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잡지 "한국 군사력 세계 2위, 일본은 22위?"

<다카라지마> 3월호에 실려...아전인수격 평가에 <환구시보> 비판

등록 2007.02.14 11:06수정 2007.02.1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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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다카라지마사 홈페이지의 '월간 다카라지마' 코너. 왼쪽 하단에 3월호 <다카라지마>의 표지가 보인다.

다카라지마사 홈페이지의 '월간 다카라지마' 코너. 왼쪽 하단에 3월호 <다카라지마>의 표지가 보인다. ⓒ 다카라지마사

군사 전문가들은 일본의 군사력을 세계 3~5위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30년 역사의 일본 월간지 <다카라지마> 3월호(1월 25일 발행)가 일본의 군사력을 세계 22위로 평가한 기사를 내놓아 <환구시보> 등 중국 언론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군사력 랭킹 세계 베스트 50'(軍事力ランキング 世界ベスト50)이라는 기사에서 이 잡지는 한국은 세계 2위, 중국은 세계 4위라고 평가하여 중국측 전문가들을 아연실색케 하고 있다.

@BRI@일본 다카라지마사(社)에서 발행하는 <다카라지마>는 1973년 7월 10일 <원더랜드>(WonderLand)라는 이름으로 창간된 잡지로서, 현재는 비즈니스 전문지의 체제를 취하고 있다. 다카라지마사는 현재 영문판 <원더랜드>를 포함하여 여러 종의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3월호 기사에서 <다카라지마>는 전 세계 약 200개 국가를 대상으로 6개 분야의 군사력을 평가했다. 방위비, 정규군 규모, 무기 수출, 무기 수입, 컴퓨터 보급률, 국제분쟁 참여가 그 6개 분야다. 평가 방법은 각 분야의 상위 50개국을 선정하여 1위에게는 50점, 2위에게는 49점, 50위에게는 1점씩을 부여한 다음에, 6개 분야의 총점을 합계하여 종합 순위를 집계하는 것이다.

6개 분야를 종합한 결과, 1위는 미국(300점 만점에 288점), 2위는 한국(235점), 3위는 영국(229점), 4위는 중국(224점), 5위는 인도(219점)로 나타났고, 일본(135점)은 22위로 나타났다고 <다카라지마>는 보도했다. 이 조사에서 미국은 방위비에서는 1위를 차지했지만, 국제분쟁 참여에서 이라크에 뒤져 2위가 되었고, 컴퓨터 보급률에서는 스위스·스웨덴에 뒤져 3위가 되었다.

그런데 <다카라지마>의 분석에는 다음과 같은 4가지 한계가 있다.

첫째, 위 점수는 절대 평가가 아닌 상대 평가에 기초한 것이다. 왜냐하면, 각 분야의 1~50위에게 일률적으로 50점에서 1점까지 부여한 다음에 그것을 단순 합산했기 때문이다.


둘째, 구체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직관에 근거한 것이다. 그 점은 "이번 순위 배열은 전투기·군함 등 하드웨어의 표면적 숫자에 근거한 게 아니라, 군사전문가들이 각종 언론 자료를 토대로 종합적이고 전체적인 각도에서 추산해 낸 끝에 도출된 것"이라는 <다카라지마>의 표현에서 그 점을 엿볼 수 있다.

셋째, 컴퓨터 보급률 항목은 군사력과 전혀 관계없이 계산되었다. <다카라지마>는 "각국 군대의 컴퓨터 보급률은 대외비라서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국민 100명당 컴퓨터 보급률로 군대의 보급률을 추산한 것임을 인정하였다. 컴퓨터 강국인 한국에게는 '불리'한 항목이라 할 수 있다.


넷째, 2월 3일자 중국 <환구시보> 보도처럼, <다카라지마>의 군사력 평가에서는 군사력의 주요 지표 중 하나인 군사훈련의 강도가 빠져 있다. 항목 선정이 다분히 작위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군사훈련 항목이 추가되면, 매년 강도 높게 진행되는 미·일 합동군사훈련 때문에 일본의 점수가 훨씬 더 올라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같은 작위적인 항목 선정은 한국에게 처음부터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재래식 정규군의 규모, 컴퓨터 보급률, 국제분쟁 참여 등에서 한국의 점수가 높게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이 22위로 밀려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할 것이다. <다카라지마> 표현에 따르면, 일본은 무기 수출과 해외 파병을 하지 않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 두 항목에서는 점수가 각각 0점이었다는 것이다. 자위대가 실질적으로 해외에 파견되고 있지만, 자위대는 군대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그런 계산이 나온 것이다.

<다카라지마>가 한국 및 중국을 각각 2위·4위에 배치한 배경과 관련하여 <환구시보>는 "주변국에 대한 (일본의) 경계심이 강함을 표출한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한국을 2위에 배치한 이유에 관하여는 "한반도 긴장 국면을 과장하기 위한 의도"라고 평가했다.

<환구시보>는 또 일본 언론이 일본의 군사력을 낮게 평가한 이유와 관련하여, 분석가의 말을 빌려 "(이는)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위한 구실을 찾고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위와 같이, 일본 잡지가 자국의 군사력을 낮게 평가하면서 한국·중국의 군사력을 각각 세계 2위 및 4위로 올려놓아 중국 전문가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평화헌법 제9조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일본에서 개헌 분위기 조성을 위해 여론몰이에 나서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다카라지마> 보도는 이제껏 일본 우익세력이 즐겨 외치던 구호와도 사뭇 달라서 당혹감을 안겨 주고 있다. 이제까지 일본 우익들은 자위대가 7개 항목에서 세계 1위라면서 자국의 군사력을 자랑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 일본인들이 이제는 자국의 군사력을 축소 조작하고 있다. 개헌과 군사대국화로 가기 위한 '일보 후퇴'라는 느낌을 지울 길이 없다.

매월 들려오는 국제축구연맹의 피파 랭킹은 한국 축구팬들에게 실망감만 안겨 주고 있다. 그런데 한국 군사력이 세계 2위라는 일본 잡지의 보도에도 한국인들은 별로 기뻐하지 못할 것 같다. 일본의 '군사력 피파 랭킹' 조작이 평화헌법 개정을 위한 여론몰이의 일환일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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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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