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암의 기암괴석김대갑
한명회는 아주 그로테스크한 인물이었다. 엉뚱하면서도 기이했고, 괴상하면서도 치밀했다. 개경의 경덕궁지기에서 영의정으로 입신양명하였으며, 예종과 성종의 장인이 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1504년에 발생한 갑자사화 때는 연산군에 의해 부관참시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명문가의 자제로 태어났으나 번번이 과거에 낙방하여 40세에 겨우 궁지기란 벼슬을 받았다. 그것도 음서제도의 덕택으로.
수많은 소설과 드라마에 단골로 출연했던 한명회. 간악한 모사꾼의 대명사이자 음침한 지략가의 전형. 그리고 백성들을 수탈했던 가장 대표적인 양반, 한명회. 그는 추암의 절경과 파도치는 해변을 가리켜 '능파대'라고 감히 작명했다.
'능파'란 파도 위를 걷는다는 뜻이다. 주색잡기를 유독 밝혔던 그인지라 미인이 파도 위를 걷는다는 음험한 상상을 절경 속에서 유추해 낸 것이다. 그러나 추암은 그의 작명을 거부할 것이다. 미인의 걸음걸이를 닮았다 하여 '능파대'라고 이름 지었다는 그의 서툰 작명을 강한 몸짓으로 거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