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이 아닌 사랑을 팝니다!

[이 물건, 여기 가면 싸다] 포항 남구 연일시장의 마음 좋은 생선가게 아저씨네

등록 2007.02.01 17:10수정 2007.02.02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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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경북 포항 남구 연일읍)에는 조그마한 시장(연일시장)이 있습니다. 채소가게, 식육점, 떡집, 과일가게 등 비록 조그마하지만 있을 건 다 있답니다. 특히 마음씨 좋은 생선가게 아저씨가 있어서 저는 시장에 가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그런데 언제인가부터 우리 동네 시장에 리어카에 생선을 싣고 다니며 팔러 오시는 아저씨가 계셨습니다. 아마도 지난해 여름부터일 것입니다. 왠지 슬퍼 보이는 그 리어카 아저씨가 오시는 날이면 우리 동네 생선가게는 장사가 되지 않아서 파리를 날리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러기를 몇 주일, 그날도 그 리어카 아저씨가 오시는 날이었습니다.

@BRI@시장 한복판에서 생선가게 아저씨가 리어카 아저씨의 멱살을 붙잡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계셨습니다.

"야! 임마. 너 어디 와서 함부로 장사 하는 거야? 나는 비싼 가게 세를 내 가면서 장사하는데, 니가 와서 이렇게 내 앞에서 장사를 하면 나는 뭐 묵고 살란 말이야. 응? 좋은 말 할 때 빨리 꺼지라."

리어카 아저씨가 오시는 날이면 생선 가게에 장사가 되지 않으니 화풀이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리어카 아저씨는 한마디 대꾸도 하지 않고 큰 눈을 끔뻑거리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계셨습니다.

'아니 그렇다고 남자가 울 거까지 뭐 있어. 차라리 내가 어디에서 장사를 하든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고 한마디라도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그 아저씨가 왜 그렇게 울고만 있었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 다음 날 생선 가게 앞집 채소가게에 가서야 리어카 아저씨가 운 까닭을 알게 되었습니다.

리어카 아저씨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는데, 아들이 큰 병에 걸려서 서울 모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것입니다. 아들 병을 고치려고 살고 있던 집도 팔고, 가게를 낼 돈이 없어서 조그마한 트럭을 사서 생선을 떼어다가 오늘은 이 장 내일은 저 장으로 돌아다니면서 생선을 판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일주일에 꼭 한 번만 와서 장사를 할 테니 제발 쫓아내지 말라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리어카 아저씨 얼굴이 그렇게 슬퍼 보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리어카 아저씨가 오는 날(이곳 시장에는 2일과 7일에 5일장이 섭니다)이면 생선가게는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리어카 아저씨가 가지고 온 생선을 함께 팔아 주었습니다.

리어카 아저씨가 미안해서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말합니다.

"형님, 저 때문에 가게 문까지 닫으면 어쩝니까? 그러지 말고 그냥 장사하세요?"
"아! 이 사람아 자네 덕분에 일주일에 한 번씩 놀아보고 얼마나 좋은데 그래? 자네나 좀 쉬게, 내가 팔아줄게. 새벽부터 생선 떼어오느라고 피곤하지?"


그렇게 두 분은 서로 형님 동생 하는 사이가 됐답니다. 그래요. 힘든 세상 함께 하면 더욱 아름다운 법이지요. 그렇게 마음씨 좋은 생선가게 아저씨가 있기에 저의 발걸음이 시장을 향합니다.

오늘도 시장에 가서 저녁 찬거리를 사와야겠습니다. 그리고 생선가게에 가서 고등어도 한 마리 사와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물건, 여기 가면 싸다> 응모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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