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은 사무엘의 마음으로 대선을

[주장] 구약은 성황당이 아니다

등록 2007.02.20 14:58수정 2007.02.2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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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이 "한국 기독교는 정치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독재정권 시절 한국 교회는 조찬기도회를 열거나 반독재투쟁을 하거나 아니면 '순복음'을 외치며 거친 세상과는 무관하게 사는 것이 신앙적이라고 하던 다양한 입장이 있었다.

그러던 기독교가 한손엔 성조기를 한손엔 태극기를 들고 격앙된 목소리로 이념투쟁의 전사가 되었고 사학법을 둘러싸고는 삭발투쟁도 불사하며 현 정권의 반대세력의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이뿐인가? 이젠 한발 더 나아가 '장로 대통령'을 꿈꾸며 제정일치를 이뤄보겠다는 심산이다.

아직은 일부 대형 교회만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한국 기독교의 특성상 가벼이 볼 일만은 아니다. 기독교인은 정치에서 손을 뗄 수도 없고 떼어서고 안 된다. 나라와 민족의 운명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기도하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구해야 하는 것이 기독교인의 의무다.

그러나 그 방식은 신앙인의 자세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스라엘의 초대왕 사울은 백성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로 왕위에 올랐다. 그러나 그의 말년엔 고집스럽고 잘못을 시인하지도 않으며 권력욕에 사로잡혀 백성의 마음으로부터 떠나고 만다.

이스라엘은 새로운 왕이 필요했다. 이때 사무엘은 이새의 집에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있다는 야훼의 이끌림에 따라 베들레헴으로 간다. 이새는 사울왕의 전장에 나가있는 세 아들을 불러 사무엘에게 면접을 보게 한다. 사무엘은 큰 아들 엘리압을 보자 속으로 "이 사람이 바로 그로다" 생각하였다. 그러나 야훼는 사무엘에게 속삭였다. "나는 겉모양만 보지 않는다. 나 야훼는 속마음을 들여다본다." 둘째 아미나답또 셋째 삼마도 모두 퇴짜를 맞았다. 이렇게 일곱 아들을 보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무엘이 그 밖에 아들이 없느냐고 묻자 이새는 민망한 표정으로 양치기 막내가 있긴 하다고 말한다. 사무엘은 그 소년을 데려오라고 하여 첫 대면을 한다. 이것이 사무엘을 통하여 다윗이 선택받는 장면이다. 궁중의 악사로 전쟁의 소년 병으로 나중엔 사울의 질투로 쫓김을 당하는 우여곡절을 겪고 난 다윗은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왕으로 기록되었다. 이 세상 모든 권력자들이 다윗과 같은 왕이 되게 해 달라고 염원하는 것은 이런 극적인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땅에서는 사람 셋만 모이면 대선후보이야기는 필수다. 검증공방도 시끄럽다. 어떻게 선택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설왕설래 분주하다. 마침 우리도 예닐곱 명의 후보가 자천타천으로 백성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잣대로 호불호를 말하고 있다.

어떤 눈으로 어떤 마음으로 이들을 바라보아야 하는가? 아직도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는 노무현 정권 때문에 마음 둘 곳을 잃어버린 백성의 판단이 어디를 향해야 할지 방황하고 있다.


"경제를 발전시킬 것 같다", "이념적으로 치우치지 않을 것 같다" 그 판단의 기준도 다양하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실망과 미움이 더 큰 판단의 기준이 되어 있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 그 많은 후보 중 어느 누구도 국민들 앞에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국민들도 진심으로 행복한 지지를 못하고 있다. 모두들 자신과 자신들의 이해집단이 우선이다. 기독교마저도 예외가 아니라고 도올은 일갈한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너무 싫어 그 반대편이면 된다"거나 아직도 "평화개혁세력의 대통합"이라는 지난날의 편짜기를 반복하려는 것이거나 하는 것은 모두 과거 지향적이다.

노무현에 대한 실망이 박정희식 개발론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것이나, 입으로만 평화 개혁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토건개발에 의지한 현 집권세력이나 이제는 그 수명을 다했다.

"용모로 사람을 보지 않는다. 사람의 눈으로 보지 않는다. 속마음을 본다."

이것이 한국 기독교가 지켜야 할 원칙중의 원칙일 것이다.

기독교인은 사무엘의 마음이 되어야 한다. 장로대통령이니, 친미반북대통령이니, 아니면 그 반대의 어떤 논리든 그것은 사람 즉 그것도 일부 이해관계의 대변에 불과한 것이다. 기독교가 스스로 그 이해관계의 일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구상에 수많은 왕조가 명멸했어도 하나님은 지금도 그대로의 모습이듯이 참기독교인은 사무엘이 이스라엘을 위하여 기도하듯이 그런 심정으로 살아야 한다. 자신들의 속세적 이해와 이데올로기가 신앙보다 우위에 있는 교권의 타락을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대한민국이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으로 부유하면서도 온 백성이 고통에 신음하는 것은 바로 영적인, 정신적인 빈곤에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교회가, 교권이 정치를 하는 것은 이미 스스로 신앙적이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야훼가 신실한 선지자 사무엘을 왕에 앉히지 않은 단순한 이유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한다. 도올의 말대로 한국교회는 세계 교회사에 유례없이 아직도 열광적이다. 그 열광을 속세적 이해에 사용한다면 한국 교회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예닐곱 명 후보 중에 대통령이 없을 수도 있다. 그것은 하나님이 백성을 통하여 어떤 뜻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된다. 국민들도 대통령은 하늘이 낸다고 하지 않는가?

자신들만의 이해관계와 이익을 대변하는 이념에 따라 사람을 보지 말고 진정 하나님의 원칙과 나라와 민족의 나아갈 길에 지도자가 될만한 사람이 누구이겠는가 저 베들레헴 구석까지 찾아가는 사무엘의 심정이 기독교인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교회와 교권은 정치를 해선 안 되지만 기독교인은 나라와 민족의 장래에 대하여 깊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사람의 이해로 사람을 보지 말고 진정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백성의 선택을 기다리는 지도자를 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럴 때에 구약은 성황당이 아니라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되는 것이다.

이 땅의 크리스천들이 진실로 진실로 사무엘의 심정으로 2007년을 살기를 기도한다.

2007년 2월 20일

전 국회의원 이철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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