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우선? 시민사회 중심? 인물 먼저?

임종석-이인영-김형주, 386의 대통합 방법 세 갈래 길

등록 2007.02.24 21:14수정 2007.02.24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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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이 23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이 23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끝내 되긴 될 텐데…."

'대통합신당, 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유인태 열린우리당 의원은 무거운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유 의원은 "과거엔 DJ(김대중 전 대통령)라는 제왕적 리더가 있어 그를 중심으로 통합이 이뤄졌지만 지금은 중심이 없는 가운데 다자간 통합을 해야 하는 첫 실험"이라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거라 예상했다.

23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우리당 의원 워크숍이 열렸다. 정세균 신임 지도부가 의원들과 함께 대통합 결의를 다지는 자리였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에게 원내 제1당의 지위를 내주고 현재 108명 의원이 남았다. 살 길을 찾아 상당수 의원들이 탈당했다. 남은 이들은 '질서 있게' 움직이자는 사람들이다.

이날 행사는 자정이 넘도록 이어졌다. 당의 진로와 관련한 발제와 토론이 있었다. 핵심은 통합신당의 추진 방법이다. 지난 전당대회로 대통합신당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만큼 이날 행사는 그 절차가 논의되는 첫번째 자리였다. 토론은 비공개로 진행됐고 의원들은 회의장 밖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백가쟁명'이었다. 아이디어가 조금씩 다 달랐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했다. 어렵지만 끝내는 하나의 신당으로 묶여질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제 정파들이 찢어져 각자 후보를 내고 국민경선을 통해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는 수준일 거라는 회의적 전망도 적지 않았다.

일단 지도부는 오는 26일께 대통합추진기구를 발족하고 6월까지 대통합신당을 완결, 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추진할 수 있는 준비까지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오영식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발제를 통해 대통합신당의 정체성을 '중도개혁노선'으로 제안하고, 3가지 방식의 통합 경로를 밝혔다.

우선 '일괄통합'은 제도권 내 제 정치세력과 시민사회 단체 등 평화민주개혁세력의 화두에 동의하는 세력들이 일시에 통합을 추진하는 방식. 다음은 '제3지대 통합'으로 시민사회세력이 정치권 세력을 견인해 주도권을 쥐는 방식과 시민사회 인사와 정치세력 일부가 '선도적 정치행위'를 통해 일정한 지점(일종의 통합추진위원회)을 형성해 주도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오 위원장은 "이 세 가지 방식을 적절하게 병행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요구와 내용, 시기를 반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1. 임종석 "민주당과 실질적 합의가 최우선"


a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당 차원의 합의는 다소 추상적인 수준이지만 의원들 사이에선 원칙과 방법론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87년 체제'를 함께 겪었지만 대통합의 다른 경로를 제시하고 있는 임종석, 이인영, 김형주 의원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이들은 각각 ▲민주당 우선 통합론 ▲시민사회 중심론 ▲대선후보 중심론 등으로 나뉘었다.

임종석 의원은 "반한나라당 세력의 결집을 위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실질적인 합의가 관건"이라는 입장이다. 문희상 의원도 "도로민주당이라는 비난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며 "직설적이고 공개적으로, 민주당과의 통합을 제안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임 의원은 "양당 정치의 복원"을 주장하며 "한나라당은 보수세력이 확고한 중심으로 서 있는데 이들과 경쟁하며 한국 정치를 이끌어갈 개혁진영은 사분오열되어 있다"고 말했다. '미래구상'으로 대표되는 시민사회세력과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합 신당에 함께 하면 좋지만 정치적 부담이 있다면 후보를 단일화 하는 단계에서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의원은 "이런 식의 통합방식이 국민들에게 당장 신선한 희망을 줄 것이라 보지 않는다"면서도 "과감하고 대담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주장, '도로민주당'이라는 꼬리표는 감수하겠다는 자세다. 민주당을 향해선 "동시에 기득권을 버리고 제3지대에서 헤쳐모이자"며 열린우리당 일부가 탈당해 민주당과 교섭단체를 만드는 방식에 대해선 "또 다른 계산이 숨어있는 것 아니냐"고 선을 그었다. 임 의원은 민주당 우선 통합론이 "이탈 세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2. 이인영 "시민사회 대의명분에 정치권 흡수돼야"

a 이인영 열린우리당 의원.

이인영 열린우리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인영 의원은 이와 반대다. 과거 DJ 방식의 수혈론도, 연합론도 아닌 시민사회세력에게 제도권 정치세력이 '자진 흡수' 되는 방식이다. 이인영 의원은 "정치세력 간의 조율보다 시민사회의 대의명분을 중심으로 정치권이 몸과 힘을 보태는 방식의 신당이 가장 원칙적인 방법"이라며 "민주화 세력의 정당이 열린우리당까지 오는 과정에서 형성된 개혁의 역사성이 후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87년 정신의 복원"을 주장했다. 이 의원은 "87년의 정신은 민주주의와 정의였다"며 "사회적 생존권으로서 평등의 문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주장은 진보적인 시민사회의 단일 후보를 추진하고 있는 '미래구상'과 가장 가깝다.

이 의원은 "정대화 교수의 주장에 공감한다"며 협상 막바지에 이른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공정하고 준비된 개방이어야 한다"며 "최소한의 요건들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다음 정권의 과제로 넘기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가령 개성공단의 제품이 '메이드인 코리아'로 수출할 수 없다면 재고해 봐야 한다는 식이다.

이 의원은 반(反)신자유주의를 내걸고 있는 미래구상에 대해 "신자유주의에 비판적이며 반(反)보수우경화에 견해를 같이 하는 사람들이 정권을 창출하는 것이 1차적 목표이므로 지나치게 최대 강령을 고집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토론과 협상을 통해 최대 공약수를 창출하자"고 제안했다.

#3. 김형주 "대선 후보 중심 정계개편이 바람직"

a 김형주 열린우리당 의원.

김형주 열린우리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열린우리당의 창당 정신을 강조하는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형주 의원은 '인물' 중심론을 내세웠다. "토론을 통해서 대통합의 내용을 합의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며 대선 후보 중심으로 통합신당 논의를 시작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논리다. '어떤 사람이 좋은 대통령이냐'는 주제 하에 인물 경쟁을 벌이자는 얘기다.

김 의원은 "통합추진기구를 만든다고는 하지만 막상 열린우리당 대표와 선도탈당파 대표가 만나 통합 협상하는 우스운 꼴이 연출될 수 있다"며 "범여권에서 나올 수 있는 대선 주자들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후보들의 영향력이 커지면 후보 중심의 정계개편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신당=지역신당'을 경계해온 참정연은 후보를 통해 대통합의 노선과 방법을 견인해 내겠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창당 정신을 계승할 인물을 당 안팎에서 발굴하고 돕겠다"며 "열린우리당이라는 그라운드가 아니더라도 범여권 후보들 간에 공정한 경선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는 통합론에 일희일비하며 역량을 소진하는 방식이 아니라 야전으로 나와서 한나라당과의 후보 경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참정연 소속의 이광철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 부동산 대책 입법, 사학법 재개정 논란 등에서 한나라당과의 차별성을 드러내고 전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대통합의 가치과 지향을 강조했다.

a 23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한 의원들.

23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한 의원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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