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시간 동안 빚고 쪄낸 천 개도 넘는 만두들김혜원
두부를 한모나 한모반 정도를 넣으면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대형만두피로 약 100여개 정도의 만두를 만들게 되니 4인가족이 먹기에 적은 양은 아니랍니다. 그런데 두부가 열다섯 모라니. 저희 외갓집 만두소의 양이 얼마 만큼인지 짐작이 가시지요?
친정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처음 맞는 설. 친정 엄마와 함께 나이 드신 외할머니의 만두만들기를 도와드리러 외갓집에 갔습니다. 기왕에 하는 거 한집에서 만들어 나누어 먹자고 한것인데 외갓집, 우리집, 이모네집, 숙모집 이렇게 네 가족이 먹을 양을 만들다보니 재료가 거의 공장수준인 것이지요.
아침 일찍 내려오라는 외할머니의 지청구에 서둘러 앞치마를 꾸려 가니 오전 열시. 김장 때나 사용할 만한 빨간 고무다라이 가득 만두소가 버티고 있습니다.
커다란 베개만한 밀가루 반죽 다섯개를 얇게 밀어 만두피를 만들고 그것을 스텐 종발로 떼어내 만두를 만들어야 한다니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할머니, 이거 누가 다 먹어요? 웬 걸 이렇게 많이 하셨어요?"
"말 할 새 있으면 얼른 만들어라. 하다보면 다 하게 되어 있어. 지난해보다 적게 했구먼 뭘그래. 옛날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끄응~'
노인들과의 말싸움은 결과가 정해져 있지요. 길게 말할수록 젊은 사람이 손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