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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순천시 해룡면 농주리 솔터 마을이 내가 태어나고 중·고등학교 시절까지 보낸 나의 고향이다. 전국의 사진 작가들에게 잘 알려진 순천만 갈대와 S자 수로 사진을 찍으려면 우리 마을 바로 옆을 지나가야 한다. 한마디로 한적하고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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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대로 유명한 순천만 S자 수로가 뒤로 보이는 고향 마을 전경입니다. ⓒ 양동정
내가 60년대에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총 17가구 중 2가구를 제외한 15가구 모두가 제주 양씨 집성촌으로 총 17가구에 130여 명이 거주하는 복작복작하면서도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윗집이나 앞집 모두가 같은 양씨로 형님이나 동생 아니면 누나, 고모뻘이 되는 전형적인 집성촌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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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의 가장 중요한 건물인 마을회관 겸 경로당이다. ⓒ 양동정
하지만 70년대 들어 순천 시내로 유학을 보내고, 급속히 변화하는 산업화 물결에 따라 서울로, 부산으로, 대구로, 하나 둘씩 떠나다 보니 이제 달랑 11가구에 16명의 노인들만이 거주하는 '장수마을'로 변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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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거주자와 60년대 거주인구를 정리해 보았다. ⓒ 양동정
마을에는 초·중·고·대학생은 한 명도 거주하지 않고 있다. 제일 젊은 분의 나이가 71세이시고, 열여섯 분의 평균 연세를 계산해 보니 80.06세가 된다.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76세 정도 된다는 통계를 본 것 같은데, 하물며 평균나이가 80세라니 이런 장수마을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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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로당 할아버지방에 모여 할아버지들께 합동 세배를 올리는 모습. ⓒ 양동정
마을에 고령의 노인들만 거주하다 보니, 경로당으로 사용하는 마을 회관이 가장 중요한 장소가 되어가고 있다. 설날에도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젊은이들이 정성스레 상을 차리고, 마을에 계신 노인들을 경로당으로 모시고 합동 세배를 했다. 그런데 고령으로 여기마저 참석 못하시는 어르신들이 많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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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방에 모여 할머니들께 합동세배 하는 모습. ⓒ 양동정
우리 아버님은 팔순이 훨씬 넘은 고령으로 보행도 불편하시면서도 늦게 결혼시킨 막내딸의 외손자들에게 연을 만들어 주신다고 대나무를 자르고, 작년치 달력을 오려서 밥풀칠을 하시는 등 열성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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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순이 훨씬 넘으신 고령에도 외손자들에게 연을 만들어 주시는 아버님의 정성을 뭐라 표현해야 할지? ⓒ 양동정
농촌 고령화 문제 이대로 두고만 보아야 할 것인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발생한 이농화 현상에 대해 그 이후 어느 정권에서도 관심이 약하며,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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