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높은 공중도덕, 1년반 안에 고쳐질까?

[베이징올림픽 특집 ②] 멀게만 보이는 '인문올림픽'의 길

등록 2007.02.06 10:48수정 2007.07.1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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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를 보호하기 위한 쇠창살이 쳐져있는 베이징의 택시 안 모습.
택시기사를 보호하기 위한 쇠창살이 쳐져있는 베이징의 택시 안 모습.김경년
택시를 탔다. 그런데 차문을 열자마자 매캐한 담배연기가 코를 찌른다. 택시기사 손에는 아직 반도 채 안 피운 담배가 들려 있다. 손님이 탔는데도 기사 아저씨는 담배 끌 생각을 안 한다.

"어디 갑니까?"
"아저씨 담배 좀 끄면 안돼요?"
"아, 담배요. 방금 핀 건데... 몇십초만 더 피우고 끌게요. 미안해요."
"......"

택시기사는 그러고도 약 1분여를 더 담배연기를 뿜어댔다. 담배를 피우고 있는 기사 운전석 맞은편 창가에는 '규범 운영을 위해 준수해야 할 5가지 사항'이라는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다. 그중 "차내에서는 절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라는 사항이 눈에 띈다.

"아저씨, 거기 앞에 붙어 있는 스티커에 담배피지 말라고 돼 있네요!"
"아... 그거요... 쩝..."

택시기사는 계면쩍다는 듯이 씩 한번 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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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1] 중국의 모든 길은 '올림픽'으로 통한다

"벌금 올린다고 단속효과 있겠는가"

2006년 3월 2일, 베이징시 신문판공실과 베이징시 올림픽 신문센터가 공동으로 개최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 주제는 3월 25일부터 전개될 "올림픽을 맞이하여 문명을 중시하고 새로운 기풍을 만들자"라는 내용의 대대적인 범시민 문명교육 운동에 관한 내용이었다.

베이징시와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지난 2005년부터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예절 및 문명교육 운동을 전개해왔다. 그리고 2006년부터 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까지 3년동안은 이를 대대적으로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주최측은 미국, 일본, 프랑스 등 많은 외신기자들로부터 다소 짖궂으면서도 곤혹스로운 질문에 시달려야 했다.

"베이징시는 그 이전에도 이미 많은 조치들을 통해 시민들의 나쁜 습관들을 고쳐보려 했던 걸로 알고 있다. 특히 사스 기간에는 경찰이 길거리에서 함부로 침 뱉는 사람들을 단속하고 벌금까지 물게 했지만 아직까지 그 습관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묻고 싶은 것은 과연 지금부터 (당신들이) 어떤 완전하고 새로운 조치들을 취해서 그런 나쁜 습관들을 고치려고 하는가?"
(일본 <교도통신> 기자)

"듣기로는 길거리에 함부로 침을 뱉으면 최고 벌금이 20위안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사람도 길거리에 침을 뱉었다고 해서 벌금을 무는 것을 보질 못했다. 그리고 방금 발표를 통해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벌금을 20위안에서 50위안으로 인상한다고 했는데, 당신들은 왜 벌금을 올린다고 해서 단속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베이징시가 지금까지 길거리에 침 뱉는 행위를 단속해서 벌어들인 벌금수입은 과연 얼마나 되는가?"
(미국 <타임지>기자)

"2008년까지 길거리에 함부로 침을 뱉거나 새치기하는 행위등을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문명에 대한 기준과 이해는 다 다르다. 앞으로 전개하는 문명교육이란 도대체 서방의 문명잣대에 의해 실시되는건지 아니면 아시아의 문명잣대에 의해 실시되는건지 설명해 달라."
(프랑스 기자)

이날 외신기자들이 던진 질문의 핵심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렇게 한다고 하루 아침에 침 뱉고 줄 안서는 등의 나쁜 습관들이 고쳐지겠느냐"다. 이에 대해 답변에 나선 수도정신문명반 장후이광 주임은 시종일관 원칙적인 입장만을 강조했다. "계몽과 선도 법치를 통해 고쳐나갈테니 지켜봐 달라"는 것이다.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베이징 시민들.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베이징 시민들.조창완
올림픽 앞두고 가장 걱정되는 것은 '공중도덕'


@BRI@ 당사자인 중국인들이나 베이징 시민들 역시 이들 외신기자들의 문제의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베이징 시민들을 대상으로 "올림픽을 앞두고 가장 우려되는 문제"를 조사, 선정했다.

다섯가지로 압축된 우려사항중 하나로 꼽힌 것이 바로 '중국인들의 낮은 공중도덕의식 수준'이었다. 다시 말해 줄서기나 신호등 지키기 등 공중도덕 질서를 안 지키는 행위나 길거리에 함부로 침을 뱉는 등의 나쁜 습관들이 올림픽을 앞두고 가장 걱정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이를 두고 '국민소양 혹은 자질'이 부족한 탓으로 말하고 있다.


기업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뚜민씨는 "다른 나라에서는 유명 관광지 입구에 '화장실 사용후에 물을 내립시다', '함부로 침을 뱉지 맙시다' 등 중국인들을 겨냥한 듯한 문구들이 중국어로 쓰여져 있다고 한다"며 "얼굴이 화끈거리는 일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가장 걱정되는 일도 바로 이런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실 다른 나라에 가서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그 나라의 아름다운 경치나 건물들보다는 그 나라 사람들"인데, "정부차원에서 많은 교육을 한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전체적인 국민 소양수준이나 공중도덕 수준은 후진국 수준"이라며 올림픽 개최 전까지 이런 문제들이 얼마만큼 개선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중국인들은 올림픽을 1년 반여 앞둔 지금, 경기장과 기타 부대시설 건설등 하드훼어적인 측면에서는 역대 그 어느 올림픽 보다 더 웅장할 것으로 내다보지만 국민들의 질서의식 수준 등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은 하드웨어의 절반도 못 따라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공중도덕이나 질서의식등 이른바 '문명교육' 효과는 경기장을 짓듯이 일정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완성되는 '건축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염려하고 있는 문제다.

'문명교육' 안간힘 쓰는 당국

올림픽 유치 성공 이후 중국정부도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계몽과 선도, 법치 작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이후 중국내 주요 언론매체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문명교육으로 지칭되는 각종 공중도덕질서와 예절등을 홍보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각 버스 정류장마다 질서도우미들을 배치해 승하차시 줄서기 운동을 돕고 있기도 하다.

각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서도 올림픽을 앞두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바른 공중도덕 교육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질서의식을 함양하는 노랫말을 담은 '신동요'라는 것을 만들어 부르게 하는가 하면, 몇몇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도덕통장'이라는 것을 만들어 학생들로 하여금 자발적인 선행이나 질서를 지키도록 유도하고 있다. '도덕통장’이란 학생들이 스스로 자원봉사를 했거나 선행을 베풀었을 때 이를 은행 통장과 마찬가지로 기록하는 장부이다.

도덕통장의 시작은 지난 2002년 후난성 창사의 일반 주민거주단지에서 시작된 것으로 그 후 정져우, 란져우, 톈진, 원저우 등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한때 사회적인 유행이 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몇 군데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경영불량' 등의 원인으로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이들 지역에서는 마을 공동의 재원으로 '도덕은행'이라는 것을 만들어 주민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한 선행이나 자원봉사 활동을 은행에 '저축'하도록 하고 있다. 통장에 일정한 '도덕화폐'가 쌓이면 나중에 본인이 남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통장의 도덕화폐 액수만큼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보자면 지난해 후진타오 주석이 제창한 '팔영팔기(8가지 영예로운 일과 8가지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뜻으로 사회주의 영욕관을 수립하자는 내용)' 운동도 전국민 도덕재무장 사상교육의 일환이다. 팔영팔기 운동은 올림픽을 앞둔 전국민 문명교육 운동과 맞물려 기업과 학교 주민거주단지, 길거리 공익광고판등 곳곳에서 '도덕 무장'을 부르짖고 있다.

횡단보도 위에 멈춰서 있는 베이징의 택시. 시민들 역시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길을 건너는 모습을 예사로 볼 수 있다.
횡단보도 위에 멈춰서 있는 베이징의 택시. 시민들 역시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길을 건너는 모습을 예사로 볼 수 있다.조창완
"올림픽 며칠 위해 영어를 배워야 하나"

전국민 문명교육 운동과 더불어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정부가 주력하는 소프트웨어차원의 준비작업 중 하나는 바로 영어교육이다. 특히 서비스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교육 강화는 그동안 많은 외신들이 앞 다투어 보도할 정도로 마치 열풍인 냥 알려져 왔다. 하지만 실상은 많이 부풀려져 있다.

올림픽을 앞둔 전 국민 영어공부 열풍의 대표적인 예로 흔히들 중국 택시기사에 관한 기사들이 많이 쏟아졌지만 2002-2003년 한참 바람이 분 초창기를 제외하고 현재는 대부분 시들해진 상태다.

베이징에서 택시기사를 하는 쟈오바오깡씨에 따르면 "회사에서 영어공부하라고 영어테이프를 주기는 하지만 그냥 알아서 하라는 것"이라며 "예전과 달리 택시기사가 되려면 시험과목 중에 영어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아주 간단한 인사말 정도의 영어라 대부분이 다 통과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을 한다고 특별히 영어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또 "솔직이 올림픽 때 외국인 손님이 우리 택시에 탔다고 해서 우리가 그 사람들하고 무슨 긴 얘기를 나눌 수 있겠느냐, 간단한 인사말 정도나 목적지만 알아들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굳이 올림픽용 영어공부를 따로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한다.

한편, 베이징 시민 후쩐페이씨는 택시기사들에게 영어교육을 시키는 것보다 예절교육을 시키는 것이 더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베이징에서 택시를 타본 외국인들이 가장 불쾌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택시기사들의 자질문제다. 담배를 피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거스름돈을 가짜로 주는 기사도 있다. 올림픽때 택시기사들이 영어 못한다고 중국인들의 수준이 낮다고 평가하는 외국인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택시기사들의 친절도나 서비스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중국정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녹색올림픽, 과학올림픽, 인문올림픽'으로 규정했다. 그중 인문올림픽은 베이징 시민 더 나아가 전 중국인들의 문명예절 수준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약 1년반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 올림픽. 과연 '인문 올림픽'을 위한 준비는 어디까지 왔을까.
#베이징 #해외리포트 #인문올림픽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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