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석(좌측 헬멧을 쓴 사람) 대원이 로체남벽 최하단부에서 선등으로 진출하면서 등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한국산악재단
한국에 정착한 셀파족? 네팔에 정착한 한국인?
라마제도 지냈고 해서 이날 저녁에는 원정대장이 주재하는 대원들과 셀파들의 상견례 겸 간단한 파티가 있었다.
셀파들은 술렁거리고 있었다. 전날 로체 남벽 인근 아마다블람(6812m)봉에서 외국인 등반대원 3명과 셀파 3명이 눈사태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전하고자 이충직 대장은 "한국인과 셀파족의 외모와 풍습이 비슷하다"며 "수천년 전 한국에서 몽골·티베트를 거쳐 네팔에 정착한 사람이 셀파족일 것이다, 우리는 다같은 형제들"이라고 친근감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니마 셀파가 "네팔·티베트·몽골을 거처 정착한 셀파족이 현재의 한국인""이라며 농으로 받아넘겨 좌중에 폭소를 자아냈다.
이 대장은 9명의 셀파에게 술을 한 잔씩 정중히 따라주며 시종일관 "생사고락을 함께 할 형제들"이라고 불렀다. 그들과 어울려 히말라야 산맥의 전통 노래를 함께 부르며 화합하는 자리를 마무리했다.
9명의 셀파들 가운데 절반 가량은 마카루(8463m) 인근 마을 출신이다. 나이는 40세부터 20세까지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데 조직관리상 위계질서 측면을 배려했다. 나이든 셀파는 영어를 못하는데 신세대 셀파는 영어와 등반 지식이 상당히 풍부해 프로다운 면모를 보여 주었다.
이번에 등반할 셀파들은 에베레스트 1~2회 등정은 기본이고 8천m급 봉우리 등정 경험이 수 차례씩 있는 베테랑이다. 그러나 한국팀과 함께 등반해본 대원은 몇 안돼 한국 문화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한 편이다.
특이한 것은 셀파족의 4촌격인 보테족. 우리 원정대에는 보테족이 2명이 있었는데 상당히 다부지고 묵묵히 실천하는 행동이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