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규제로 사람-자전거 살린다

파리, 런던, 상파울루 등 강력한 자동차 억제책 시행

등록 2007.03.06 17:23수정 2007.03.0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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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자전거 전용도로.
독일 베를린 자전거 전용도로.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달 20일 현재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가 1600만 3071대를 기록했다. 1997년 7월 1000만대를 넘어선 이후 10년 만에 1600만대를 넘어선 것이다. 이로서 우리나라는 세계 13위의 자동차 보유국이 됐다.

지난해 말 전국 자전거 보유대수는 약 800만대. 자동차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지만 최근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와 자전거가 똑같이 증가하면서 또 하나 수치가 증가하는 게 있다. 바로 자전거 사고의 증가.


@BRI@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자전거 관련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001년에 6235건에서 2005년에는 7976건으로 4년 사이에 27.8%가 늘어났다. 2005년 1년간 자전거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303명, 부상자수는 8077명으로 발표되었다. 2001년의 사고 건수와 비교할 때 사망자 수는 그다지 차이가 안 났지만 부상자 수는 6240명에서 2000명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해 한강 자전거도로에서만 102건의 자전거 사고가 일어났다.

게다가 최근 호흡기 질환자 20여 명이 정부와 서울시, 자동차 회사 7곳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서울의 심각한 대기오염이 병의 원인이라는 것. 지난 달 27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서울환경연합 서울CO2위원회'(준비위원장 전의찬, 세종대 교수) 심포지엄에서 "서울 지역의 부문별 온실가스 에너지 사용 현황에서 가정․상업과 수송이 전체의 83%를 차지하고, 수송 증 승용차가 80%"라는 통계가 나와 이런 사실을 뒷받침했다.

여기서 모순이 일어난다. 자전거 타는 인구와 자전거 사고가 똑같이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 같은 상황에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대기오염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자전거 사고 때문에 자전거 타는 분위기가 삽시간에 수그러들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펴낸 <세계도시동향> 최근호에 그에 대한 해답이 담겨 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자동차의 위협과 공해에 맞서며 달려야 한다. 사진은 발바리 자전거 떼잔차질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자동차의 위협과 공해에 맞서며 달려야 한다. 사진은 발바리 자전거 떼잔차질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오마이뉴스 김시연
시내 운행속도 60km 제한, 자동차 없는 거리 조성


유럽의 선진 자전거 도시와 브라질 상파울루시 등이 대기질 개선과 자전거 안전 확보를 위해 선택한 결론은 다름 아닌 '자동차 규제'.

브라질 상파울루시는 2007년 1월 6일부터 120일 내에 시내버스 운행 속도를 60km/h로 제한하고 과속방지 자동장치와 문이 열린 경우 운행할 수 없도록 하는 장치 설치 의무화할 방침이다. 만약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제한속도를 위반하고 과속을 시도하면 이를 자동으로 막아 제한속도를 유지하게 된다.


프랑스 파리는 대기질 개선을 위해 파리시장과 교통환경담당관 주도로 파리 시내에 '자동차 없는 거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자동차가 파리 시내와 파리 교외 전체 교통량의 22%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자동차 없는 거리를 조성하면 2013년에는 20%, 2020년에는 17%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또한 파리 시내 공기도 2030년에는 50%, 2020년에는 100% 이상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리시는 이를 위해 ▲파리시 중심가에 자동차 진입 제한 ▲오염물질 방출차량 특정지역이나 주차구역 등 출입금지 ▲파리 교외 차로 택시와 응급차량, 청소차 한정 등에 관해 파리 시민에게 앙케트 조사를 실시한 뒤에 투표로 결정할 계획이다.

영국 런던시 리치몬드 어폰 템스구는 2007년 1월 자동차 공해 정도에 따라 주차비를 차등 적용하는 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고 3개월 후 실시할 예정이다. 즉 4월부터 이 계획을 적용할 계획.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차량에 대해선 연간 주차비를 300파운드(약 57만원) 인상하고, 2대 이상 차량 소유자에 대해서는 주차비를 50% 인상하는 안도 포함돼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도 적극적이다. 2007년 7월 1일부터 도시 전체를 환경구역(Umweltzone)으로 지정하고, 미세먼지 스티커를 붙인 자동차만 운행하도록 할 예정이다. 유해물질 배출량에 따라 차량을 4개 그룹으로 나눠 그룹 2~4에 해당하는 차량만 도시에서 운행할 수 있고, 그룹 1 해당 차량은 도시 내 운행이 금지된다.

독일 베를린은 2008년부터 베를린 순환선(S-Bahn-Rings) 내 88㎢ 지역을 '환경구역'(Umweltzone)으로 지정하고, 베를린 도심을 통과하는 차량에 대해 통제정책을 실시한다. 이에 따라 스티커를 부착한 차량만 환경구역을 통과할 수 있다.

스티커를 부착하지 않은 채 환경구역을 통과할 경우 벌금 40유로(약 4만 8000원)와 벌점 1점이 부과된다. 현재 빨간색, 노란색, 녹색 등으로 스티커가 구분돼 있는데, 2010년부터는 규정을 강화해 녹색스티커를 부착한 차량만 통과 가능하다.

또한 베를린은 학교 근처 등하굣길과 보행자가 많이 다니는 곳의 안전을 높이기 위해 규정 속도를 초과한 자동차 운전자에게 초과 여부를 알려주는 장치인 'Dialog-Displays'를 베를린 전역에 설치할 예정이다. 장애인학교 근처에 처음 설치했으며, 2007년 4월 말까지 40군데에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규정 속도로 운전하는 운전자에게는 "고맙습니다"라는 표시를, 규정 속도를 어길 경우 운전자에게 "천천히"라는 표시를 보여준다.

지난해 서울시는 자전거전용도로 확보를 위해 차폭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서울시는 자전거전용도로 확보를 위해 차폭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서울시
자동차 규제책 반발하던 시민들도 ‘환경개선’보고 환영

이와 같은 최근 동향은 지난해 11월 환경친화적 자전거문화 정책 국제 세미나에서 나온 내용과 맥을 같이 한다.

이날 참석한 올리버 하츠(Oliver Hatch, 영국 국가자전거전략 기획), 크리스챤 이그(Christian Ege, 덴마크 환경자전거 전문가), 휴베르 뻬잉여(Hubert Peigne, 프랑스 자전거정책조정관) 등 자전거 정책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자동차 속도 감축을 강조했다.

하츠는 통학 인구를 늘리기 위해선 자동차 도로를 좁게 만들고 속도제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자동차 최고속도를 영국 도심에선 50km, 학교 주변은 30km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제한 조치를 한 이후 2005년엔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률이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고.

이그는 덴마크도 도심은 50km, 학교 주변은 30km라면서 '속도가 관건'이라고 말했고, 뻬잉여 또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자동차 속도를 줄이는 자국 상황을 전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환경부 김운수 연구위원은 "환경 관련 자동차 규제책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유럽에선 이미 유행"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초기엔 일부 시민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소통이 빨라지고, 환경이 좋아지는 효과를 보면서 시민여론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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