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멈칫 대는 여당 신당파
대체 어떤 '중도통합' 원하길래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지역신당으로 갈까 색깔신당으로 갈까

등록 2007.01.26 11:21수정 2007.01.2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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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가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가졌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언론의 분석이 일치한다. 김빼기, 달래기, 발목잡기라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 검토' 발언, 그리고 참여정치실천연대의 기초당원제 수용 입장이 신당파의 탈당 움직임을 막기 위해 나왔다는 분석이다.

전망도 내놓는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탈당 움직임을 순간적으로 진정시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대세를 되돌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한다.

왜일까? 분란 당사자가 분란 소지를 스스로 거두고 있는데도 분열은 필연이라고 전망하는 이유가 뭘까?

간단하다. 살기 위해서다. 천정배 의원은 열린우리당을 일컬어 "침몰하는 타이타닉 호"라고 했다. 수장될 위기에 처했다면 물불 안 가리고 일단 배에서 뛰어내리는 게 상례다.

그래서 몇 명은 이미 뛰어내렸다. 임종인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개혁을 배신했다는 이유로, 이계안 의원은 열린우리당 브랜드가 시장에서 먹혀들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최재천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무능 무책임 무생산의 질곡에 빠져있다는 까닭으로 당을 떠났다.

탈당을 예고하는 의원들도 여럿 있다. 천정배 의원은 전당대회가 미봉에 그친다면 탈당할 것이라고 했고, 염동연 의원은 "나는 이미 당을 떠난 사람"이라고 했다.

열린우리당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면 대통령의 탈당 검토 발언이 탈당 도미노를 제어하지는 못한다. 당이 이미 사망 선고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대통령 탈당은 국소 처방으로 비칠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탈당이 죽기살기 차원으로 모색되고 있다면 앞뒤 안 재고 그냥 나가면 될 텐데 멈칫 댄다. 왜일까?

'탈당' 멈칫 대는 열린우리당... 까닭은


똑같은 이유 때문이다. 살기 위해서다. 고립되면 고사한다.

명분에서 고립되지 않으려면 전당대회를 거쳐야 한다. 당헌 개정을 시도할 중앙위원회가 파장으로 끝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전당대회도 무난히 열릴 것이다. 당내 민주주의 요건이 갖춰지는 마당에 이를 정면에서 무시할 수 없다. 일단 절차를 지키면서 틈을 찾아야 한다.

미봉 가능성을 경고하는 천정배 의원은 약간 다를 수 있다. 그로선 전당대회 준비위가 최종적으로 내놓을 전당대회 의결 안건을 보고 "안 봐도 비디오"라고 선언할 수 있다. 독단에 빠져있다는 비판은 감수하면 된다.

발 딛고 선 지점이 고립되지 않으려면 묻어가야 한다. 여럿이 함께 어깨동무해서 최소한 원내교섭단체라도 구성해야 한다.

다수 의원을 규합하려면 중간지대에 있는 의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이들에게 확신을 심어줘야 하고 명분을 줘야 한다. 그러려면 대통령 탈당 검토 발언으로 조성된 걸림돌을 거둬내야 한다.

이래저래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그냥 흘려보낼 시간이 아니다. 쌓아야 한다. 또 다른 명분을 쌓아야 한다. 전당대회가 열렸는데도, 거기서 대통합을 결의했는데도 굳이 당을 뛰쳐나가야 하는 명분을 마련해야 한다.

이게 문제다. 다른 건 당 내부 문제이지만 이건 대국민 문제다. 국민을 향해 제시하고 설득해야 하는 사항이다. 당 최고의결기관의 결의를 내동댕이 칠 명분이다. 내용을 채워야 하고 포장이 그럴 듯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미 그물을 쳐놨다. 지역당은 안 된다고 했다. 공감하는 국민도 적잖다. 이 장애물을 돌파해야 한다.

a 열린우리당 의정연구센터 소속 이화영, 서갑원, 김종률 의원(왼쪽부터)은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4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노력을 다해 대통합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의정연구센터 소속 이화영, 서갑원, 김종률 의원(왼쪽부터)은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4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노력을 다해 대통합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신당, 왜 호남 의원들이 적극적일까

하지만 흐름은 정반대로 잡힌다. 염동연 의원에 이어 당내 재선그룹이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을 아우르는 협의체를 구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탈당 그룹의 선두에 선 천정배 의원, 그리고 요즘 들어 부쩍 노무현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정동영 전 의장 모두 호남 출신이다.

그렇다고 예단할 수는 없다. 자칫 호남 배제론으로 흐를 수도 있는 논의는 피하는 게 옳다. 일단은 지켜보는 게 맞다.

제기된 다른 문제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중도 통합을 주장한다. 탈당 그룹의 다수도 중도 통합을 운위한다. 똑같이 중도 통합을 운위하는데 왜 갈라서느냐고 묻고 싶지는 않다. 중도통합신당이라는 열린우리당이 그간 보여준 정책노선이 어땠는지를 기억하는 국민이 많다.

이렇게 말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중도와 다른 중도는 어떤 길인가?

하나 덧붙이자. 임종인 의원이 제기한 개혁 통합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한국 정치지형에서는 맞지 않는 노선인가?

어쨌든 탈당 그룹의 발밑을 비출 손전등은 켜졌다. 지역신당으로 가는지, 색깔신당으로 가는지를 살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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