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의 작가 허영만.오마이뉴스 김대홍
- <미스터 초밥왕>을 지금 스타일대로 만들게 된 계기는?
데 : 이 만화는 소년만화다. 소년이 성장하면서 고난을 극복한다는 내용이다. 소년만화의 특징은 스포츠든 다른 장르든 모두 똑같다. 소년만화 틀 안에 요리가 포함된 것이다.
요리 중에서도 초밥을 선택했는데, 초밥은 일본 사람에게 특별한 요리다. 나도 초밥을 자주 먹지는 않는다. 특별한 일이 있을 때 먹는다. 그날은 상당히 행복한 날이다. 혼났을 때 먹었던 음식을 어른이 되고 나서도 기억하는 것처럼 초밥은 그런 기억을 불러낼 수 있다.
사실 초밥만 갖고 그렇게 오래 연재할 줄 몰랐다.(<미스터 초밥왕>은 1996년 7월 1권을 시작으로 1998년 1부가 끝났고, 2000년 11월 전 시리즈가 완전히 끝났다.) 처음엔 초밥에 관한 기억으로 만화를 구상했다. 소년과 소녀가 사랑한다. 소녀가 돈 많은 남자에게 시집간다. 소녀가 소년의 마음을 간직한 초밥을 기억한다와 같은.
- <식객>에서 회를 표현한 것으로 아는데.
허 : 아직 표현하지 않았다. 그런데 회를 워낙 좋아하고 어릴 때 고향(전남 여수)에서 회를 많이 먹었기 때문에 앞으로 다룰 것이다. 요즘 회 먹는 문화에 대해선 그렇게 안 먹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보통 상추에 고추, 마늘 등 온갖 양념을 얹고 회를 고추장에 듬뿍 찍어 올린 뒤 먹는다. 강한 양념과 고추장 때문에 회 맛이 사라져 버린다. 도미 같이 고급회도 그렇게 먹으면 소용이 없다. 강한 양념을 자제하고 회 자체 맛을 즐겼으면 좋겠다.
- 취재를 많이 하는데.
허 : 취재를 많이 하고 사진도 많이 찍는데, 수집한 정보의 3분 1 정도밖에 쓰지 못한다. 정보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전달이 힘들다. 화학성분 같은 것을 만화에 넣기는 힘들다. 가능한 음식의 탄생 배경 등을 통해 요리를 표현하려고 한다.
데 : 바른 정보가 없으면 바른 만화를 그릴 수 없다. 초밥집 가서 초밥 만드는 방법을 보기 위해 매일 갔다. 400번 정도 초밥 만드는 모습을 본 것 같다. 자꾸 보니 보이더라. 칼질을 왜 다르게 하는지 질문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문제는 초밥도 계절이 있다. 초일류 초밥은 그 계절에 그 고장에서 나는 가장 신선한 재료를 쓴다. 매일 그 초밥집에 가더라도 최고의 초밥은 1년에 단 한 번이다. 10년 동안 가도 10번밖에 최고의 초밥을 먹을 수 없다.
- 책이나 다른 데서 정보를 얻기도 하는지.
데 : 어느 초밥집이 맛있는지 물어본다. 그리고 직접 찾아간다. 지방에 있는 사람한테 물어보기도 하고. 인터넷이나 책을 보고 정보를 얻기도 한다. 자료를 보고 지방에 찾아갔을 때 없는 경우도 있다.
- 에피소드는?
데 : <미스터 초밥왕> 축제를 신라호텔이 기획해서 한국에 온 적이 있다. 그때 답례로 한국 초밥을 기획했다. 그런데 특별한 한국 초밥이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하더라. 난감했다. 언젠가 한국의 한 회전초밥집에 갔는데, 불그스럼한 초밥이 나왔다. 쫄깃쫄깃한 게 맛있어 '뭐냐'고 물었더니 '개불초밥'이라고 하더라. 부산 가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날 심야열차를 타고 부산에 갔다. 실제 개불을 보니 이상하게 생겼더라. SF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모양이었다. 일본에선 본 적이 없었다.
"<식객> 참 굵직한 작품이다"
-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은.
허 : 초밥 하나만 갖고 장기 연재를 하는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처음 식객도 '김치'만 갖고 끌고 갈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다른 음식을 넣고, 급기야 술까지 끌고 들어갔다.
요즘 전 세계 음식은 '단 맛'에 점령당하고 있다. 일본 음식도 달다. 일본 음식이 언제부터 달았는지 궁금하고, 화학조미료가 일본의 단 음식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하다.
데 : 일본 음식이 달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일본은 찍어먹는 장이 그냥 간장이 아니라 다시 국물이다. 초밥을 달게 먹기 위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일본의 단 음식문화는 아주 오래 됐다. 나도 어렸을 때부터 먹어서 그런지 익숙하다.
화학조미료 영향도 있을 것이다. 일본이 어려웠을 때 매일 국물을 만들어 먹는 게 어려웠다. 지금은 일하는 주부들이 늘면서 한계가 있다. 음식이 전부 화학조미료 맛이라면 문제가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쓸 수밖에 없다고 본다.
안타깝게도 일본에 번역된 한국만화가 별로 없다. <식객>은 참 굵직한 작품이라고 느꼈다. 굉장히 강하게 느껴진다. 나는 엔터테이너 성격이 강하다. 큰 사명의식이 없다. 굵직하게 생각한 적이 없고, 크게 벌인 적이 없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허 : 음식만화 외에 다른 장르를 구상한 적은 없는지.
데 : 도전해봤지만 망했다.(웃음)
중요한 건 요리하는 사람의 가치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