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봉 정상에 이르는 초록색 철계단도 올라갔다.김연옥
하얗게 눈이 깔린 길을 50분 남짓 걸어가자 초록색 철계단이 있었다. 그 계단을 오르면 서봉 정상이 나온다. 거기서 동쪽으로 솟아 있는 봉우리는 남덕유산이다. 오후 2시 10분께 우리는 서봉 정상에서 왔던 길로 다시 하산을 서둘렀다.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깊다.
하지만 난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잠들기 전에 갈 길이 멀다,
잠들기 전에 갈 길이 멀다.
- 로버트 프로스트의 '눈 오는 저녁 숲가에 서서(장영희 번역)' 일부
마산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눈 오는 저녁 숲가에 서서(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가 떠올랐다. 나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 명동에 있던 가톨릭 기숙사에서 2년 동안 지낸 적이 있다. 그때 내 책상에 그 시를 적은 종이를 붙여 두었다.
해야 할 일들을 차일피일 미루며 게으름을 피울 때마다 그 시를 꽤 진지하게 읊곤 했다. 무엇보다 마지막 시구인 '자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가 내 마음을 끌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 이따금 눈이 하얗게 쌓인 풍경을 바라보면 그 시를 외우던 젊은 시절의 내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승용차) 서울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간고속도로→서상IC(2시간30분 소요)
(고속버스) 서울남부터미널→함양(3시간 소요)→영각사(4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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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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