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누룽밥, 아침 식사로 '딱'이죠

입맛 없다고 굶지마세요, 하루가 든든합니다

등록 2007.02.06 14:52수정 2007.02.0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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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누른 밥에 물을 붓고 누룽밥과 숭늉을 만든다
적당히 누른 밥에 물을 붓고 누룽밥과 숭늉을 만든다정현순
@BRI@6일, 남편이 일찍 나간다면서 이른 새벽에 일어났다. 그러면서 밥은 차리지 말라고 한다. 너무 일러서 밥 맛이 없다면서. 그래도 추운 날씨에 빈 속으로 나가면 추위를 더 느끼는 법이다.


남편이 씻으러 들어간 사이 난 간단하게 누룽밥을 끓였다. 지난 저녁에 밥을 하고 누룽지가 생긴 밥솥을 그대로 놔두었다. 나 역시 요즘 밥 맛이 없어서 누룽밥을 자주 끓여 먹고 있다. 밥맛이 없을 때 구수한 누룽밥과 따끈한 숭늉을 먹으면 허기도 면하고 속이 든든해지기 때문이다.

집에서 전기밥솥을 사용 안 한 지 꽤 오래 되었다. 전기밥솥이 편하기는 하지만 숭늉과 누룽밥을 먹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가스불에 압력솥을 이용해서 밥을 지어먹는다.

적당히 뜸을 들이고 나면 누룽지 익어가는 냄새가 구수하다. 불을 끄고 1~2분이 지나면 노릿노릿하게 누룽지가 생긴다. 밥을 다 푸고 노릿노릿해진 누룽지를 조금 떼어 먹는 그 맛도 꽤 재미있다. 간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밥을 다 먹고 구수한 숭늉을 마시는 그 맛이라니.

구수한 누룽밥과 따끈한 숭늉
구수한 누룽밥과 따끈한 숭늉정현순
화장실에서 볼 일을 다 마친 남편이 나왔다. 주방은 쳐다보지도 않고 그대로 나가려 한다. 난 남편을 불렀다. "이거 쭉 마시고 나가" "밥맛이 없다니깐" "밥이 아니라 숭늉하고 누룽밥이야" 그 소리에 남편이 식탁에 앉는다. 처음엔 숭늉을 한 술 두 술 뜨더니 나머지는 한 입에 쭉 마신다. 그리곤 누룽밥에 저절로 손이 간다. 구수한 그 자체로도 반찬이 필요없는 듯했다.

김치와 누룽밥을 다 먹고 일어선다. 그러더니 "속이 든든해지는 것 같다"고 한다. 어디 그뿐이랴. 새벽 찬공기에 밖을 나가도 춥지 않을 터. 남편이나 아이들이 아침에 빈 속으로 나가면 집에 남은 나는 마음이 하루종일 편치 않다. 요즘같은 쌀쌀한 겨울엔 그런 마음이 더하다.


아침을 먹지 않고 빈 속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온종일 기운이 없고 맥이 없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대문만 나서면 배가 고파 오는 것이 '집에서 밥 한숟갈이라도 먹고 나올 걸' 하는 후회가 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

구수한 누룽밥과 따끈한 숭늉을 다 먹고 나가는 남편의 뒷모습이 든든해 보인다. 하루종일 내 마음도 느긋하고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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