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다나베 오사무(45)대장과 우측에 부인, 이충직 대장 좌측에 일본대 센다(32) 부대장이 한국대가 체류하는 빌라에베레스트 호텔을 방문하여 로비에서 원정대 소개 브로슈어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한국산악재단
6일 저녁은 일본팀이 초대한 식사모임이 있었다. 왕궁 정문 인근의 고도(古都)라는 일식집이었는데 우리측 전대원이 참가하고 일본은 한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참가했다. 일본 원정대는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정중했다. 다나베 오사무(45) 대장은 우리 팀을 손님이라며 상석에 앉길 권유했고 이충직 대장은 연장자인 다나베 대장에게 상석을 극구 사양하며 양보했으나 다나베 대장이 손님이라며 완곡한 요청으로 끝내 앉게 되었다.
정갈한 음식이 순서대로 큰 접시에 나왔고 이를 덜어서 각자 먹는데 다나베 대장은 이충직 대장과 한국 대원들이 먼저 들도록 권했다. 일본 팀 전원은 반주로 나오는 맥주는 물론 심지어 물까지 먼저 마시길 권유했다.
식사가 끝날 즈음에 일본팀에서 마무리하는 변(辯)을 이충직 대장에게 요청했고 이 대장은 한국팀 .일본팀 모두 남벽등정을 하고 무사하게 돌아가서 나중에 서울 인수봉 등반을 합동으로 하자고 인사말을 했다. 이에 다나베 대장과 대원은 흔쾌히 박수로 화답했다.
인사말이 끝나자 다나베 대장은 로체남벽 사진을 꺼내 보이면서 낙석과 눈사태로 주의할 구간, 난이도가 높은 구간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다나베 대장은 베이스캠프 자리가 협소한 관계로 반씩 공정하게 나누어 갖자고 지도를 그려와서 우리 측에 제의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한국팀에 대한 일본팀의 이토록 자상한 배려와 예의가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그들에게 베풀어 줄 수 있는 게 특별히 없는데 말이다. 잘 사는 선진국 국민, 또는 '친절한 일본인'이라고 하기에는 그리 평범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념과 국경과 종교를 초월한 산악인 고유한 정신세계의 또 다른 모습이라 믿고 싶다.
다나베 대장 옆에는 동갑인 전형적인 일본 여성상인 부인이 자리를 함께 했는데, 그녀는 항상 메모를 했다. 우리의 모든 대화를 모두 기록했고, 또한 가끔씩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질문을 해서 자신의 기록에 추가했다. 다나베 대장은 항상 부인과 동행하는데 자신의 개인 비서역도 맡아서 하며, 대부분의 원정등반에 베이스캠프까지 동행한다고 했다. 특이한 것은 일본팀에는 별도의 베이스캠프 매니저가 있는데 곧 일본을 출발해서 나중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했다.
일본팀 대원들의 특성은 대부분 산에 열정적으로 몰입해 있는 시기의 산악인들이었다. 직업을 보면 산장관리인, 등산가이드, 장비점 직원, 등산아카데미 강사 등등으로 장기간 원정을 떠나는 젊은 산악인의 직업 특성에 있어서 한국와 일본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