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불황...뭉쳐서 넘는다

10개 극단 모여 독회 페스티발 개최

등록 2007.01.26 15:26수정 2007.01.2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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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연극인네트워크가 2월 20일부터 3월 5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무대 소극장에서 '21세기 변주곡-드라마 리딩 페스티발'을 개최한다.
21세기연극인네트워크가 2월 20일부터 3월 5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무대 소극장에서 '21세기 변주곡-드라마 리딩 페스티발'을 개최한다.21세기연극인네트워크
"문화관광부가 6일 발표한 2006년 문화향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2005.6.1~2006.5.31) 1회 이상 예술행사를 즐긴 국민은 전체의 65.8%로 2003년(62.4%)보다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영화관람률이 2003년 53.3%에서 2006년 58.9%로 증가한 데 힘입은 것으로, 미술 전시회, 클래식 음악회, 전통예술공연, 연극, 무용 등 기초예술 분야의 관람률은 오히려 감소했다. 미술전시회는 2003년 10.4%에서 2006년 6.8%, 클래식음악회ㆍ오페라는 6.3%에서 3.6%, 전통예술 5.2%에서 4.4%, 연극·뮤지컬 11.1%에서 8.1%, 무용 1.1%에서 0.7%, 대중가요ㆍ연예 10.3%에서 10.0%로 각각 감소했다."-한국일보(2006.11.06)

경제만 양극화가 있는 게 아니다. 문화도 양극화다. 영화 뮤지컬은 뜨는 데 반해 연극쪽 관람객은 갈수록 줄고 있다. 연극계 메카인 대학로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대학로의 초라한 소극장 하루 대관료만 약 30만원. 10일 공연을 진행하려면 대관료만 300만원에 이른다. 수익은커녕 연극 한 편 무대에 올리는 것만 해도 버겁다. 이를 위해 힘을 힘을 뭉쳐 위기를 돌파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5개 극단이 모여 만든 '2인극 페스티벌'을 비롯, 저예산 연극운동을 표방한 '100만원 연극공동체 페스티벌, 실험연극을 추구하는 젊은 연출가 집단이 만드는 '혜화동1번지 4기 동인 페스티벌', 코미디 장르를 무대에 올리는 '명작 코미디 페스티벌' 등이 대표적이다.

@BRI@이와 함께 최근 또 하나의 연극인 연합이 만들어졌다. 지난해 말 10개 극단의 젊은 연출가들이 힘을 합쳐 만든 21세기연극인네트워크가 바로 그것. 김탄일 씨와 김영복 씨가 발의한 이 모임엔 극단 동숭무대를 비롯 극단 작은신화, 극단 원형무대, 연극집단 반, 스튜디오 극무 등이 참가했다.

'21세기 말의 연극의 참 정체성 찾기'를 결성 이유로 내걸었지만 결성 배경엔 제작비 마련조차도 힘든 대학로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여러 개 극단이 함께 모여 페스티벌 형태의 공연을 만들면 여러 면에서 이점이 많다. 대관료를 줄일 수 있으며, 홍보비용도 대폭 줄어든다. 한 장의 팸플릿과 전단지 만으로 여러 개 극단의 공연 홍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줄어든 제작비 부담을 극 창작에 쏟을 수 있다.


21세기연극인네트워크 김영복 사무국장은 "한 팀당 평균 제작비가 1-2천만원 정도에 이른다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오는 2월 20일부터 3월 5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무대 소극장에서 '21세기 변주곡-제1회 드라마 리딩페스티발'을 개최한다. '드라마 리딩'(stage reading, 동작 없이 감정을 넣어 희곡을 읽는 방식)를 페스티벌 장르로 선택한 대목이 이채롭다. 움직임과 화려함이 점점 강렬해지는 요즘 추세에 비춰볼 때 오히려 정반대 선택을 한 것.


네트워크 측은 "단조로울 수 있지만 오히려 희곡 자체가 가진 매력과 힘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작품 <조르바>를 비롯, 다큐멘터리 연극인 <포토그래프>, 미국내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고 있는 극작가 중 한 명인 샘 쉐퍼드의 <굶주린 자들의 저주> 등, 테네시 윌리암스의 <유리동물원> 등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이 중 <포노그래프>는 나치와 동독이라는 억압된 사회에서 한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박물관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로 배우의 다중역할 변신이라는 연극적인 장치가 독특하다. <굶주린 자들의 저주>는 <굶주리는 층의 저주> <매장된 아이> <진짜 서부극> 등 '가정 3부작' 중 하나로 1976년 작이다.

다음은 21세기연극인네트워크 김영복 사무국장과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왜 이런 모임을 만든 것인가.
"연극이 뮤지컬에 밀리고, 이제 개그콘서트에도 밀린다. 젊은 연극인들이 무척 힘들어한다. 연극 한 편을 만들고자 해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 힘들어하지만 말고 힘을 합치자는 생각이 들었다. 적은 자본으로 연극 한 번 해보자 그래서 지난해 말 10개 팀이 모였다."

-참가한 극단들은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는가.
"젊은 연극인들 위주다.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 연출가들 위주다. 팀들은 유동적이며 그 때 그 때 들고나는 팀들이 있을 것이다. 열린 구조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제작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렇다. 소규모 자본으로 해보자는 것이다. 새로운 연극 제작 풍토를 만들 수 있다. 한 팀당 1-2천만원의 제작비가 드는데 이것을 감당하기 힘들다. 하지만 뭉치면 다르다. 대관료 홍보비 등을 줄일 수 있다."

-첫 번째 페스티벌 컨셉으로 독회 연극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독회 연극이 특별한 매력이 있다. 연극을 하기 위해선 완벽한 세트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완벽한 세트를 만들긴 힘들다. 어설프게 세트를 만들기보다 희곡 자체가 가진 힘을 극대화해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조명도 화려하고 무대가 약해 단조로울 수 있지만,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회 연극이라면 세트나 조명의 도움이 적기 때문에 배우가 오히려 더 연극을 잘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다. 배우의 힘만으로 충분히 감동을 줄 수 있다. 배우들 실력이나 연출에 관해서는 나름대로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선 독회 연극이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들었다."

-초라한 느낌이 들 것 같은데.
"세트가 다 갖춰졌다고 좋은 작품 나오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여러 재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획은.
"계속 독회 페스티발만 하진 않을 것이다. 춤과 연극의 결합, 영상과 연극의 결합 등 다양한 실험을 해볼 생각이다. 관심있게 지켜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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