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 같은데 탈당 이유 뭐라 말하지"
'신당 기획자' 천정배·김한길 딜레마

'꼬마열린우리당' '기획탈당' 의혹 눈길... '2선 후퇴' 압박

등록 2007.02.08 08:48수정 2007.02.0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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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8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탈당 통합신당 의원 전원회의에서 김한길 의원은 공개발언은 하지 않은채 `무엇이 다른가`등의 메모만 했다.

8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탈당 통합신당 의원 전원회의에서 김한길 의원은 공개발언은 하지 않은채 `무엇이 다른가`등의 메모만 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7일 오전에는 '따로 또 같은' 회견이 3개가 열렸다. 열린우리당 간판으로는 마지막 의장이 될 정세균 의원이 2·14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고, 23명 집단 탈당을 주도한 김한길 의원, 개별 탈당해 '친(親)천정배' 세력을 규합한 천정배 의원이 각각 회견을 열어 구상을 밝혔다.

이들의 주장은 액면 그대로 따지면 헤어질 이유가 없다. 민주당 등과 '통합신당'으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고, 반한나라당 구도를 상정한다는 것이다. 정체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천정배그룹과 김한길그룹은 각각 개혁신당과 중도신당의 성격에 기울어 있지만 겉으론 한목소리로 '중도개혁신당'을 표방한다. 민생 정치,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대북 포용정책 계승 등을 얘기하는 것도 똑같다. 사실 열린우리당의 창당 정신과 다를 게 없다.

노 대통령도 다르지 않다. 노 대통령은 지난 신년기자회견에서 "지금 통합당 얘기하는 분들이 '중도통합노선' 얘기하는 데 저는 열린우리당이 중도통합정치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못할 바 없다고 본다"며 "좀 차이가 있어도 다른 당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훨씬 적지 않은가"라고 함께 뭉쳐서 갈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천정배 의원은 '차이'에 대해서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이종걸, 최재천, 제종길 의원 등과 공동회견을 통해 '민생정치 준비모임'을 발족한 천 의원은 '기존의 열린우리당과 뭐가 다른가'라는 질문에 "큰 틀에선 차이가 없지만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들의 모임이 "차별적이고 배타적인 모임이 아니라 상호 영향을 주고 침투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23명 집단탈당파(가칭 '통합신당의원모임')의 대변인역을 맡고 있는 양형일 의원도 "극복할 수 있는 차이들"이라고 말했다.

김한길의 해명 "열린우리당 틀로는 지지층 모을 수 없어서"

a 6일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집단탈당을 주도한 김한길 의원은 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나라당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연대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김한길 의원이 손을 모은채 질문을 듣고 있다.

6일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집단탈당을 주도한 김한길 의원은 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나라당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연대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김한길 의원이 손을 모은채 질문을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탈당을 결행했을까? 드러나는 이유는 통합의 '방법론'이다. 탈당파는 현재 열린우리당에서 진행되고 있는 통합 절차(전당대회 개최 → 새 지도부 통합 협상 → 당 해체 → 통합신당)에 동의하지 않는다. 열린우리당 중심론은 완전한 기득권 포기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정치세력이나 외부 인사 참여가 어려워진다는 논리다. 김한길 의원은 "열린우리당 틀로는 흩어진 지지층을 한 그릇에 모아낼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내까지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이날 열린 회견에서 천정배, 김한길 의원에겐 '위장이혼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집중됐다. "통합을 위한 일시적 분열"이라는 의구심이다. 한나라당의 '기획 탈당'이라는 비판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정동영 전 의장의 "탈당이라는 강물이 대통합이라는 바다에서 만나게 되길 바란다"는 말과 맞물려 의혹은 증폭되었다. 정세균 의원도 "대통합의 방법론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사자들은 펄쩍 뛰었다. 천정배 의원은 "우리 7명의 의원들은 정치생명을 건 결단을 했다"며 "탈당 과정에서 의견 교환은 있었지만 근본적으론 개별 탈당"이라고 말했다. 김한길 의원은 "내가 죽어서 우리가 살 수 있다면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각오로 결단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한 탈당 만류에 총력을 기울인 열린우리당 지도부 쪽에선 "그렇게 보기엔 우리가 입은 피해가 막심하다"는 반응이다. 집단 탈당으로 인해 원내 지도가 바뀌었고 그 여파는 상임위 재배치, 정책 혼선, 주도권 상실 등 피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 핵심당직자는 "나간 분들은 '결국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다니는지 몰라도 남아 있는 분들과 탈당 전에 상의 한 번 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아울러 "'꼬마민주당'으로 갈라진 이부영씨가 다시 돌아오기까지 1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며 "'정치고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잘해야 선거연합 등의 관계로 맺어질 뿐, 통합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천정배그룹과 김한길그룹의 차이

당장 탈당파인 천정배그룹과 김한길그룹의 관계도 모호하다. 교섭단체 구성을 놓고도 입장이 다르다. 천정배 의원은 "의원 개인의 판단"에 맡겼다. 이계안 의원은 "기득권을 철저히 버려야 하는 상황에 교섭단체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천정배그룹은 '비전과 정책'을 중시한다.

반면 김한길그룹은 다르다. 김 의원의 말대로 정책이나 이념적 동질성이 탈당을 결행하게 만든 원인은 아니다. 전당대회 사수파인 우상호 의원은 "노선 스펙트럼이 다양한 두 그룹이 함께 하게 된다면 개혁-실용 논쟁을 벌여온 열린우리당과 뭐가 다르냐"며 '꼬마열린우리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주말 공동 워크숍을 통해 탈당파의 공동모색이 어디까지 가능한지는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꼬마열린우리당'이라는 꼬리표는 이들에게 치명적이다.

민주당에선 당장 "탈당파가 통합을 주도하는 것은 통합의 목적에 역행한다"는 입장이 나왔다. 한발 나아가 이낙연 의원은 "민주당 기준에 부합하는 분들은 열린우리당 재선그룹"이라고 말했다.

천정배 의원의 불출마설이 나오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잠룡으로 거론되는 천 의원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정가에 파다하다. 이번 선거에서 백의종군을 결단하고 차차기를 기약한다는 얘기다. 또한 김한길 의원은 대선 행보와 관련 "전혀 그런 일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책임이 큰 내가 앞장서서 돌팔매를 맞겠다"며 "비정치권 인사들을 많이 찾아서 그 분들이 신당 창당의 주역이 되도록 옆에서 돕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탈당파 교섭단체의 지도부에 나설 가능성은 적은 상태다.

한 당직자는 "대선에서 이긴다면 이들의 탈당이 '드라마틱한 기획'이 되는 것이고 아니면 '분열, 배신'으로 평가받지 않겠냐"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들의 탈당 딜레마가 어떻게 풀려갈지 주목된다.

a 열린우리당 23명 집단탈당 그룹과는 별도로 천정배 의원과 최재천, 이계안, 정성호, 우윤근, 이종걸, 제종길 선도탈당 의원들이 7일 `민생정치 준비모임`을 결성했다.

열린우리당 23명 집단탈당 그룹과는 별도로 천정배 의원과 최재천, 이계안, 정성호, 우윤근, 이종걸, 제종길 선도탈당 의원들이 7일 `민생정치 준비모임`을 결성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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