에 혼신을 다 했던 故 임종국 선생의 수목장이 이루어 졌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최근 언론에 그와 축령산 숲길이 소개되어 더욱 찾아가고픈 생각을 갖게 했다.

출발 전에 검색을 해서 메모를 해가지고 갔다. 축령산에 가는 길에 둘러볼 것도 알아보고 말이다. 광주에서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출발했다. 고속도로를 타고 장성으로 갔고, 장성IC에서 장성 관광안내도를 한 장 구해서 살펴보면서 갔다. 축령산으로 가는 길에 보니 하서 김운후 선생의 필암서원과 홍길동 생가가 있었다. 그곳은 다음에 들리기로 하고 계속해서 축령산으로 갔다. 장성군 북일면 방향으로 가서 시골마을에 동네분들이 계셔서 물으니 계속 산으로 오르면 된다고 하셔서 산길을 차를 타고 올랐다.


a 춘원 임종국 조림 공적비

춘원 임종국 조림 공적비 ⓒ 고병하

축령산(621.6m)은 경사가 있긴 했지만, 차가 다닐 수 있게 길이 잘 닦여 있었다. 한참을 오르니 정상인 듯한 곳에 '춘원 임종국 선생 조림 공적비'가 세워져 있었다. 근처에 차를 세우고 공적비를 살펴보고 그 분에 대해 아는 대로 서로 이야기를 했다.

춘원 임종국(1915~1987)선생은 일제 강점기 때 남벌로 인해 피폐해진 축령산에 1956년부터 편백나무와 삼나무를 심었고 돌아가신 1987년까지 나무만을 돌보다 돌아가신 분이시다. 가진 것을 모두 팔아 나무 심는데 쏟아 넣었으며, 말년에는 거주할 집마저 없어 산에서 움막을 짓고 살았다고 한다. 1987년 쓸쓸하게 돌아가셨고, 고향인 전북 순창 선영에 묻혔다. 그런데 지난해에 수목장 형태로 다시 축령산으로 돌아온 것이다. 13년생 느티나무가 추모목이 되었고, 그 나무 이름은 '임종국 느티나무'다.

a 편백나무 삼나무 숲길

편백나무 삼나무 숲길 ⓒ 고병하

주변을 둘러보니 쭉쭉 뻗은 삼나무 편백나무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같이 걸으며 숲 속에서 심호흡을 하며 즐거워했다. 도시에서 매일 시간에 쫓기며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고 사는 나에게 몇 십 년을 내다보며 나무를 심었던 그 분이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았다. '아들딸을 이 나무들처럼 멀리 내다보고 키워라' 하시는 것만 같았다. 겨울이긴 하지만 기온이 따스한 편이어서 숲길을 걷는 데는 그만이었다. 숲 속 곳곳에 잡목들을 다 베어내고 간벌을 한 흔적들이 많았다.

a 가족과 함께 걷는 숲길

가족과 함께 걷는 숲길 ⓒ 고병하

1년 앞도, 아니 하루 앞도 예상을 못하고 사는 일상이 되어 버린 도시민들에게 이 숲길을 걸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멀리 내다보고 조림을 하신 선각자의 체취를 느끼면서, 머리를 맑게 해주는 웰빙 숲길을 걸으며 자녀와 대화를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a 키자랑하고 있는 편백나무 삼나무

키자랑하고 있는 편백나무 삼나무 ⓒ 고병하

축령산은 산 전체에 임도(林道)가 놓여 있다. 우리는 초행길이라 차를 타고 돌았지만, 걸었으면 더 좋았을 길이다. 80여만평 규모의 전국 최대 인공조림지로 3~4시간 걸으며 삼림욕을 하기에 적격이다. 이 숲길을 걸으며 무거웠던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고, 몸도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a 임도(林道)를 따라 내려오며

임도(林道)를 따라 내려오며 ⓒ 고병하

a 걷고 싶은 숲길

걷고 싶은 숲길 ⓒ 고병하

다시 차를 타고 금곡 영화마을로 이어지는 길로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보니 가히 숲길이 장관이었다. 다시 내려서 걷고 싶은 길이었다. 곳곳에 조림과 숲을 보호하는 일의 중요성을 알리는 안내문들이 보였고, 등산객들의 쉼터도 보였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영화마을을 둘러보러 갔다.

a 금곡 영화 마을

금곡 영화 마을 ⓒ 고병하

금곡영화마을은 어릴 적 시골 초가 마을 모습이다. 산골마을이라 개발이 안돼 영화를 찍기에 적합했던 것 같다. 영화 <태백산맥>과 <내 마음의 풍금> 그리고 <왕초>라는 드라마를 찍은 곳이라 한다. 마을을 둘러보니 <내 마음의 풍금>에 나왔던 전도연이 불쑥 튀어나올 것 같았다. 마을에는 민박을 위한 초가집이 있었고, 금곡 숲 속 미술관이 있었다. 문이 잠겨 있어서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a 금곡 숲속 미술관

금곡 숲속 미술관 ⓒ 고병하

동네분들에게 세심원이라는 곳의 위치를 물어서 한참을 걸어서 올라갔다. 여러 곳에 소개가 되어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금곡마을에서 걸어서 15분정도 걸렸다. 양지 바른 곳에 자리 잡은 세심원은 변동해씨가 지은 황토집인데, 누구나 하룻밤 묵어갈 수 있는 곳이라 들었다.

세심원에 도착하니 세심원 (洗心院)이라는 문패와 '아니온듯 다녀가소서'라는 문구, 그리고 '열쇠는 금곡마을 최판수씨집에 있습니다'라는 코팅지가 보였다. 주인은 잠시 손님이 오셔서 숲 안내를 나가셨고 다른 손님이 방으로 안내하여 들어가서 같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방에 난 창을 통해 밖을 보며 앉아 있으려니 장작불을 땐 방이 어찌나 뜨겁던지 몸을 비틀며 앉아 있었다.

a 세심원

세심원 ⓒ 고병하

a 세심원 주인장 변동해씨

세심원 주인장 변동해씨 ⓒ 고병하

얼마 뒤 주인 변동해씨가 들어오셨고, 그 분과 담소를 나눴다. 그분은 故 춘원 임종국 선생 국가 유공자 지정 서명서를 주시며 서명을 부탁하셨고, 그런 분이 유공자가 되어야 한다며 열변을 하셨다. 그리고 세심원은 조용히 쉬었다 갈 사람을 원한다고 했다. 많이 몰려와서 놀다가는 곳이 아닌 심신을 달래고 숲길을 산책하고 명상을 하며 휴식을 취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찾아가 하룻밤 쉴 수 있는 그런 곳이다. 하룻밤 숙식이 무료라고 하는데, 차라리 돈을 조금이라도 받으면 더 편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내려왔다.

광주로 돌아오는 길에 시숙님이 "그 양반 하는 일 중에 임종국 선생을 유공자로 지정하자고 서명운동하는 일은 잘하는 일이네요"라고 하신다. 누군가는 나서야 될 일이기에 하시는 말씀이시다.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삼림욕을 하고, 초가 마을 고샅길도 걸어보고, 시골 사랑방 같은 뜨끈뜨끈한 황토방에 앉아서 서로 이야기도 해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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