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우리 집 뒤 잡목 사이에 앉은 박새 한 마리(왼쪽 사진)와 박새가 드나드는 감나무 구멍.정판수
오늘(1일) 아침 현관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반기는 건 뜻밖에 박새였다. 우리 집 감나무 가지를 타고 이리저리 오르내리는 박새를 보니 덩치는 까치에 훨씬 못 미치지만 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잘도 노는구나 하여 대견히 여겼다. 그런데 가만 보니 그게 아닌 듯했다.
녀석은 감나무가 하도 오래돼 구멍이 몇 군데 뚫려 있었는데, 바로 거기를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게 아닌가. 결국 녀석도 그동안 따뜻한 기온에 숲 속에 머물다가 갑작스러운 추위를 이길 수 없어 나무 속으로 파고들려는 듯 여겨졌다.
@BRI@가는 길에 다른 날 같으면 마을 어른들과 마주칠 텐데 보이지 않았다. 성산댁 할머니 마당에 내놓은 평상에는 겨울이라도 어지간한 날씨에는 할머니 몇 분이 모여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데 역시 낙엽만 자리를 잡고 있을 뿐.
달이 냇물에 비치면 달그림자가 냇물과 함께 흘러간다 하여 붙여진 '달내마을(한자로는 月川)'이란 이름을 낳게 한 개울에 이르렀을 때 예상대로 꽁꽁 얼어 있었다. 이제 밤에 달그림자가 비쳐도 냇물과 함께 흘러가지 못하리라.
집으로 돌아오는데 길가에 버려진 합판 조각이 눈에 들어와 눈길을 주니, 아내가 또 한마디 한다.
"또 쓰레기가 눈에 띄었지요. 어지간히 갖다 놓아요. 이제 둘 곳도 없는데."
아내의 말에 그냥 지나치려다 갑자기 산책 나올 때 본 박새가 떠올랐다. 이렇게 겨울을 보내고 나면 녀석은 봄에 새끼를 낳을 게고, 그러려면 집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