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강풍에 텐트는 날아가고

[난공불락 로체 원정대 ③] 안전 등반 비는 라마제 지내고 전진 캠프 설치

등록 2006.11.28 09:52수정 2006.11.2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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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제 후 모인 전 대원과 셀파들이 '모든 시민은 기자다' 라는 오마이뉴스 깃발을 들고 있다.
라마제 후 모인 전 대원과 셀파들이 '모든 시민은 기자다' 라는 오마이뉴스 깃발을 들고 있다.한국산악재단
16일, 베이스캠프(B.C : Base Camp) 지원대원 1명과 5명의 원정대원, 현지 요리사와 주방보조인원 3명. 셀파(길잡이) 9명 전원이 안전등반과 성공적인 등반을 기원하는 라마제를 치렀다.

베이스 켐프에서 열린 라마제는 돌로 제단을 쌓아 향을 피우고 달라이라마 초상을 모시는 의식을 시작으로 약 3시간 동안 경건하게 진행되었다. 의식을 주재한 라마승은 약 8시간 걸리는 아랫마을 팡보체 사원에서 베이스캠프까지 올라왔다.


제단 라마 불탑 중앙에 태극기와 네팔기를 함께 세우고 주변에는 '룽다(라마교 불경이 인쇄된 천)'를 동서남북으로 길게 걸었다. 한국산악재단기와 후원사인 <오마이뉴스>·월간 <사람과산>·기아자동차·K2코리아의 깃발도 히말라야 계곡의 강풍과 함께 힘차게 나부꼈다.

이날 오후에는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등반에 사용될 장비를 점검했다. 대원들은 아이젠(등산화 바닥에 부착하여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등산 용구)과 아이스액스(머리부분에 도끼 모양의 쇠붙이가 붙어있는 지팡이) 날을 세우고, 3300m 수직 대암벽에 사용될 로프와 하켄(바위 틈에 박는 철핀)을 점검했다. 전원이 둘러앉은 그 모습이 마치 전장에 임하는 용사들처럼 비장감이 감도는 분위기였다.

강기석(좌측 헬멧을 쓴 사람) 대원이 로체남벽 최하단부에서 선등으로 진출하면서 등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강기석(좌측 헬멧을 쓴 사람) 대원이 로체남벽 최하단부에서 선등으로 진출하면서 등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한국산악재단
한국에 정착한 셀파족? 네팔에 정착한 한국인?

라마제도 지냈고 해서 이날 저녁에는 원정대장이 주재하는 대원들과 셀파들의 상견례 겸 간단한 파티가 있었다.

셀파들은 술렁거리고 있었다. 전날 로체 남벽 인근 아마다블람(6812m)봉에서 외국인 등반대원 3명과 셀파 3명이 눈사태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전하고자 이충직 대장은 "한국인과 셀파족의 외모와 풍습이 비슷하다"며 "수천년 전 한국에서 몽골·티베트를 거쳐 네팔에 정착한 사람이 셀파족일 것이다, 우리는 다같은 형제들"이라고 친근감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니마 셀파가 "네팔·티베트·몽골을 거처 정착한 셀파족이 현재의 한국인""이라며 농으로 받아넘겨 좌중에 폭소를 자아냈다.

이 대장은 9명의 셀파에게 술을 한 잔씩 정중히 따라주며 시종일관 "생사고락을 함께 할 형제들"이라고 불렀다. 그들과 어울려 히말라야 산맥의 전통 노래를 함께 부르며 화합하는 자리를 마무리했다.


9명의 셀파들 가운데 절반 가량은 마카루(8463m) 인근 마을 출신이다. 나이는 40세부터 20세까지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데 조직관리상 위계질서 측면을 배려했다. 나이든 셀파는 영어를 못하는데 신세대 셀파는 영어와 등반 지식이 상당히 풍부해 프로다운 면모를 보여 주었다.

이번에 등반할 셀파들은 에베레스트 1~2회 등정은 기본이고 8천m급 봉우리 등정 경험이 수 차례씩 있는 베테랑이다. 그러나 한국팀과 함께 등반해본 대원은 몇 안돼 한국 문화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한 편이다.

특이한 것은 셀파족의 4촌격인 보테족. 우리 원정대에는 보테족이 2명이 있었는데 상당히 다부지고 묵묵히 실천하는 행동이 인상적이었다.

빙하지대를 통과, 짐을 수송 중인 셀파들, 멀리 아마다블람(6812m) 정상이 보인다.
빙하지대를 통과, 짐을 수송 중인 셀파들, 멀리 아마다블람(6812m) 정상이 보인다.한국산악재단
드디어 전진캠프 설치... 어둠 속 요동치는 산

17일 오전 B.C에서 출발한 모레인(얼음·돌·흙이 혼합된 빙하퇴적물) 지대는 크레바스(빙하 속에 생긴 깊은 균열)가 산재해 있었다.

대원들과 셀파들은 크레바스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표식기를 설치하며 길을 만들어 전진했다. 일본팀이 "크레바스를 통과하기 위하여 5m 가량의 알루미늄 사다리를 준비했으니 같이 사용하자"고 전날 제안한 적이 있으나 우리는 그냥 통과했다.

1시간 걸려서 도착한 로체남벽 치맛자락 끝부분에 빙하가 형성되기 시작한 모레인이 있었다. 이 위에 전진캠프(ABC Advanced Base Camp)를 건설, 장비와 식량을 비축했다. 이 ABC는 우측의 로체샬(8400m)과 로체남벽으로부터 떨어지는 눈사태와 낙석·낙빙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 우리 원정대의 최전방 전진기지인 셈이다.

강기석(29세, 안동대 산악회 OB) 대원이 선등을 해 경사 약 55도 설사면 위에 떠있는 바위섬을 지나 고정로프를 고도 430m가량 설치, 5730m 지점까지 전진할 수 있었다. 로체남벽 일원의 날씨는 매우 변덕스러워 보통 오후 2시가 넘으면 불규칙한 강풍으로 등반을 마쳐야 했다.

밤 12시에 잠자리에 들었지만 새벽 2시까지 5200m에 위치한 B.C에 불어닥친 강풍으로 일부 텐트가 부서지고 날아갔다. 텐트 주변에 날아다닐 수 있는 것은 모두 사방으로 요동을 쳤다. B.C 옆에 수직으로 3300m 솟은 로체남벽이 마치 지진으로 인해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통째로 무너져 덮치는 것 같은 공포감을 느껴야 했다.

덧붙이는 글 | * '난공불락 로체 원정대'의 홈페이지는 www.invincible.or.kr입니다.

덧붙이는 글 * '난공불락 로체 원정대'의 홈페이지는 www.invincible.or.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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