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쑤성의 농촌 풍경입니다. 장쑤성은 차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도 산이 보이지 않았습니다.이승숙
@BRI@우리 옆집 최옥자(59) 아줌마는 나더러 늘 그랬다.
"나는 65살 될 때까지 원 없이 여행 다닐란다. 늙으면 다리에 힘 빠져서 여행 다니고 싶어도 못 다녀. 그러니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열심히 여행 다녀야지."
그 아줌마는 실제로 일 년에 두 번 이상 해외여행을 다닌다. 특별히 여유가 많아서 그리 하는 것도 아니다. 아줌마 말에 의하면 집 꾸미는 데, 옷 사는 데 돈 안 쓰고 그 돈으로 해외여행 다닌다고 했다.
아줌마는 나에게도 여행을 다니라고 권했다. 큰 돈 안 든다며 한 달에 몇 만원이라도 모아서 여행 다니라고 그랬다. 아줌마가 해주는 말을 들으면서 나는 나와는 그다지 상관없는 이야기로 치부해 버렸다. 우리 집엔 한창 공부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돈 들어갈 일이 까마득한데 무슨 여행씩이나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다리에 힘 빠지면 여행도 못 다닌다
마음만 있으면 누구라도 다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시대가 되었다. 예전에 일본 여행객들이 인솔자의 인도 아래 해외를 휩쓸던 시대처럼 지금은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
세계 유명 관광지에서는 한국말이 심심찮게 들려올 정도로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높아졌다. 그래서 지금은 누구나 국내여행 다녀오는 기분으로 해외여행을 하는 시대다.
나도 해외여행 할 기회가 몇 번 있긴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흐지부지하게 중동무이가 되고 말았다. 구체적인 여행 계획도 없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여행을 해야겠다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늘 유야무야 넘어가 버리곤 했다.
2006년 3월부터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글을 한 편 올리면 대개 1만 원 정도의 원고료를 받는다. 사실 어떻게 보면 들인 공에 비해서 원고료가 형편없이 적다. 기사 한 편을 올리기까지 들이는 시간과 공력에 비한다면 원고료는 턱없이 적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고료를 바라고 글을 쓰진 않을 것이다. 돈보다는 다른 것들, 이를테면 자기 만족감이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기사거리를 찾고 글을 쓰는 것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돈을 바라고 글을 쓴 건 아니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돈이 꽤 모여 있었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고 일만 원밖에 안 되는 그 돈들이 모여서 꽤 큰돈이 되어 있었다. 지난 5월쯤에 나는 호기롭게 외쳤다.
"여보, 내가 당신 중국여행 시켜줄게. 비행기 표는 내가 책임진다."
그때 내 누적원고료는 10여만원 가까이 적립되어 있었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원고료가 몇 달 모이니까 제법 돈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말로만이라도 한 번 크게 인심 써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