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어요! 천장산 의릉 나들이

도심속에 위치한 봄기운의 의릉과 천장산 둘러보기

등록 2007.02.23 18:30수정 2007.02.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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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릉. ⓒ 박민삼

연일 포근한 날씨로 올겨울이 사실상 끝났다는 기상청의 발표가 있어서일까? 오늘은 따스한 햇볕에 살랑살랑 불어대는 봄기운의 잔바람에 나른함이 느껴질 정도로 완연한 봄날씨를 느끼게 한다.

집에만 틀어박혀 있기에는 너무나 억울할 것 같은 화창한 날씨에 집에서 가까운 의릉(懿陵)을 아들과 함께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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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릉전경(뒤에 보이는 산이 천장산이다). ⓒ 박민삼

조선 제20대 왕인 경종과 그의 계비 선의왕후 어씨의 능인 의릉은 서울 동북권 조망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천장산 아래에 있다. 이곳은 한때 서슬 퍼렇던 1960∼1970년대 중앙정보부(안전기획부)가 있었던 곳으로 능 주위에는 아직도 옛 정보부 건물이 남아있다.

입구에 마주친 의릉은 어느 왕릉과 마찬가지로 깔끔하고 정갈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이곳이 다른 능과 다른 점이라면 보통 왕릉은 봉분을 좌우로 배치하는데 의릉은 두 봉분을 앞뒤로 배치한 동원상하봉(同原上下封) 형식이었다. 효종의 영릉과 같이 풍수지리설에 따라 생기가 왕성한 정혈(正穴)에서 벗어날 것을 우려하여 좌우로 배치하지 않고 앞뒤로 배치한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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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상하봉(同原上下封)으로 배치된 봉분. ⓒ 박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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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분을 둘러싼 곡장(曲墻). ⓒ 박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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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종의능. ⓒ 박민삼

경종은 숙종의 맏아들로 어머니는 장희빈으로 잘 알려진 옥산부대빈(玉山府大嬪) 희빈 장씨다. 어머니가 사사 되자, 그 이후로 원래 병약한 경종은 잦은 병세로 고생하다가 즉위 4년 만인 1724년 창경궁 환취정에서 승하하였다고 한다. 소생이 없었던 경종은 이복동생 연잉군(영조)을 왕세자로 책봉하여 왕위의 대를 잇게 하였다.

그의 둘째 부인이자 왕비인 선의왕후 역시 소생 없이 25세의 짧은 생을 마감하며 경덕궁 어조당에서 승하하였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조선왕조 500년 역사에 이렇게 아무런 흔적없이 조용히 가신 분들이 또 있을까. 물론 어머니인 장희빈의 역사적 부각에 가려졌을는지는 몰라도 아버지인 숙종의 장기집권으로 늦은 나이인 32세에 왕위를 물러 받자마자 4년이라는 짧은 재임기간을 걸쳐 승하하였으니 말이다.

어쨌든 짧은 생이었지만 그들이 잠든 곳엔 오늘도 따스한 햇볕이 이들의 명복을 밝혀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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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산 중턱에서 바라본 도심전경. ⓒ 박민삼

햇살이 유난히 능을 향해 강렬한 빛을 내쏟고 있다. 그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능을 옆에 끼고 우측의 산책로를 따라 천장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10여 분을 오르니 금새 산 중턱에 다다른다.

멀리 불암산, 수락산과 도봉산, 삼각산이 손에 잡힐 듯 시원스레 눈앞에 펼쳐진다. 촘촘히 박혀있어 답답해 보이는 잡다한 건물과 아파트들이 주변 산들에 에워싸여 그 모습이 꼭 거대한 산세에 둘러싸여 있는 거친 호수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망대에 오르자 그 느낌은 더욱 더해진다. 시원한 바람만큼 좋은 날씨에 시야까지 거침없으니 가슴까지 뻥 뚫린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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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산 자락에 위치한 의릉. ⓒ 박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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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산 산책로. ⓒ 박민삼

왠바람이 이리도 시원할까. 상쾌하고 괜히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그동안 바동바동 멀리 유명산만을 찾아 떠났던 조급함이 후회가 된다. 더디지만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어떤 곳이든 그곳엔 감동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여유가 나에겐 부족한 것 같으니 이를 어쩌랴.

전망대에서 조금 더 올라서니 정상엔 웅장하게 서 있는 군사시설물인 방공포가 자리하고 있다. 곧바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108계단을 타고 하산길로 이어진다. 하산길은 오름길보다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한 거리였다. 하산하다 마주친 옛 정보부 건물을 보면서 이곳에는 과거와 현대, 그리고 오늘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참 알찬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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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중앙정보부 건물(이곳이 1972년 7월 4일 '7.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곳이라 합니다). ⓒ 박민삼

천장산을 올라 다시 내려온 의릉에는 아직도 그 햇살 아래로 밝은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1시간여의 짧지만 긴 여운을 느끼게 해준 봄맞이 나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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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햇살에 아이의 해맑은 미소가 아름답다. ⓒ 박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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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그 길을 찾고...기록으로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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