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하는 것은 개방이 아니라 '미국화'
실익 없는 한미FTA, 대통령 결단 필요"

이해영 한신대 교수가 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등록 2007.03.02 11:53수정 2007.07.0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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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달 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인터넷신문협회 노무현 대통령 취임 4주년 합동인터뷰.

지난달 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인터넷신문협회 노무현 대통령 취임 4주년 합동인터뷰. ⓒ 오마이뉴스 이종호

대통령님께,

지난달 인터넷신문협회 인터뷰를 지켜보았습니다. 분명 대통령께서는 구중궁궐 음울한 독재자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논쟁을 즐기시고 또 잘하시는, 부분부분 지나치리만큼 솔직하고 서민적인 화법 또한 보기에 나쁘지는 않습니다. 서슴없이 대중 앞에 모든 것을 내보이는, 조용필의 노랫말처럼 '모든 것을 걸기에 외로운' 그런 몸짓 또한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BRI@하지만 한미FTA와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아쉽고 또 안타까웠습니다. 국정현안이 이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곧' 체결을 앞두고 있기에 그래서 급한 마음에 몇 가지는 꼭 챙겨서 말씀드려야 하겠습니다. 요즘 말로 '원 포인트' 논쟁 정도로 치부해 주시면 일개 서생인 저로서는 그저 반가울 따름입니다.

분명 어떤 기자분이 한미FTA와 양극화와 관련해 '유통'을 언급한 것은 좀 빗나간 느낌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개방과 관련해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들이대는 것이 유통이고, 또 '이마트'라는 산 증거가 있으니 말이죠. '유통개방하면 다 망한다고 했는데 이마트 봐라, 월마트를 이겼지 않느냐'는 얘기죠. 그렇습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진실의 전부는 아닙니다. 이마트가 들어서면 그 반경에 들어있는 중소영세상인들은 장사를 접고, 재래시장은 존폐의 위기에 내몰립니다. 이마트가 그들만의 경영노하우를 통해 월마트를 물리친 이면에는 비정규직 양산과 노조탄압의 그늘이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마트가 동네마트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반대하는 것은 '개방'이 아니라 한미FTA이고, 불공정한 시장접근

비록 월마트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분명 재벌자본입니다. 개방의 결과 동네마트가 치열한 시장경쟁을 뚫고 이마트가 된 것은 분명 아닙니다. 그래서 말씀드리건대 오히려 이마트 사례는 개방해서 경쟁력이 강화된 것이 아니라, 자본, 기술력 등 최소한의 경쟁력이 있을 때 비로소 개방하는 것이 제대로 된 경로라는 것을 역으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는 것입니다.


a 이마트 등 대형마트의 무리한 확장으로 중소영세상인들은 존폐 위기에 몰리고 있다. 지난 1월 이마트 메트로 광명점 개점에 항의하는 광명시장 상인들.

이마트 등 대형마트의 무리한 확장으로 중소영세상인들은 존폐 위기에 몰리고 있다. 지난 1월 이마트 메트로 광명점 개점에 항의하는 광명시장 상인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내친 김에 개방에 대해서도 좀 덧붙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대통령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 가운데 한미FTA는 개방인데 여기에 반대하면 쇄국이라는 게 있습니다. 개방 대 쇄국 아주 선명한 그래서 대중적 호소력이 있는 화법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한 진보진영이 개방에 반대한다는 것은 많은 어폐가 있습니다.

제가 반대하는 것은 개방이 아니라, 한미FTA이며 나아가 그중에서도 '불공정한 시장접근'입니다. 또한 개방이라는 말은 정확한 통상용어로는 맞지가 않습니다. 시장접근(market access)이 맞습니다. 자유 무역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기 위해서는 오직 공정한 경쟁조건이라는 전제하에서입니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 그 경쟁은 결국 독점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오히려 불이익이 돌아갑니다.


우리나라의 서비스산업이 그렇습니다.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만 서비스산업은 한미무역에서 최대의 적자부문입니다. 제조업에서 좀 벌어 와도 서비스 쪽에서 다 까먹는 구조인 셈이죠. 그래서 경쟁력 또한 100(한국): 219(미국)으로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공정한 시장경쟁이 되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소비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애초의 정책목표는 이러한 구조적 조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달성하기가 매우 어렵게 됩니다.

몇 해 전 우리 영화인들 틈에 끼어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뵌 적이 있습니다. 스크린쿼터의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대통령의 심중은 '그렇다 하더라도 하루도 못 줄여'에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정부가 줄인 것은 하루가 아닌 146일의 절반인 73일이었습니다.

정책주권 뒤흔드는 한미FTA 서비스분과 유보안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한미FTA 협상과정에서 드러난 쟁점 가운데 미래유보냐 현행유보냐 하는 것이 있습니다. 문광부 등에서는 미래유보를 주장합니다. 장래의 시장수급 상황이 불확실한 터에 정부가 정책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에서겠죠.

하지만 미국은 현행유보를 요구합니다. 한마디로 하자면 이제부터 한국영화 스크린쿼터 '단하루도 못 늘인다'는 것이 할리우드의 요구입니다. '하루도 못 줄인다'는 우리 영화인들을 마치 무슨 국사범 다루듯이 하던 일부 정부부처가, '하루도 못 늘인다'는 미국의 요구에 편들고 나선 것을 보면서, 우리 영화인들이 대통령께 깊은 절망감을 갖는 것을 부디 혜량해 주시기 바랍니다.

a 스크린쿼터 축소에 항의해 1인 시위에 나선 영화인들.

스크린쿼터 축소에 항의해 1인 시위에 나선 영화인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미간에 이미 합의한 서비스분과의 원칙에 '랫칫(ratchet)'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원래 톱니바퀴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게 하는 '미늘 톱니'를 가리키는 말인데, 통상용어로는 서비스 유보안의 변경은 오직 시장접근의 확대로만 움직이도록 만드는 메커니즘을 뜻합니다.

그래서 한미FTA 서비스 유보안에 현행유보로 등재된 모든 산업과 부문들은 향후 한 방향 즉 더 많은 시장접근으로만 가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좀 줄였다가 나중에 어려워지면 좀 늘이면 되지'라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랫칫조항이라는 미국적 표준을 받아들인 이상 한미FTA에서는 이것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정책주권이 위태로워지는 이런 원칙마저 우리가 대책 없이 수용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농민들의 항의에 대통령께서 언짢아하신다는 말을 가끔 접하게 됩니다. '해줄 만큼 해주었고, 대책도 세우고 있는데 좀 심하지 않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좀 전에 말씀드린 공정한 경쟁조건이라는 것을 한번만이라도 진지하게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WTO 때문에 한국의 쌀은 협상, 미국의 제로잉은 협상 제외

호당 경지면적이 대략 170배 차이 나는 조건에서, 아마 호남평야를 다 가진 지주라도 세계곡물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미국의 초국적 곡물기업과 경쟁하지는 못합니다. 덩치가 비교되지 않는 자들에게 '자유'경쟁을 강요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라는 것이 저의 소견입니다.

물론 '쌀만은' 제외할 것이라고 정부는 말합니다. 하지만 국제상품분류코드(HS Code)로 볼 때 쌀에는 16개의 소분류가 있습니다. 이 중 밥짓기용 쌀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쌀은 개방할 수도 있다는 우울한 보도도 나오고, 일반적 분류로 20여개 품목을 제외한 역사상 최대규모의 농산품 개방이 예정되어 있음을 보면서 어찌 농민들 마음이 편할 수 있겠습니까.

a 2006년 밥쌀용 미국산 칼로스쌀을 수입에 농민단체 회원들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2006년 밥쌀용 미국산 칼로스쌀을 수입에 농민단체 회원들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004년 이미 WTO/DDA차원에서 한미 쌀협상이 완료되었음에도 왜 한미FTA에서 쌀이 협상의제가 되었는지를 이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 때 정부는 WTO와 FTA는 다르다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곧 말씀드릴 무역구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미국에 대한 '제로잉' 조항 삭제를 포기했습니다. 그 이유는 미국이 이것 때문에 WTO에 제소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간단히 이렇습니다. 우리의 핵심의제인 쌀은 WTO에도 불구하고 협상의제가 되고, 미국의 핵심의제인 제로잉은 WTO를 이유로 제외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헌법은 대통령께 조약의 체결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체결할지, 안 할지 결국은 대통령께서 결정하실 일입니다. 대통령께서 연두기자회견을 포함해 과거에 '손해 보는 협상은 안한다', '하되 무조건은 아니다'고 하신 말을 기억합니다. 제 짐작으로 아마 대통령께서도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을 갖고 계신 것으로 이해합니다. 그래서 이와 관련 여러 '빅딜'설이 무성하고 또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일반의 관측입니다.

무성한 빅딜설...무역구제와 자동차-의약품, 최소 손해만 40억달러 넘어

먼저 무역구제와 자동차의약품간의 빅딜이 되면 과연 '남는 장사'일지가 문제될 것입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무역구제법으로 인해 지난 25년간 약 373억달러의 수출 손실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연 15억달러 규모입니다.

사정이 그러니 우리 수출업계에서 미 무역구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미국의 연구자들이 미국의 각종 무역구제 관련 규정이 덤핑마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 본 결과, 우리가 포기한 제로잉 조항 하나가 제외되었을 때 덤핑마진이 86% 줄어든다고 합니다.

우리가 미국의 불합리한 덤핑판정 등으로 입은 손실 연 15억달러를 놓고 보면 약 13억달러 규모입니다. 게다가 우리가 협상과정에서 '일몰재심', '비합산' 등 알맹이를 다 제외했기 때문에, 무역구제와 관련 미국이 설사 남아 있는 우리의 요구를 다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그것의 경제효과는 매우 미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자동차, 의약품 관련 미국의 요구가 다 관철될 때 우리가 지불할 비용은 어느 정도일까요. 먼저 정부는 자동차관련 세수가 4조 즉 40억달러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일 미국이 요구하는 것처럼 자동차관련 세제가 철폐될 때, 세수감소 규모는 연 40억달러가 되겠지요. 물론 자동차세 폐지가 소비자 이익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부족한 세원을 충당하기 위해 결국은 다른 목적세를 신설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그 주머니가 그 주머니일 것입니다.

또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약품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를 다 들어줄 경우 연 1.2억-2.5억달러의 추가비용을 예상합니다. 하지만 우리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피해규모를 연 10억-14억달러로 추정합니다. 그렇게 보면 결국 한미FTA의 결과 소비자들이 약값 등 추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최소 연 1.2억-최대 14억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요약하자면 무역구제와 자동차약이 빅딜될 경우 우리가 얻을 경제적 실익은 미미한 반면, 국민경제가 짊어질 비용은 41억-54억달러 규모가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한국 농산품- 미국 섬유 빅딜, 쌀 제외해도 최소 15억달러 손해

또 다른 빅딜 대상으로 언급되는 우리 농산품과 미 섬유의류분야를 봐도 그렇습니다. 각각의 대미 무역수지가 -20억달러, +20억달러니 딜의 대상이 될 법도 합니다. 그런데 섬유협회는 섬유의류 분과에서 우리측 요구인 관세철폐와 '얀 포워드' 완화가 관철될 경우 2-4억달러 정도의 추가적인 수출증대 효과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섬유의류분과에서 우리측이 미국에 실제 요구한 것을 기준으로 해서 추산해 본 결과 그 실익은 0.2억-0.4억달러에 불과하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반면 농촌경제연구원은 한미FTA 농산품 시장개방에 따른 피해규모를 -18.5억달러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 연구자가 여기에 쌀을 포함시켜 계산한 것에 따르면 그 피해규모는 -88억달러로 가히 우리 농업의 궤멸을 말할 정도 규모입니다. 그래서 만에 하나 농산품과 섬유의류가 빅딜될 경우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실익은 0.2억-4억달러 규모인데 반해, 그 피해는 18.5억(쌀 제외)- 88억달러(쌀 포함) 정도에 달하게 됩니다.

물론 아직 협상이 끝나지 않았고, 자료도 제한되어 있으며 더군다나 저의 부족한 능력 탓에 이러한 손익계산이 완전하지도 충분하지도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빅딜은 결코 '남는 장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행여 대통령께서 미국과 '죽이 잘 맞는다'고 하셨을 때, 이것이 빅딜을 염두에 두고 하신 것이 아닌지 그저 놀란 가슴에 걱정만 앞섭니다.

a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뼈조각에 이어 다이옥신까지 검출되자 지난해 12월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뼈조각에 이어 다이옥신까지 검출되자 지난해 12월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쇠고기와 투자자 제소권 등 우려 목소리에도 막무가내식으로

한미FTA와 관련된 쟁점은 이것만이 아닐 것입니다. 쇠고기만 해도 그렇습니다. 이미 4대 선결조건에 포함되어 수입재개가 결정되었을 때도 그랬지만, 최근의 논란은 더욱 우려됩니다.

우리 쇠고기 시장이 수십억달러짜리라 할 때 미국은 결코 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미국의 일관된 요구는 '뼈있는(bone-in)' 쇠고기 수입이었습니다. 그런데 뼛조각이 발견되고 그 결과 수차례 반송이 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러자 일부 정부부처가 앞장서고 조중동 등이 엄호하면서, 계약을 위반한 미육류업자가 아니라 우리 소비자가 지나치다는 식의 여론을 만들고 있습니다. 정부안에서도 '농림부 죽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미국에 편향된 일부 논리는 심지어 '뼛조각은 뼈가 아니다'는 데까지 나가고 있습니다.

투자분과의 협상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적어도 수용에 관한 한 '투자자-정부 소송제(ISD)'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우리 정부의 애초 요구는 더 이상 들리지가 않습니다. 투자자-정부 소송제의 위헌성에 대한 시민사회의 우려 목소리가 여전함에도 정부는 막무가내입니다.

우리 법에 확립되지도 않은 간접수용을 받아들이고, 여기에 '부동산가격안정', '과세' 등 예외를 확보하는 것만으로 과연 투기자본을 방어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우리의 대미 투자자를 보호한다고 하지만, 실제 혜택을 보는 것은 그 규모에서 우리와 비교되지 않고 또 투기성이 강한 미국의 포트폴리오투자라는 생각입니다.

한미FTA 협상 내용 보면, '국제화' 아닌 '미국화'

한미FTA와 관련 양극화에 대한 우려 역시 여전히 불식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그러하고 정부관계자들도 양극화는 세계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인식을 갖고 계신 듯합니다. 그래서 FTA를 통해 생긴 경제적 이익을 효과적으로 재분배한다면 되지 않겠느냐는 대안을 말합니다.

사회양극화는 참여정부에 들어와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심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매년 소득 양극화로 인해 0.1%의 GDP 감소 즉 성장 동력이 잠식될 지경입니다. 자세한 논증이 필요하겠지만 저는 한미FTA의 본질을 신자유주의로 파악합니다.

미국 FTA표준안에 기초한 한미FTA의 핵심은 사실상 탈규제와 무한 경쟁으로 요약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것은 미국식 신자유주의와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 경쟁조건이 불평등한 조건에서 이런 신자유주의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제를 수반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사회양극화 또한 심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한미FTA는 신자유주의의 결과로 생긴 양극화를 신자유주의를 통해 치유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되겠죠.

대통령께서는 이번 회견에서 한미FTA는 국제화이지 미국화가 아님을 역설하셨습니다. 상당히 인상적인 논지였다고 봅니다. 물론 어디서 어디까지가 국제화이고 또 미국화인지 엄밀히 구분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2005년 세계은행이 펴낸 보고서는 EU형, 개도국형과 비교해 미국형 FTA의 특징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 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따르면 미국형 FTA는 특히 서비스, 투자분야에 있어 시장접근을 제한할 분야 즉 개방안 할 분야만 적시하는 포괄주의(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을 광범위하게 채택해 이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현재와 미래의 모든 분야는 자동 개방하도록 하고, 앞서 말씀드린 래칫조항, 그리고 투자분야의 이행의무부과 금지조항도 WTO의 '무역관련투자조치협정 플러스'(TRIMS+)방식을 일률적으로 채택합니다.

a 지난해 11월 29일 '한미FTA저지 2차 범국민총궐기대회'  당시 을지로입구 네거리를 점거한 채 기습시위를 벌이는 참가자들.

지난해 11월 29일 '한미FTA저지 2차 범국민총궐기대회' 당시 을지로입구 네거리를 점거한 채 기습시위를 벌이는 참가자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실익 없는 한미FTA, 대통령이 결단 내려야

지적 재산권도 그렇습니다. 글로벌 스탠다드라 할 WTO의 '무역관련 지재권협정(TRIPS)'에서 훨씬 더 나간 'TRIPS 플러스' 방식을 요구합니다. 사실 미국의 통상외교에 있어 상품분야는 자동차, 의약품, 쇠고기, 농산품 정도를 제외하고 전략적 관심이 덜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미국이 세계최강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서비스, 투자, 지재권, 전자상거래가 더 중요합니다. 실제 미국경제가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내고 있고, 자신들의 경쟁력이 최강이니만큼 최고수준의 시장접근을 요구하는 것이 그 이유가 될 것입니다.

저로서는 이 분야에 있어 우리가 거의 다 밀렸다고 봅니다. 그렇게 본다면 한미FTA는 국제화라기보다 오히려 미국화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국제화는 반대할 이유도 없고 또 그래서도 안될 것이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하지만 미국이 자국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련한 아메리칸스탠다드를 글로벌스탠다드로 착각하고 이를 묵수할 이유 또한 없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모든 것을 꼼꼼히 잘 챙기고 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라'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협상의 막바지에서 우리 시민사회는 한미FTA가 실로 '체결을 위한 체결'로 가고 있다는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전히 믿고 있습니다. FTA는 정책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것이 목적이 되어, 이제 모든 것을 올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 무엇이 되어버렸습니다. 부디 청컨데 다시 한 번 한미FTA가 진정 실익이 있는지 살펴보십시오. 통상관료들의 노고를 치하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우려 역시 경청하셔야 합니다. 그것이 절차요 또 민주주의일 것입니다. 결국 대통령께서 결정하셔야 합니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 #노무현 #한미FTA #대형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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