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원정에서 기록과 촬영, 통역, 정보 분석 등 로체남벽 등반의 지원팀장 역할을 한 최준열 대원한국산악재단
베이스캠프에서 30분 정도 모래인 지대를 통과하면 3인용 텐트의 임시 캠프가 나온다. 이곳에서 휴식을 취한 후 장비를 착용하고 출발한다. 여기서부터는 여기 저기 크레바스를 건너고 얼음 지대를 걷는데 1시간 정도 오르면 고정로프가 있는 지점에 도착한다.
오르는 중간에 4m 폭 정도 되는 얼음이 균열된 틈(크레바스)이 있는데 다행히 여름에 녹았는지 속은 얼음으로 메워져서 조심스럽게 건널 수 있었다. 하지만 올라갈수록 조금씩 갈라지는 설빙(雪氷) 구간은 힘껏 건너뛰어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고정로프가 시작되는 구간부터 공포의 낙석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니 이제부터 저승사자 같은 낙석이 떨어지는 지대로 우리가 입장한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본격적인 등반 지대로 들어가는데 이번엔 제법 큰 수박만한 크기의 낙석이 불길하게 떨어지기 시작한다. 안치영 대원이 아래쪽에서 오르는 강기석 대원을 향해 "낙석!"이라고 외치며 피하라고 했으나 낙석은 우리를 조롱이라도 하듯이 바람을 타고 반대방향으로 질주하였다.
이번 로체남벽 등반에서 제일 힘들었던 요인 중에 하나는 폭포수 같이 쏟아지는 낙석이었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낙석은 사방에서 강속구 소리를 내며 바위벽에 잔인하게 부딪친다. 이곳 낙석의 대부분은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보통 참외만하거나 양손바닥 크기의 평판 낙석이 8천m, 7천m에서 시작되어 허공을 날으는 그 소름끼치는 소리만 들어도 등반 의욕을 상실케 만든다.
일본팀 셀파 2명은 단두대 칼날처럼 평판 낙석을 이마 위에서 얼굴 아래로 맞아 턱까지 날아가서 얼굴의 형상이 없어지는 끔찍한 일이 있었다. 8천, 7천m 위에서 떨어지는 낙석이었지만 다행히 목숨을 부지했는데 상처 부위가 혹한의 동상으로 다시 악화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2003년에는 등반하던 일본팀 대원1명이 낙석을 맞아 헬기로 긴급후송되는 일이 있었다.
캠프 1까지는 고정로프가 2동이 설치되어 있다. 일본대와 한국대가 따로 설치했다.
일본대 캠프는 커다란 바위 밑에 설치했는데 중앙에 빙벽이 형성되어 있다.
일명 비너스 허리라고 불리는 바위의 오른쪽 편에 텐트 4동을 설치를 했고 우리는 빙벽 왼쪽 편으로 텐트3동을 자리 잡았다. 일본대는 여러 명의 셀파들과 센다상과 겐모지상이 올라와 있다. 센다 대원은 안치영 대원과 파트너가 되어 여러 차례 정상으로 이르는 루트 개척을 같이 한 기량이 뛰어난 고산거벽 등반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