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이종호·남소연
천정배. 200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현역 의원 가운데 가장 먼저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던 그가,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역시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의 공신이었던 염동연 의원도 내일(30일) 탈당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 대통령의 탈당 자제 만류를 뿌리치고 이들은 탈당과 신당창당의 소신을 밀고 나가는 모습이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든, 아니면 당에 남아 지키는 길을 택하든, 그것은 각자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정할 일이다. 그런데 한가지 의아한 점이 있다. 한결같이 대통합신당을 외치면서도 제 각기 행동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모습이 그것이다.
김근태·정동영·천정배, 이해안되는 3인 3색
당 사수파와 통합신당파가 같은 행보를 하기 어려운 것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보인다. 당 사수파측에서도 대통합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역시 노 대통령과의 관계, 열린우리당에 대한 인식, 정치구도에 대한 인식 등에 있어서 양측은 상당한 입장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 사이의 결별은 일단 어쩔 도리없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같은 통합신당파 내부에서 지금같이 따로 따로식의 선택과 행동이 계속되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정동영 전 의장은 천 의원의 탈당에 대해, "창당 동지로서 안타깝고 책임을 느낀다. 결국 대통합의 길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의장은 이미 조건부 탈당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중앙위원회의 결과 등을 보고 탈당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탈당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되, 당내 상황을 보아가며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김근태 의장은 또 입장이 다르다. 김 의장은 시종일관 '질서있는 통합추진'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당 사수파는 물론이고 선도탈당론자들을 비판하며 지금은 탈당을 말할 때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당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입장에서 마지막까지 질서있는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작용하고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현재로서는 탈당반대론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천정배·정동영·김근태 하면 그동안 여권을 이끌었던 3인이다. 여권의 어제와 오늘에 대해 상당한 책임을 갖고 있는 이들 3인이, 지금과 같은 결정적인 시기에 똑같이 대통합을 말하면서도 '3인 3색'의 모습으로 제 각기 행동하는 것은 좀처럼 납득이 되지 않는다.
통합신당 추진방식을 둘러싼 판단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결단'의 시점에 대한 판단의 차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똑같이 대통합신당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마당에, 그 차이가 크면 얼마나 크겠는가. 이들은 위기의 상황에 직면해서도, 왜 서로가 힘을 모으지 못하고 '마이 웨이'를 가고 있는 것일까?
난파선에서 제 살 길 찾아 탈출... 아니면 위장이별?
열린우리당은 당 해체의 위기상황에 직면해서도 이전까지의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총론적으로는 똑같은 방향을 말하면서도, 서로가 타협하고 조율하지 못한 채 4분5열을 반복해온 그동안의 모습 그대로이다.
그 결과, 지금 열린우리당의 모습이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쳐지겠는가. 마치 난파선에서 어찌할 바 모르고, 제 각기 탈출하고 있는 광경 그 자체이다. 정치적 리더십도 정치력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집권여당으로서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에게 보여야 할 기본적인 체면이나 위신같은 것도 다 팽개쳐진 모습이다.
제 각기 각자의 길을 가면서 대통합의 길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는 말은 또 무슨 이야기인가? 극적인 막판 대통합을 위해서 '위장이별'을 한다는 말인가.
그 정도로 동질성을 갖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왜, 이 시점에서 서로의 입장차이를 조정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지 의문이다. 그것 때문에 열린우리당이 망한 것인데, 마지막 순간까지 그 악폐를 답습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동안 열린우리당을 이끌어왔던 천정배·정동영·김근태. 이들 3인은 열린우리당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이 광경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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