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밤은 낮보다 즐거웠다

[팔라우 여행기] 팔라우의 밤 그 추억을 나누었던 시간들

등록 2007.02.27 12:06수정 2007.02.27 12:06
0
원고료로 응원
스쿠버 다이빙을 마친 후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마친 후 가장 중요한 정보를 얻으러 호텔 카운터로 갔다. 이미 몇몇 사람들에게 주변 그리고 시내의 괜찮은 식당을 소개 받았지만 피자 같은 이탈리아 음식점이나 스시 같은 일본 음식점을 소개 시켜주었다.

팔라우 전통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에 한 번 더 물어봤으나 전통음식을 파는 곳은 따로 없는 것 같았다. 모두들 그냥 음식점에 가면 팔라우 음식도 있을 거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곳의 식당은 말 그대로 인터내셔널(International) 했다. 코로 시내에는 일본, 대만, 한국 식당이 시내 이곳 저곳에 널려있다. 이 세 나라의 식당은 너무 쉽게 찾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이빙 투어든, 스노쿨링 투어든 바다로 나가는 모든 투어에 나오는 점심 식사의 종류도 일본식 도시락, 한국식 도시락 아니면 샌드위치였다. 그 외에도 인도, 태국, 멕시코 식당까지 세계를 아우른다. 하지만 팔라우 음식점은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있는 말라칼에서 시내로 나가기 위해서는 택시를 불러야 하고 짧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왕복 10달러가 든다. 하지만 택시 그리고 걷는 것 외에는 갈 방법은 없다. 10달러짜리 밥을 먹기 위해 10달러를 들여서 가기에는 내 주머니 사정이 별로 좋지 못했다.

그래서 근처에 괜찮은 집을 소개 받고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 어두운 공장 뒤편 길을 지나서 도착한 그곳은 가게 문을 열었는지 안 열었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문을 찾아서 들어갔지만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밥을 먹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저녁 7시 밥을 먹을 시간인데 왜 아무도 없는 건지!

그 고요한 식당에서 벗어났지만 딱히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다시 슈퍼마켓에 가서 스팸 통조림을 사서 빵과 함께 먹어야 할지 거금을 들여 시내로 나가야 할지 고민의 연속이었다. 도대체 이곳은 왜 밥 먹는 것도 이렇게 어려운지 투덜거리며 숙소 앞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을 때, 나와 함께 다이빙을 했던 마이크와 조가 나타났다.

밥을 먹으러 간다는 그들과 동행하기로 하고 시내를 향해 무작정 걸었다. 우리 모두 아무런 생각이 없었고 그냥 걸었다. 나 또한 '같이 가면 무엇이든 먹겠지'라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한참을 가다 보니 도저히 시내까지는 걸어서 못 갈 것 같아 택시를 타기로 했다. 사람이 모이니 택시 비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렇게 해서 우리가 팔라우에서 처음 먹은 음식은 인도 음식이었다. 인도 음식을 먹고 싶다기보다는 큰 길가에 있었고 손님이 북적대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사람이 없는 동네에서 이만큼이나 손님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음식점이니 맛은 어느 정도 보장 받을 수 있겠지 싶었다.

한국에서도 비싸서 못 먹던 인도 음식을 이곳에서 이렇게 비싼 돈을 주고 먹는다니 약간 씁쓸한 생각도 들었지만 더 이상 헤매지 않고 이렇게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했다. 보물 찾기 하듯 팔라우에서 먹을 음식 찾기로 시작한 우리의 모임은 팔라우의 밤을 낮 못지않게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a 말라칼의 유명한 식당에서 먹은 생선요리. 데코레이션이 범상치 않다.

말라칼의 유명한 식당에서 먹은 생선요리. 데코레이션이 범상치 않다. ⓒ 김동희

그날 이후 우리는 매일 저녁을 함께 했다. 하루에 한 명씩 멤버는 추가되었다. 인도 음식점에서 만난 폴은 숙소가 시내에 있어서 항상 저녁 7시가 되면 인도 음식점 앞에 웅크리고 앉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다음 날은 함께 다이빙을 하던 리차드가 함께 했다. 식당에 가면 이렇게 저렇게 만난 다이빙 하는 사람들로 모임은 항상 커져 갔다.

또 매일매일 식당을 새롭게 찾아 다녔다. 첫날은 인도 음식, 둘째 날은 멕시코 음식, 셋째 날은 말라칼에서 찾은 유명한 음식점에서 스테이크를. 모두가 함께 한 마지막 날은 태국음식을 먹고 싶었지만 시내를 뒤지다 찾지 못해 너무 멀리까지 이동해 버린 우리는 다시 택시를 탔다.

"태국 음식점(Thai Restaurant)이 있다는데 혹 아시나요? 우리 그곳에 가고 싶어요."
" 암요. 알고 말고요. 타이 레스토랑."

다시 솟아나는 희망으로 우리는 태국 음식을 생각하며 즐거워 했는데 그는 우리를 인도 음식점에 내려주고 사라져버렸다. 인도 음식점 이름이 타지(Taj)였다. I와 J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니! 타이와 타지를 같다고 생각한 운전기사 아저씨를 보내고 어쩔 수 없이 우리는 팔라우에서 인도 음식을 이틀이나 먹어야 했다.

밥을 먹으면서 우리는 다이빙 에피소드를 쏟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물속에서 공기 떨어진 이야기를 해주니 마이크가 거든다.

"아까 가이드가 말한 갑자기 몇 미터 떠버린 사람 말이지 그 사람이 나란 말이지."
"오늘 리차드 배 뒤에서 자는 거 너무 웃겼어. 사진도 찍어놨어."

"아까 나 봤어? 바다에 들어가서 레귤레이터를 물었는데 숨이 안 쉬어지는 거야. 가이드에게 공기 통이 이상하다고 해서 보니까 내가 공기 통 밸브를 안 열고 바다에 뛰어든 거 있지."

배를 타고 한 시간 씩 이동하고 두 번 다이빙을 하고 다시 한 시간 동안 되돌아 오면 땅에 밟아도 배에 타고 있는 듯하게 내 몸이 흔들거린다. 이런 상태에 미국에서 온 마이크, 사이판에서 온 마크, 영국에서 온 폴 그리고 호주에서 온 조까지 거침없이 그들의 언어로 이야기를 하면 내 머리 또한 흔들거렸다.

어느 순간까지는 기를 써서 집중하면서 동참하지만 그 후는 듣기를 그리고 그들의 대화에 동참하기를 포기해 버린다. 하지만 낮에 있었던 다이빙 에피소드 이야기 할 때는 달랐다. 그 순간만큼은 언어를 넘어 바다를 함께 공유했다.

a 물 속에서 우리 다이빙 팀.

물 속에서 우리 다이빙 팀. ⓒ Mark from Saipan

이야기를 하는 즐거움과 견줄 만한 즐거움은 바로 사진을 보는 재미였다. 우리가 보고 가져온 바다 속 풍경들도 함께 모여 보면 그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나는 내 몸 가누는 것도 힘들어 보지 못했던 작고 아름다운 장면들을 찍어 놓은 그들이 부럽기도 했다.

비록 내가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그 사진들을 보며 하루를 정리하고 바다 속 친구들을 추억할 수 있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그렇게 매일 팔라우 밤 하늘에는 수많은 추억의 별들이 총총이 박혔다.

덧붙이는 글 | 2007년 1월 13일부터 9일간 팔라우 여행을 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2007년 1월 13일부터 9일간 팔라우 여행을 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3. 3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4. 4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5. 5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