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시내에서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오마이뉴스 권우성
'가속페달' 대신 '멀리' '길게' 봐야
이처럼 공무원을 중심으로 한 자전거 타기 운동이 매번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적응 문제다. 평소 자전거를 타지 않은 상태에서 타게 되면 엉덩이가 무척 아프다. 이후 손목·팔목·목 등 곳곳에서 이상 신호가 오게 마련이다. 웬만한 의지 없이는 이런 불편을 감당하기 힘들다.
복장 문제도 들 수 있다. 공무원들은 대부분 양복을 입고 출퇴근한다. 양복 바지를 입은 상태에서 바지에 기름이 묻지 않고 체인에 감기지 않기 위해서 몇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자전거는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달리기 때문에 언덕을 오르거나 적당한 기온 하에선 땀이 나오게 마련이다. 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출근한 뒤 씻을 곳이 마땅치 않거나 업무를 볼 상대방에게 결례가 된다고 생각했을 경우 자전거 타기를 주저하게 된다.
차도 운행 문제도 쉽지 않다. 해당 공무원이 자전거를 타고 차도를 탄 경험이 없을 경우 승용차와 버스 사이에서 달리기가 버겁다. 그렇다고 인도로 올라오면 사람에 치여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 이럴 때 자전거가 결코 효율적인 교통수단이라고 생각하긴 힘들다.
긴급조치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없을 땐 큰 곤란에 빠진다. 펑크가 났을 때, 체인이 빠졌을 때가 흔한 경우다. 특히 요즘 펑크를 때울 수 있는 수리점이 많이 없어 이럴 땐 그냥 자전거를 버릴 수밖에 없다.
기어를 바꾸다가 체인이 빠졌을 때도 장갑이 없으면 맨손으로 걸어야 한다. 이때 손에 기름때가 묻게 되는데, 업무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전거를 타기는 어렵지 않지만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자전거를 쉽다'고만 생각한다면 '쉽게' 포기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시장이나 상급자에 의해 자전거 타기가 시작됐을 때, 상급자가 바뀌면 운동 열기는 급속히 식을 수밖에 없다.
자전거타기, 쉽게 생각하면 쉽게 포기
최근 최근 <경남도민일보>가 보도한(2월 7일) 창원시 공무원들 출퇴근 교통수단 설문조사를 보면 자전거 타기를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1491명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현재 자가용 이용자가 1047명(70.2%)으로 압도적이며, 버스 119명(8%), 자전거 30명(2%), 도보 295명(19.8%)순이다. 이중 자전거 출퇴근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234명(15.7%)에 불과했다.
찬성의견을 보이는 사람들도 실제 출퇴근을 시작하면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비춰보면 실제 자전거 타기에 나설 사람이 많진 않을 전망이다.
녹색자전거봉사단의 한만정 단장은 "자전거 특별구인 송파구도 구청장의 의지 아래 2000년 공무원 자전거 타기를 시도한 적이 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면서 "한 사람이 주도하는 자전거 타기 운동은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자체장의 교체 등 변동이 있을 경우 자전거 타기는 얼마든지 무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행정자치부의 자전거 타기 지원이 1회성으로 끝났던 것도 이런 분위기를 키우는 데 한몫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자전거 타기는 밀어붙이기식이 아니라 충분한 교육을 통해 자발적으로 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에게 당장 자전거 타자고 요구하기 전에 오랜 세미나와 토론, 회의 등을 통해서 '자전거를 탈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자는 것.
자전거는 느린 교통수단이다. '가속페달' 대신 '천천히' '멀리' 보는 자전거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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