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삼성맨이라고?"
"손 벌릴 곳은 삼성밖에 없다더니…"

<시사저널> 노사, 한시간 간격으로 각자 기자회견

등록 2007.02.06 21:07수정 2007.02.0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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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앙일보 출신이라고, 유추·확대 해석해서 '삼성맨'이라고까지 하는데, 그런 상상력을 발휘해서 삼성 그룹과 연관짓는 것은 언론의 도리가 아니다. 그동안 <시사저널>은 삼성을 비판하는 기사를 수없이 내보냈다. 나는 직업 언론인이다." (금창태 사장)

"금창태 사장은 공식석상인 편집회의에서 '언론사가 힘들 때 마지막으로 가서 손 벌릴 곳은 삼성밖에 없다, 나는 중앙일보 사장을 지냈기 때문에 삼성 그룹에 지분이 있다. 언제든지 삼성에 가서 돈을 끌어올 수 있다. 그러니 삼성에 대한 기사를 쓸 때는 제발 조심하라'고 말했다." (문정우 전 편집장)


창과 방패.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 시간 차이를 두고 연이어 열린 두 곳의 기자회견은 해명과 반박의 연속이었다.

a 삼성그룹 관련 기사 삭제건으로 시사저널 노조가 '편집권 사수'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직장폐쇄 조치로 맞섰던 금창태 사장 등 시사저널 경영진이 공식입장을 밝히기 위해 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삼성그룹 관련 기사 삭제건으로 시사저널 노조가 '편집권 사수'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직장폐쇄 조치로 맞섰던 금창태 사장 등 시사저널 경영진이 공식입장을 밝히기 위해 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a 6일 기자회견에서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이 반박 자료로 제시한 '삼성'을 다룬 시사저널 커버스토리.

6일 기자회견에서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이 반박 자료로 제시한 '삼성'을 다룬 시사저널 커버스토리. ⓒ 오마이뉴스 남소연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은 이날 오후 2시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6월 삼성 그룹 관련 기사 삭제부터 직장폐쇄까지 231일간의 노사 갈등, 자신과 삼성 그룹과의 유착 의혹 등을 해명했다.

금 사장은 문제가 된 삼성 그룹 관련 기사에 대해 ▲소스의 신뢰성 ▲기사에서 거론되는 당사자들의 반론이 반영되지 않은 점 ▲사실의 왜곡 등의 이유를 들어 삭제의 배경을 밝혔다. 또한 "대표이사 겸 편집인에게 편집에 대한 권한은 핵심적인 것"이라며 노조의 편집권 독립 요구를 일축했다.


이에 <시사저널> 노동조합은 금 사장의 기자회견 직후 같은 건물 18층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금 사장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안철흥 노조위원장은 금 사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기사 삭제에 대한 금 사장의 해명을 듣는 자리일 뿐이었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두 진영은 문제가 된 기사 삭제 당시 정황을 두고 엇갈린 주장을 폈다. 금 사장은 "기사를 검토한 끝에 기사를 보류하고 철저한 검증을 거친 후 다시 논의하자고 했다"고 주장한 반면 기사를 작성한 이철현 기자는 "금 사장이 삼성 그룹 쪽의 전화만 받고는 '기사를 안 봐도 안다'며 내용을 묻지도 않은 채 삭제를 종용했다"고 반박했다.


'2인자 이학수의 힘, 너무 세졌다'는 기사를 쓴 이 기자는 "이학수 삼성 부회장이 주요 금융계열사 최고재무책임자(CFO) 인선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내용"이라며 "대단한 특종이거나 기가 막힌 기획도 아니고, 두 페이지 반짜리 기사라 논란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창태 사장... "삼성 기사, 검증되지 않아 삭제"

a 삼성그룹 관련 기사 삭제건으로 시사저널 노조가 '편집권 사수'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직장폐쇄 조치로 맞섰던 금창태 사장 등 시사저널 경영진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삼성그룹 관련 기사 삭제건으로 시사저널 노조가 '편집권 사수'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직장폐쇄 조치로 맞섰던 금창태 사장 등 시사저널 경영진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금 사장은 이날 미리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기사가 나갈 경우 기사에서 거론되는 사장들의 명예훼손소송 등이 예상됐다"며 "이런 사태를 예방하려고 (이윤삼 당시) 편집국장과 수차례 협의했으나, 편집국장은 기사를 인쇄소에 넘겨 버린 뒤 사장과 회장의 전화를 받지 않고 퇴근해 버렸다, 편집인의 직무상 권한으로 인쇄소에 연락해 기사를 빼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금 사장은 편집권에 대해 "편집에 대한 책임을 지는 편집인 겸 대표이사에게 그 책임은 핵심적인 것"이라며 "기자들의 주장대로 언론사의 대표이사 겸 편집인에게 편집에 관한 권한이 전혀 없다면, 경영인은 사무실 관리, 급여지급, 오보배상금 지급 등 행정처리만 해야 하는 것이냐"며 따져 물었다.

금 사장은 "노동조합은 단체교섭 도중 일방적으로 파업을 선포하고, 회사 사무실과 비품, 통신시설 등을 이용해 편집인과 편집장(직무대리), 비노조원들이 발간하는 <시사저널> 제작을 방해했다"며 "비노조 편집위원들과 경영진을 비방하고, 촛불시위 등 온갖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가 파업 후 2주일 이상 인내하며 수차례 불법행위 중지를 노조에 호소했지만, 불응해 부득이하게 노조원의 사무실 출입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금 사장은 이날 시사저널 사태 이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연 것이었지만 기자들의 질문을 제한한 탓에 기자석에서는 "답변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것이면 기자회견을 아예 열지 말라"고 쓴소리가 터져나왔다.

기자들은 "애초 삭제된 기사를 읽지 않았다고 했다", "삼성 그룹과 금 사장간 유착 관계가 있는 것이냐"고 질문했고, 금 사장은 "이번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 "다른 질문을 해달라", "질문을 서너개만 받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금 사장은 기사를 읽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잘못 알았다, 어떻게 편집인이 기사를 읽지도 않고 기자들을 만나겠느냐"며 "이 사태의 본질은 이 기사로 인해서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라며 답변을 피했다.

또한 대체 편집위원이 제작한 900호 기사 중 영국 국영방송 BBC의 보도를 표절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편집위원이 기사를 쓰기 위해 BBC 본사와 이메일을 주고받았고, 본사가 기사를 잘 다뤄달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동조합쪽 반박..."같은 취재원-다른 기사, 잘 썼다고 하시더니..."

금 사장의 기자회견 직후 열린 노조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 사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다음은 금 사장의 해명에 대해 이철현 기자, 안철흥 노조위원장 등이 반박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기사를 보류하고 철저한 검증을 거친 후 다시 논의하자고 했다?
이철현 기자 "기사 삭제 전 불러서 기사에 대해 한 마디 언급도 하지 않고, 내용도 묻지 않았다. '기사를 아시냐'고 물었더니 '삼성으로부터 들어서 안 봐도 기사를 안다'고 말했다. 익명성을 지적했는데, 그 전에 '삼성 구조본 대해부'라는 기사를 썼을 때 금 사장은 '기사 잘 썼다, 아슬아슬 잘 피해서 썼다'고 말했다. 당시 취재원과 이번 기사의 취재원이 동일하다. 거대자본을 취재하면서 취재원을 어떻게 다 공개할 수 있겠나. 현실을 이해해달라. 반론기회가 없었다고 하지만, 마감 전 삼성쪽에 전화를 해서 담당자 의견을 듣고 싶다고 했는데, (삼성쪽은) 논박이나 해명이 아닌 삭제를 위해 움직였다. 언론계 선배에게 배신감까지 느낀다."

a 6일 시사저널 노조의 금창태 사장 반박 기자회견에서 금 사장에 의해 삭제된 '삼성' 관련기사 1차 데스킹을 맡았던 장영희 기자가 "시사저널에서 '삼성'을 다룰 때마다 내부갈등을 빚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자료를 들고 있는 이가 "2인자 이학수의 힘, 너무 세졌다"라는 제목의 해당기사를 작성한 이철현 기자.

6일 시사저널 노조의 금창태 사장 반박 기자회견에서 금 사장에 의해 삭제된 '삼성' 관련기사 1차 데스킹을 맡았던 장영희 기자가 "시사저널에서 '삼성'을 다룰 때마다 내부갈등을 빚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자료를 들고 있는 이가 "2인자 이학수의 힘, 너무 세졌다"라는 제목의 해당기사를 작성한 이철현 기자. ⓒ 오마이뉴스 남소연

안철흥 노조위원장 "부적절한 항변이다. 금 사장은 삼성 그룹으로부터 전화를 받자마자 이윤삼 당시 편집국장을 불렀다. 관련 기사를 보기 전이었다. 이 편집국장은 '아직 기사를 보기 전이라 기사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금 사장은 이 기자를 불러 이학수 삼성 부회장과의 친분을 들어 기사를 쓰지 말라고 부탁했다. 취재 기자에게 사장 겸 편집인이 해당 기사를 보기 전에 기사를 쓰지 말라고 부탁한 것은, 금 사장 본인이 이미 인정한 사실이다."

-편집국장이 전화도 받지 않고 퇴근해버렸다?
반박자료 중 "기사 삭제를 결정한 회의가 열리던 그 시간, 이윤삼 편집국장은 평소대로 편집국에서 야근중이었다. 금 사장은 그를 회의에 부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금 사장은 회의 후에도 이 편집국장에게 기사 삭제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

-노조가 파업 이후 잡지 제작을 방해했다?
안철흥 노조위원장 "시사저널 편집국은 충정로 1가 청양빌딩이다. 대체 편집국은 용산 서울문화사 건물 별관이다. 우리는 청양빌딩 편집국에서 대화 촉구하면서 대기중이었고, 사측은 별도의 사무실을 구해서 잡지를 제작했다. 우리가 잡지 제작에 간섭하거나 제작을 방해한 적이 없다. 사무실 비품을 쓰지 말라고 했을 때 우리는 개인 노트북을 갖고 와서 썼다. 회사 업무 방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평소 시사저널이 삼성 그룹에 대해 쓰지 못한 기사가 없다?
문정우 전 편집장 "금 사장은 공식석상인 편집회의에서 '언론사가 힘들 때 마지막으로 가서 손 벌릴 곳은 삼성밖에 없다, 나는 <중앙일보> 사장을 지냈기 때문에 삼성 그룹에 지분이 있다. 언제든지 삼성에 가서 돈을 끌어올 수 있다. 그러니 삼성에 대한 기사를 쓸 때는 제발 조심하라'고 말했다. 경영진이 그렇게 말하면 편집자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것 때문에 이윤삼 전 편집국장도 많이 힘들었다."

한편 MBC TV 시사프로그램 < PD수첩 >은 이날 밤 11시 <시사저널> 노사간 갈등, 삼성과 관련된 사안에 침묵하는 언론 등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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