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빼곤 '실망', '허전', '무덤덤'..."희망 메시지 부족"

[지역언론 별곡‑171] 대통령 신년연설, 회견보도 온도차 미묘

등록 2007.01.26 14:59수정 2007.01.2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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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벽두 릴레이 생중계를 4회나 치렀다. 그런 대통령이 국민에게 얻어낸 성적은 몇 점이나 될까. 개헌제안과 언론간담회, 신년연설, 신년기자회견에서 많은 과제와 제안들을 쏟아 냈지만 언론에 투영된 온도는 차갑기만 하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전혀 기대를 하지 않은 것일까. 언론은 희망의 메시지가 없다며 혹평을 가한다. 종소리를 울리자마자 침을 흘리기 시작하는 파블로프의 '실험용 개'를 연상케 한다.

종소리만으로 침을 흘리는 무조건반응을 나타내는 듯한 보도태도는 '딱 걸렸어'하며 꼬투리 잡아 반복적으로 보도하는 '가차저널리즘(Gotca Journalism)'의 연구대상이 될 만하다. <조선> <중앙> <동아>의 보도태도에서 특히 잘 드러난다.

조중동, "대통령, 이야기 그만할 때"

a '대통령, 이야기 그만할 때'란 조선일보 사설

'대통령, 이야기 그만할 때'란 조선일보 사설 ⓒ 조선닷컴

<조선>은 신년기자회견을 마친 대통령에게 "이제 이야기는 그만할 때"라고 못 박았다. 26일 사설 '대통령, 이야기 그만 할 때 됐다'에서다. 대통령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국민은 없다고 한다.

"오히려 대통령의 이런 언동 덕택에 대통령이 깎아내린 그들은 좀 더 국민의 관심을 끌게 됐다"고 한 이 사설은 말미에선 "이제는 대통령이 도우려 하면 해치게 되고, 깎아내리려 하면 솟아오르게 돼버린 마당에 입을 다무는 게 좋다"고 나무랐다. "그게 또 국가와 국민을 돕는 길이기도 하다"고 한 이 사설은 이틀 전 '대통령에게 야당과 언론이 없었더라면'의 사설과도 맥을 같이 한다.

<조선>은 이 사설에서도 "노 대통령이 지난 4년간 해온 일이 국민을 편 갈라 불신과 적대감을 모아온 것"이라며 "대통령 말대로 지금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있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1년간 또 얼마나 시달려야 할지 암담하다"고 비난했다.


<중앙>은 '한 달에 4번 생중계한 대통령의 말'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우선 대통령은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전제했다. 수만 단어가 나왔지만 희망의 메시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중앙>은 사설에서 "대통령은 이제 말은 그만하고 침묵과 성찰과 실천의 세계로 들어가라"고 주문했다.

<동아>의 우회적 비판은 계속 이어졌다. '허공에 뜬 경제 강의'란 사설에서 "정부가 속도를 내서 최우선으로 실천해야 할 일은 경제 활성화와 민생 개선을 가로막고 있는 제도와 정책을 확 걷어내는 일이라고 절대다수 국민은 외치고 있다"고 전하며 "국민은 허공에 뜬 경제 강의보다 실속 있는 경제성적표를 보고 싶다"고 했다.


<한국> <한겨레>, "희망 메시지가 없다"

<한국일보>도 "대통령의 연설과 회견에 희망이 담겨 있지 않았다"고 사설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26일 사설 '희망 메시지가 없는 대통령 연설·회견'에서 <한국>은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 연설과 기자회견은 보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고 했다.

"그 동안의 업적과 새해 국정구상을 밝히는 자리에 희망과 낙관, 따뜻한 메시지는 전혀 없었다"는 이 사설은 "연설과 회견을 통해 대통령은 "나는 억울하다"고 주장하면서 야당과 언론등 '적대세력'을 계속 비난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여권, 겸허한 자세로 국정책임 다해야'란 사설에서 통합의 리더십을 주문했다. 이 사설은 "열린우리당이 난파 지경에 이른 것은 수석 당원인 노 대통령이 지난 4년 동안 정치에 실패한 탓이 크지만, 당 구성원들 특히 의원들의 책임 역시 적지 않다"고 했다.

사설 말미에선 충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대통령에 대한 노 대통령도 남은 국정 과제의 원활한 마무리를 위해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등 좀 더 겸허해야 한다"며 "대선 관리 외에 결과에 영향을 끼치려 해서는 안 되며, 오해를 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역적 관점에서 바라본 지역신문들의 보도는 뚜렷하게 온도차이가 난다. 긍정과 부정 외에 대통령의 연설과 회견에 더 이상 관심이 없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하필 이날 발표된 산업연구원의 전국 각 지역 경제지표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호남방문이 매개변수로 작용했다.

강원지역, "평창 동계올림 청신호"

a 강원일보는 동계올림픽 유치와 관련한 대통령 발언을 무게 있게 다뤘다.

강원일보는 동계올림픽 유치와 관련한 대통령 발언을 무게 있게 다뤘다. ⓒ 강원일보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 이후 강원지역은 매우 고무적이다.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와 관련 "정부로서는 정치적 결단을 갖고 특단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 대통령 발언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통해 답변을 유도해 낸 <강원일보>는 1면과 사설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강원>은 "평창 동계올림픽은 정부가 직접 외교적 채널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정부로선 힘을 최대한 실어서,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는 발언을 '강한 유치의지의 표현'이라며 크게 부각시켰다.

'동계올림픽에 대한 대통령 인식'이란 제목의 이날 사설에서도 "임기 1년을 남긴 노 대통령이 사실상 마지막으로 국정현안에 전념할 수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이날 밝힌 국정 과제들에 대한 알찬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원도민일보>도 '대통령 회견에 대한 강원도적 관점'이란 사설에서 "강원도의 현안이자 국가적 과제인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 노 대통령은 정치적 결단을 갖고 특단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짧고 강한 톤으로 말했다"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이 언급만으로는 그 정부의 의지에 대한 폭과 넓이가 쉽게 가늠되지 않는다"고 평했다.

노 대통령의 회견이 민감한 현실정치상황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지나치게 굴절되는 경향에 대한 걱정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충청과 호남지역 언론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 이후 서운하다는 표현이 지배적이다. <대전일보>는 '하루걸러 되로 주고 말로 받는 노대통령'이란 제목 사설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충청, 전북 "대통령 발언 '서운', '짜증'"

"아무리 방향이 옳다 해도 대선정국과 맞물려 불필요하게 국론분열을 촉발시킬 소지가 있다면 당위성 또한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는 이 사설은 "다른 건 몰라도 민생만이라도 주름살을 펴준다면 그게 차기정부를 도와주는 길"이라고 했다.

그런 뒤 "되로 주고 말로 받지 않으려면 국민을 설득시키기보다 국민생각을 좇는 게 지름길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하루걸러 이어진 연설과 회견에 짜증이 난다는 투다.

이날 호남지역은 고건 전 총리의 낙마로 실망이 큰 전북지역을 방문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언행에 초점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새만금 관련 발언에 대한 노 대통령의 발언이 서운했음을 대대적으로 전했다.

전북지역 일간지들은 노 대통령이 새만금 사업과 관련 "집단적으로 해서 계속 정치적으로 사업 내용이 떼밀려 다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내용을 비중 있게 다뤘다.

<전북일보>는 "노 대통령의 이날 입장은 지난 2004년 7월 9일 군산의 '전북지역 혁신발전 5개년계획 토론회'에서 '새만금은 전북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고 1면에 실었다.

그런가 하면 이날 전북을 방문한 정동영 전 의장의 발언 중 "당내 일부 소수고립주의자와 기득권주의자들로 인해 당이 망가졌다"면서 "당 분열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사수파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는 보도가 눈길을 끈다.

광주전남, 부산, 대구 "우리가 꼴찌"?

a <영남일보>는 사설 ‘곤두박질치는 대구 삶의 질’에서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분개했다.

<영남일보>는 사설 ‘곤두박질치는 대구 삶의 질’에서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분개했다. ⓒ 영남일보

<광주일보>는 '"민생문제 만든 책임 없다"는 노 대통령'이란 25일자 사설서 "노 대통령은 남은 1년동안 '남의 탓' 대신 국정을 책임지고 이끌어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고 주문한 데 이어 이날은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1면과 사설서 크게 부각시켰다.

"지난 3년 동안 산업개발, 주거생활, 근로여건, 교육환경 등 10개 분야, 29개 지표를 종합해 지역의 발전 정도를 조사한 결과, 발전도가 낮을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광양제철과 여수산단 등이 있는 전남이 전국 꼴찌라니 충격적"이라고 사설에서 전했다.

<무등일보>와 <전남일보> 등 다른 지역일간지들도 이날 대통령 신년기자회견보다 산업연구원 발표 자료에 더 비중을 두었다. 이 같은 현상은 부산과 대구지역에서도 나타났다. 지역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낙후, 꼴찌가 서로 달랐다. <부산일보>는 이날 사설 '지역발전 지수 하위권에서 못 벗어난 부산'에서 21세기 동북아 해양수도를 의심했다.

<부산>은 24일 사설 '국민에게 희망 안겨주지 못한 대통령 연설'에서 언급한대로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연설이나 회견에 관심이 없다는 듯 지역경제에 더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부산의 '지역발전지수'는 국내 광역시 중 꼴찌로 나타나 16개 시·도별로도 11위에 그치고 있다"며 "동북아의 중심도시는커녕 국내 도시 간의 경쟁에서도 밀려 제2도시의 위상마저 잃게 될지도 모를 일"이라고 25일 사설에서 우려했다.

대구지역도 마찬가지다. <영남일보>는 26일 사설 '곤두박질치는 대구 삶의 질'에서 역시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분개했다. "비록 산업발전과 경제적 측면의 낙후가 크지만, '기품 있는 도시에 살고 있다'는 자긍심을 지녀왔다"는 이 사설은 "그러나 최근 산업연구원이 밝힌 지역발전지수, 특히 주민활력지수는 이런 대구시민들의 기대를 한꺼번에 무너뜨린다"고 했다.

주민활력지수와 경제력지수가 동시에 발표돼 각 지역마다 불리한 지수에 초점을 맞추며 '우리가 최하위', '우리가 가장 낙후지역'이라는 이날 지역언론 보도는 '한 지붕 세 가족'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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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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