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의 불로장생과 현대인의 웰빙

진시황이 불로장생이란 뜻을 제대로 알았다면 선약을 탐하지 않았을 것

등록 2007.01.30 12:29수정 2007.06.1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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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은 불로장생이었습니다. 생활이 힘들고 음식이 충분하지 않아 병들고 일찍 죽는 것이 흔한 일이었으므로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것은 이미 그 자체가 개인의 건강 뿐 아니라 그에 따르는 사회적인 지위나 문화적인 수준 등 삶의 질을 나타내주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오래 사는 것은 이미 흔한 일이 되버려서 희귀한 바람이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오래 산다고 하면 치매나 기타 성인병에 의해 고통의 시간이 길어져 결국은 남의 도움에 의지하게 되는 슬픈 현실이 두렵게만 느껴지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부모를 버리는 자식들에 대한 뉴스가 이제는 전처럼 드문 일이 못되고 또한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라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알고나면 누구라도 자신만만히 부모를 버리는 사람들을 비난만은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에 사회적인 중지가 필요한 시기입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쉽지가 않은 모양입니다.

주위에서 가끔 보거나 듣는 얘기입니다만 몇몇 노인들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추한 모습을 자식들에게 보이기가 싫어서 그저 숨쉬는 것만 며칠 정도 연장시킬 수 있는 병원치료 등을 거부하고 스스로 곡기를 끊는 경우도 잇습니다. 이련 경우는 평소에 삶과 죽음에 대한 뚜렷한 철학과 의지가 있어야하고 나름대로 자신있게 살았기 때문에 소위 죽어도 남은 한이 없는 사람들한테나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여간 오래 사는 것보다는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시대에 맞추어 새롭게 개념화된 것이 웰빙입니다. 물론 서구에서 들어온 개념입니다. 웰빙이란 훌륭하게 존재하는 것이란 뜻입니다. 현대는 다양성이 존중되고 개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시대이므로 훌륭하게 존재한다는 것은 높은 관직이나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 결국 자신이 하고싶은 것을 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을 뜻하게 됩니다.

먹을거리도 단순히 배를 채우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명력이 넘치게 하는 것들로 운동도 사회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명력을 느끼도록 하는 것들로 직장생활도 단순한 밥벌이에서 이왕이면 같은 밥벌이라도 자신이 하고싶은 쪽으로 선택하는, 즉 삶의 양식이 바뀌어 가는 것이 웰빙입니다.

웰빙과 같은 뜻으로 쓰인 말이 동아시아의 고전에도 찾아볼 수 있는데 그것은 불로장생(不老長生)이란 말입니다. 진시황이 불로장생의 약초를 찾아 금강산으로 사람을 보냈다는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진시황의 설화 탓이지는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 불로장생의 의미를 권력과 탐욕을 영원히 누리려 했던 인간의 추악한 욕망의-그러나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연장선에서 이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좀 한자를 안다는 사람들한테 불로장생의 뜻이 무어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이 늙지 않고 오래 산다는 뜻이라고 답합니다. 그리고는 허망한 욕망을 나타내는 표현 가운데 하나인 것처럼 친절히 토를 달아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뿌리 깊은 사상인 선(仙)사상은 알고보면 보다 본질적입니다. 선 사상은 도교와 유교 혹은 불가에 의해 오랜 세월 동안 덧칠되어 와서 지금은 그 흔적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지만 그래도 옛말을 살펴보면 그 가운데 본래의 모습을 가끔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불로장생이란 말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불로란 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동사로서의 불(不)과 목적어로서의 노(老)의 문장으로 늙지 않게 한다는 적극적인 의미의 섭생에 관한 뜻이 들어 있고 장생이란 오래 산다는 뜻이 아니라 역시 같은 문장구조로 생명을 연장시킨다는 뜻입니다.

불로에는 타고난 체질이나 생활의 환경이 내 몸의 기흐름을 막게 되면 그것을 진인의 지혜로서 바르게 하여 병에 들지 않게 한다는 것이며 그 원리는 황제내경 첫장인 상고천진론에 지극히 간단하게 씌여 있습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수(壽)을 보존한다는 것입니다. 수란 타고날 때 갖고 나온 이 생에서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근본적인 에너지총량을 의미합니다. 상고천진론에는 내가 갖고 태어난 에너지를 써버리는 것보다는 자연과 동화시켜 자연의 에너지를 내 몸의 에너지로 쓰는 이치가 담겨 있습니다.

장생은 불로 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개념입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미리 자신의 생의 기간을 갖고 태어나는데 그것을 명(命)라고 합니다. 장생은 바로 이 명(命)을 연장한다는 뜻으로 자연과 하나되는 이치를 알면 수를 다해 명이 끝나거나 혹은 수는 있다 하더라도 사고 등으로 명을 다하는 운(運)을 마음대로 조절하여 생명을 늘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진시황이 이 불로장생의 의미를 제대로 알았다면 세상에서 선약을 구하려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진시황보다는 현대의 웰빙이 불로장생의 이치에 좀 더 가까이 가는 시도로 보입니다. 다만 웰빙을 수치적이고 성분적이고 화학적이 아닌 보다 감성적이고 기미론적이고 인간적이면 더욱 좋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덧붙이는 글 | 할아버지 한의원 사이트에도 동시에 올립니다.

덧붙이는 글 할아버지 한의원 사이트에도 동시에 올립니다.
#웰빙 #진시황 #기미론 #불로장생 #감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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