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야스쿠니 참배저지 전략 성공하나

지난해 방문한 아베 총리를 또 초청?... 일본 언론 '대외외교 중시' 해석

등록 2007.02.13 17:42수정 2007.02.14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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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야스쿠니신사의 본전.

야스쿠니신사의 본전. ⓒ 야스쿠니신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문제와 관련하여 아이마이 전술(애매모호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데 대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일본 언론의 표현을 빌리면 호호에미 전술(미소 전술)을 펼치고 있다.

@BRI@호호에미 전술이란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할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 중·일 정상회담을 개최함으로써 야스쿠니 문제의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대인 마크’라 할 수 있는 중국의 새로운 접근법은 다분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야스쿠니 문제로 인해 국제관계가 시끄러워지면, 올림픽 개최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러한 고려 하에 중국은 금년 4월에 원자바오 총리를 일본에 보내고, 9월 하순에서 10월 초순 사이에는 후진타오 주석을 일본에 보낼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 외에도 중국은 작년 12월부터 일본 자민당 및 공명당의 고위 인사들을 중국에 초청하여 환대를 베풀어 왔다. 양국간의 고위급 회담을 통해 일본측 지도자들의 야스쿠니행(行)을 사전에 봉쇄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4월과 10월에는 각각 야스쿠니신사의 춘계례대제와 추계례대제가 열리며, 이 시기에는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수뇌부가 4월과 10월을 일본 방문 시점으로 잡은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8·15에 참배할 가능성도 있지만, 중국 측에서는 ‘아베 총리가 설마 그런 무모한 행동까지 하겠는가?’라며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 중국은 일단 금년에는 4월과 10월의 참배를 사전에 차단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12일 갑자기 중국 측이 “후진타오 주석의 연내 일본 방문 일정을 추진하지 않는 대신에 오는 10월 아베 총리를 중국에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고 13일자 <요미우리신문>, <산케이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

베이징에서 누카가 후쿠시로우 전 일본 방위청장관과 회담한 탕자쉬안 중국 국무위원이 “후진타오 주석의 연내 일본 방문은 정치일정 상 곤란하다”며 “원자바오 총리가 4월에 일본을 방문하는 기회에 아베 총리에게 10월 중국 방문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중국 측이 아베 총리를 10월에 중국에 초청하려 하는 의도와 관련하여 일본 언론들에서는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리고 <산케이신문>에서는 “중국이 일중관계 강화를 위해 적극적 자세를 내외에 어필(appeal)하려는 의도가 있다”면서 중국 측의 움직임을 ‘대일 중시 어필’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대일 외교 '중시인가'? '길들이기인가'?


a 2월 13일자 <산케이신문>

2월 13일자 <산케이신문> ⓒ 산케이신문


중국 측의 ‘아베 총리 10월 초청’ 움직임에 대한 일본 언론의 분석은 위와 같이 ▲10월 야스쿠니 참배를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것 ▲대일 외교 중시를 천명하기 위한 것으로 요약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 후자는 아무래도 다소 비약적인 분석인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아베 총리를 10월에 중국에 초청하는 것은 해석 여하에 따라서는 일본을 길들이기 위한 것으로도 분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취임 직후인 작년 10월에 이미 중국을 방문한 바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 후진타오 주석의 답방이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대일 외교 중시 차원에서 중·일 정상회담을 계획하는 것이라면 이번에는 당초 계획대로 후진타오 주석이 일본을 방문하는 게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을 도쿄로 보내는 게 아니라 10월에 일본 총리를 베이징으로 ‘불러들이는’ 쪽으로 선회했다. 문제의 10월에 아베 총리를 아예 베이징에 ‘잡아두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다분히 상국과 하국의 관계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10월에 중국 측이 방문하겠다던 당초의 계획을 뒤엎고 일본측더러 10월에 중국을 방문하라는 것은 해석 여하에 따라서는 일본을 무시하는 혹은 길들이려는 것으로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더라도, 베이징 올림픽 때문에 중국이 과거와 같은 강경 태도를 취할 가능성은 낮다”(1월 4일자 <산케이신문>과 일본 외교소식통의 인터뷰)면서 중국이 다소 저자세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일본측의 기대가 약간은 빗나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또한 이것은 야스쿠니 참배를 막기 위해 종전의 강경 자세를 버리고 온건한 접근법을 취하긴 했지만, 어떤 경우에도 일본에게 저자세를 취하지는 않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의중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야스쿠니 문제와 관련하여 급한 쪽은 중국이 아니라 일본임을 각인시키기 위한 무언의 시위인 것이다. 중일 정상회담이 조속히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하면 중국보다는 일본이 더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위와 같이 중국은 야스쿠니 참배를 저지하기 위해 유화적인 자세를 취하면서도 자존심을 잃지 않기 위해 원래의 계획을 바꿔 아베 총리를 베이징으로 불러들이려 하고 있다. 작년 10월에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아베 총리를 중국 주석이 답방도 하지 않은 채로 다시 한번 중국에 불러들이려는 것이다. 이를 ‘대일 외교 중시’라고 평가하는 일본 언론의 분석은 다소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중국은 과연 오는 10월에 아베 총리를 베이징에 묶어둘 수 있을까? 양국의 자존심이 걸린 이 사안에 대해 일본측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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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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