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전 손자의 멋진 포즈정현순
23일은 우리 집에 와있는 손자의 졸업식 날이다. 그래서인가 아침부터 마음이 괜스레 분주했다.
손자는 요즘 아침 잠 삼매경에 빠져있다. 이른 아침에 유치원을 가지 않는다는 것을 어린손자도 몸으로 느끼고 있는 듯했다.
22일 밤 잠자기 전에 내게 "할머니 내가 내일 아침에 안 일어나면 할머니가 나를 안고 차에까지 가. 알겠지"하면서 다짐을 받기도 했다. 내심 걱정이 되었나보다.
@BRI@손자는 한 달 동안 쉬었지만 유치원의 배려로 졸업식을 하게 됐다. 오랜만에 부지런을 떤 덕분에 손자와 나는 유치원에 20분 정도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제 엄마 아빠는 직장 다니느라 오지 못했다. 졸업식인 만큼 유치원 입구에 꽃장사가 한두 명은 있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꽃 장사는 눈을 씻고 봐도 눈에 띄지 않았다. 주변에 꽃집도 없어 그대로 들어갔다.
유치원에 들어가니 벌써부터 와서 재잘거리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시끌벅적거리는 아이들의 소리가 듣기 좋다. 손자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 반가운지 만나는 친구들마다 얼싸안으면서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닌다. 며칠 전부터 유치원 친구들이 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손자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웃음이 가득한 손자를 보고 있잖니 27년 전 쯤 딸아이의 유치원 졸업식 풍경이 안개처럼 머릿속에 그려진다. 유치원을 졸업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그 어린 것이 자라서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아 그 아기가 자라서 어느새 유치원을 졸업한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손자의 유치원 졸업식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회가 새로웠다. 당시 졸업식이 거의 끝날 무렵에 남편이 헐레벌떡 도착해서 사진을 찍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러나 요즘은 맞벌이 부부들이 많아서인지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손자가 안내해 주는 대로 유치원을 구경했다. 무섭다는 화장실도 들어가 봤다. 교실과 조금 떨어져 있어 무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