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빛이 반짝이는 오징어 배정현순
하얗게 밀려가는 파도를 따라 나도 모르게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남편은 걱정이 되는지 "이젠 그만 찍고 가자" 한다. "조금만 더" 난 정말 좋았다. 그곳의 풍경과 소리를 모두 담아가고 싶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거칠어지는 파도소리, 하얀거품, 이렇게 가까이 보기도 처음이다. 난 그런 파도를 쫓아다녔다.
조금 높고 바다 가까이에 있는 바위 위로 올라갔다. 일렁이는 파도를 실감나게 찍고 싶었다. 그때 남편의 걱정스런 목소리가 또 들려온다. "거기는 진짜 위험해 보인다" "아니야 여긴 높아서 괜찮아" 난 그곳에서 몇 장만 더 찍고 숙소로 돌아가려고 마음 먹었다.
열심히 찍고 있는데 파도가 그곳까지 밀려왔다.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입고 있던 바지, 양말, 신발, 무릎 아래까지 파도가 모두 휩쓸고 지나갔다. 나도 모르게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카메라를 보호하느라 더 많은 수난을 겪어야 했다.
남편은 "그것봐라 어째 위태 위태해 보인다 했어. 다친 데는 없어?" "다친 데는 없는데 옷과 신발이 다 젖었어" "그래도 넘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다" 난 갑자기 밀려드는 파도를 피하느라 껑충껑충 뛰면서 이리저리 피했었다. 남편은 업히라고 한다. 망설이다 남편에게 업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