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점 YES24에 오른 회원리뷰화면캡쳐
"포장을 뜯어보니 작고 귀여운 그림책이 다섯 권. 첫 느낌은 좀 작은 것 아닌가 싶었지만, 그건 어른들 관점일 테고 아이들의 작은 손으로도 잘 잡힐만한 아담한 사이즈의 책들이었다. 또 접혀진 페이지를 펼칠 수 있게 되어 있어, 뒷면에는 앞면에 있는 내용을 잘 설명해주는 여러 그림들이 꽉 채워져 있다. 책 크기가 커졌다 작아졌다 펼칠 수 있으니 아이들은 신기해하고 요리조리 넘겨보면서 즐거워한다." - 아이디 jedu의 회원리뷰
"요즘 매일매일 읽어주는 책 중에 하나입니다. 17개월 된 아기가 무척 좋아하네요. 그림도 앙증맞고 귀엽습니다. 무릎에 앉혀서 읽어주다가 '사랑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가슴을 동글동글 쓸어주면서 '사랑해~' 해줬더니 '사랑해'라는 말만 나오면 고사리 작은 손으로 동글동글 자기 가슴을 쓸어주네요.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요." - 아이디 아가별의 회원리뷰
2살짜리 아이를 둔 A(32)씨는 아이책을 살 때 꼭 인터넷 독자서평을 참고한다. 자신과 같이 아이를 기르는 엄마들이 쓴 독자서평을 보고 책을 선택하면 후회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이 책과 자신이 볼 책을 합쳐 한 달 평균 10여만원 어치의 책을 사지만, 대부분 인터넷 서점을 이용해 구매한다. A씨의 경우, 독자서평을 많이 참고할 뿐 아니라 인터넷 서점에 자신이 읽은 책들의 서평을 올리기도 한다.
주부인 B(41)씨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주로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지만, 인터넷 서점 독자서평을 참고해 책을 고르고 시내 대형서점에서 최종적으로 책의 상태를 확인한 뒤 책을 구매한다.
"어린이책, 독자서평이 책 선택에 중요한 요소"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독자서평'이 출판물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반면 신문에 실리는 책서평의 영향력은 그만큼 감소했다. 출판계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요즘은 ○○일보 책면 톱에 올라도 1천부가 안 나간다더라."
기자들이 쓰는 각 신문사와 방송사의 서평기사는 신문지면 또는 각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야만 볼 수 있을 정도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대리번역 파문'을 일으켰던 <마시멜로 이야기>가 100만부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올리며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독자들의 자발적 서평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시 <마시멜로 이야기>와 관련, 네이버와 엠파스 다음 등에 만들어진 자발적 블로그 카페만도 7000여개가 넘었고 알라딘이나 예스24 같은 인터넷 서점에도 무수한 독자서평이 올라왔다.
어떻게 전문가들도 아닌, 독자가 쓴 서평이 책 매출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 걸까?
그 바탕엔 인터넷 서점의 성장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경 오픈마켓 G마켓(대표이사 구영배)이 네티즌 1만237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0%가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한다고 대답했으며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등 대형서점에서 구입한다는 응답자는 25%에 그쳤다. 2005년 인터넷서점의 비중이 전체의 16.7%, 2조 6천억여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매출이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출판사들도 현금 확보가 용이하고, 재고가 생기지 않는 인터넷 서점을 선호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인터넷 서평을 쓰게 된 데는 자발적 참여도 있지만, 독자서평을 유도하는 인터넷 서점과 출파사들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실제 예스24, 인터파트, 알라딘 등 주요한 온라인 서점들은 출판사들과 함께 책과 관련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인터넷 서점들은 매주 '이주의 독자서평'을 선정해 인터넷 서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마일리지를 지급하고 있다.
@BRI@국내 최대 온라인 서점인 예스24는 매주 '이주의 리뷰'를 선정, 1만원권의 YES상품권을 준다. 또 블로거 중 인기 있는 몇몇 필자들에겐 '독자칼럼'이란 고정 칼럼란을 만들어준다. 이들에게 인터넷 서점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를 지급하고 있다. 아울러 네티즌 서평 활성화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회원들 가운데 주요 필자들을 발굴하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경우도 비슷하다. 알라딘도 '이주의 마이리뷰'를 선정, 5만원의 적립금을 준다. 더불어 알라딘은 지난해 10월, '땡스 투 블로거(Thanks to Blogger)'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에 서평을 쓰고 방문자가 그 서평을 보고 상품을 구매하면, 상품 가격의 1%의 적립금을 블로거에게, 1%의 적립금을 구매자에게 주는 것. 물론 적립금은 알라딘 내에서 '돈'처럼 쓸 수 있다.
이런 흐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곳이 있다. 바로 책을 만들어내는 출판사. 중견 출판사에 근무하는 한 편집자는 인터넷 서점에 올라가는 서평을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출판사에서 보내는 '보도자료'와 인터넷 서점의 편집자들이 올리는 '편집자 서평', 그리고 '독자서평'.
그는 "저작권 문제 때문에 신문에 실린 서평이 인터넷 서점 서평란에 실리지 못하면서 신문 서평은 거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인문서적의 경우 독자군이 어느 정도 고정돼 있기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어린이책과 소설 등은 독자서평이 책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넷 독자 서평의 경우 글을 보면 책을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가 금방 드러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순기능이 있다"면서 "출판시장에서 인터넷서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네티즌 서평은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출판사들의 마케팅 전략도 변했다. 신간이 나오면 온라인 서점이나 포털 사이트 카페를 통해 서평단을 모집해 독자서평을 받는 방식이 생겨나고 있다. 온라인 서점과 출판사가 신간을 소개하기 위한 각종 이벤트를 기획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출판사 마케팅팀에서 근무했던 임아무개씨는 "스테디셀러 같은 경우 특별한 마케팅 없이도 잘 나가지만, 신간일 경우 인터넷 서점이나 카페 등을 이용한 서평단 모집이 꼭 필요하고 매출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면서, "편집자들이 독자임을 가장해 쓰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고 밝혔다.
책 판매에 큰 영향 끼치게 된 '독자서평',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