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종양 자라는 '아연이' 3월 검사 들어가

희귀질환 환자들 보도 그 후...

등록 2007.02.09 08:56수정 2007.02.0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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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1일 '유전성 거대 백악종에 걸린 아연이'로 시작한 희귀질환 기획기사가 12번째 기사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그동안 '유전성 거대 백악종' '근육병' '진행성 골화성 섬유이형성증(FOP)' 등 여러 희귀질환이 소개됐다. 그 과정에서 생활에 변화가 생긴 환자가 있는 반면 여전히 아무런 변화가 없는 환자도 있다.

아연이 아버지 이영학씨는 딸의 병을 알리기 위해 자전거 전국일주에 나섰지만 무릎 통증과 감기 때문에 정동진에서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기획기사가 진행되는 동안 1회 수술비 정도의 후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앞으로 관련 수기와 만화책이 나올 예정이다.

FOP 환자 이연화(가명)씨는 이 기간 동안 처음으로 자신의 병을 알릴 수 있었다. 카페를 만들고, 오는 11일엔 방송에 출연할 계획이다. 초등학교 학생들로부터 애정이 담긴 편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큰 변화가 없다. 민간모금(ARS) 방식으로 1회성 응급처방밖에 안되는다는 것을 본인이 더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제도 개선. 하지만 제도 개선은 너무나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아연이, 다시 턱뼈 자라고 있어


이영학씨는 지난해 성탄절 전국 일주를 목표로 자전거 일주를 시작했다. 하지만 몸 상태가 나빠져 정동진을 끝으로 전국 일주를 그만 뒀다.
이영학씨는 지난해 성탄절 전국 일주를 목표로 자전거 일주를 시작했다. 하지만 몸 상태가 나빠져 정동진을 끝으로 전국 일주를 그만 뒀다.오마이뉴스 안홍기
'유전성 거대 백악질'을 앓고 있는 아연이(4). 치아와 뼈를 연결하는 백악질이 과도하게 자라는 이 특이한 종양은 계속 뼈를 깎아내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

국내 확인된 환자가 세 명에 불과한데, 그 중 한 명은 사망했고 생존자 중 두 명이 아연이와 아버지인 이영학씨(26)라는 점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희귀한 병을 알리기 위해 이영학씨는 지난해 성탄절에 자전거 전국일주를 시작했고, <오마이뉴스>는 그 과정을 따라갔다. 하지만 이영학씨는 전국 일주를 완성하지 못했다.

12월 31일 정동진에 도착한 뒤, 무릎 통증과 감기 증상이 심해져 결국 그곳에서 여행을 끝냈다. 하지만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홈페이지(www.ayun.co.kr)를 새로 단장했고, 헤어진 가족이 다시 합쳤다.(이영학씨는 아버지와 오랫동안 헤어져 있었다.) 몇몇 방송국에 집중 소개되기도 했다.

당시 아연이 돕기에 나선 한 자전거 커뮤니티는 지금도 자전거 분양 등 후원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한 방송국 소개로 출판작업에 들어가 3~4월이면 수기와 만화책이 나올 예정이다.

오는 3월 2일 아연이와 아버지 이영학씨는 서울대 병원에서 종합검사를 받는다. 아연이의 병 진행 상태를 확인하고, 아버지의 골반뼈를 아연이에게 이식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서다. 종양이 제거된 아연이 얼굴이 무너지지 않도록 턱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아연이는 지난해 말에 비해 턱뼈가 많이 자라 있어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번 수술비는 지금까지 받은 후원금으로 해결하고, 다음 수술비는 하트하트재단이 지원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이영학씨는 오는 3월부터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돕는 일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잠실 부근에서 물품을 판매하고 공개모금을 할 계획. 여기서 생긴 수익금은 전액 기부한다. 이영학씨는 어려운 처지의 할머니 두 분을 선정해 놓았다고 밝혔다.

이연화씨, 종이학 선물 받아

이연화씨(가명)가 이번 기사가 나가는 동안 새 단장한 카페.
이연화씨(가명)가 이번 기사가 나가는 동안 새 단장한 카페.오마이뉴스 김대홍
지난 주 한 교사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진행성 골화성 섬유이형성증(FOP) 환자인 이연화씨(가명)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FOP는 자라면서 온 몸 근육이 점차 뼈로 바뀌는 병으로 일명 '뼈의 감옥'이라고 불린다. 국내 환자수는 20~30명 정도로 추정하는 희귀병이다.

해당 교사는 인천 B초등학교 6학년 교과전담이었다. 그는 기사를 보고 난 뒤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 아이들에게 좋은 공부가 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이들은 '안타깝다'고 하면서 도와주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타깝다."
"불평불만 많았는데 사는 것에 감사한다."
"건강하다는 것이 고맙다."
"의사가 돼서 치료약 개발하고 싶다."
"기도하겠다."


개학한 첫 주말 동안 아이들은 종이학을 접었고, 그 선물과 함께 편지를 이연화씨에게 보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이 교사는 "새학기 담임 맡게 되면 희귀병 환자들을 위해 아이들과 여러가지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사가 나간 이후 이연화씨는 카페(5279.giveu.net) 문을 새로 열었고, 오는 11일 저녁 11시 55분 SB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에 출연한다.

달라진 것 없는 현실, 희망은 어디에

근육병 환자인 최광훈 서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를 개선하는 게 최대 관심사다.

그는 얼마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찾아가 정부지침을 개선해줄 것을 요청했다. 여기엔 ▲상한시간 폐지(현재 월 최대 80시간) ▲자부담 폐지 ▲차상위 200% 대상 제한 폐지 등이 포함돼 있었다.

월 최대 80시간이라면 하루 최대 2시간 30분에 불과한데, 이 시간만으론 '밥 먹고 화장실 가기'에도 벅차다는 것. 그러나 보건복지부에선 여러 이유를 들어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다.

화상을 입은 것처럼 온 몸에 붉은 반점이 나 있는 '스터지웨버 증후군' 환우 은총(4)이는 최근 성남의 한 병원에서 퇴원했다. 한쪽 손발 마비를 치료하기 위한 물리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6개월 기간이 끝났기 때문이다.

대기자가 많이 밀려 있어 앞으로 다시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선 1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아버지 박지훈씨(32)는 이와 같은 병원이 지방에도 생겼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근육병 환우 민구. 간병인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은 여전하다.
근육병 환우 민구. 간병인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은 여전하다.김혜원
근육병 환우 민구(10)와 유성희씨는 장애인수당과 최저 생계비 지원을 합해 한 달 58만원 지원금으로 살아간다고 보도가 됐다. 유성희씨가 간절히 원한 요구사항은 활동보조인 지원. 보조인 지원이 되면 유성희씨가 일을 나갈 수 있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생활을 기대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현재 만 18세 미만인 경우는 등하교 보조서비스만 지원이 돼 이러한 기대는 물거품. 또한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를 바로잡아 줄 보정용 신발 등 보장구 등이 필요하지만, 민구의 보장구는 희귀난치질환 관련 긴급의료비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아직껏 제도 개선 움직임은 없어 민구와 유성희씨의 어려움은 여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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