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중인 새터민 "두 아들은 어떻게..."

40대 후반 탈북여성 최씨, 갑상선암 투병... 생계 막막에 한숨만

등록 2007.02.02 08:36수정 2007.02.0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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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거여동 거여 아파트 6단지. 어둠이 짙어오자 어느 아파트와 다름없이 새해에도 가정 주부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가족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웃음꽃이 피는 게 다반사지만 그렇지 않은 가정주부가 있다.

갑상선암으로 7개월간 항암제 치료를 받고 있는 최순자(가명·48세)씨. 그는 병원, 아파트, 거여동 주변 외에는 돌아다닐 힘이 없다. 항암제 치료가 고통스러운지 이맛살을 찌푸린다. 목 주위에 수술한 흔적이 보였다. 1차 수술을 받았지만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2월초에 재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BRI@"집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아산병원까지 가서 치료를 받고 나면 하루가 저물어요. 이틀에 한번은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고. 병원에 가지 않는 날은 거의 집에만 있어요."

암 투병으로 밖에 나가기가 힘들어지자 생계를 꾸려온 파출부 일도 그만 뒀다. 두 아들을 둔 그는 지금도 무엇을 하고 먹고살지 생계 걱정에 막막해 한다. 허드렛일도 하고 싶지만 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한다.

"큰아들이 국비로 운영하는 컴퓨터 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그 곳에서 지급하는 30만원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아들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라고 말하며 목이 멨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그는 생활비와 두 아들의 양육비, 치료비로 빠듯한 살림을 하고 있다. 그나마 큰아들이 다니고 있는 국비로 운영하는 컴퓨터 학원도 6개월이 지나면 끝난다.

"직업훈련원에 다녀 기능기술을 익히면 직장을 얻을 생각이에요.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야 먹고살죠."


박복한 인생이라 할까. 나이에 비해 이마에 깊은 주름. 화장을 해서 실제 나이처럼 보이지만 화장을 안 하면 몇 년은 더 늙어 보인다고 한다. 이맛살에서 순탄치 않은 삶을 찾아볼 수 있었다.

최씨는 새터민(탈북자)이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평양에서 교사로 일했다. 남편도 고위 간부였다. 북한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던 그런 그가 두 아들과 함께 탈북한 것은 두 아들의 장래를 위해서였다. 남편과 함께 탈북할 수도 있었지만 일가친척의 미래가 걱정돼 남편은 평양에 남았다고 한다.


탈북 후 중국에 머물다가 남한에 있는 남동생의 도움으로 2006년 7월 한국에 들어온 최씨는 건강검진을 받는 과정에서 갑상선암 선고를 받았다.

"처음 선고받았을 때 이제 죽는구나! 했는데 초기라 다행스러웠어요. 내가 일찍 죽으면 두 아들이 어떻게 살는지 막막해지더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죠."

그가 갑상선암 선고를 받은 뒤 고학력임에도 불구하고 파출부로 일한 것은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병이 호전되고 아이도 장성하면 대학원에 다니고 싶다는 부푼 꿈을 꾸고 있다.

"생계걱정에 당장 직장을 얻어야 하지만 꿈을 이룰 수 있다면 즐거움이 없겠죠. 학비가 비싸 꿈만 꾸지만요"하며 웃었다.

언제 눈물이 나느냐고 물었더니 한참 후 "몇 개월 전 어머니와 여동생이 탈북을 시도하다 중국공안당국에 잡혀 여동생은 북송되고…." 눈가에 붉은 기색이 돌더니 눈물이 맺혔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말을 이어갔다. "어머니~ 어머니는 돌아가셨어요"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최씨는 현재 온누리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하지만 암 투병으로 교회출석도 뜸해지고 있다. 최씨와 같이 북에서 질병을 얻어 탈북 후 고생하는 새터민이 부지기수다. 그는 마지막으로 "새터민에 대한 편견의식보다는 따뜻한 눈길로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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