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이렇게 가면 볼거리가 훨씬 많다

안산동산성에서 걸어서 계룡산까지 가는 새 루트

등록 2007.03.09 12:14수정 2007.03.09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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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공주시 반포면 공암리에서 바라본 계룡산

공주시 반포면 공암리에서 바라본 계룡산 ⓒ 김유자

계룡산으로 가는 새 루트를 개척하다

@BRI@계룡산에 가려고 길을 나섰습니다. 계룡산엔 쥐방구리 드나들 듯 오르지만 다녀오는 길은 언제나 거의 똑같습니다. 동학사를 거쳐 갑사로 넘어가거나 아니면 신원사로 가거나 그것도 아니면 동학사에서 삼불봉이나 관음봉으로 오른 뒤 상신리 마을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하게 됩니다.


오늘(3.1)은 도식화된 코스를 깨기 위해 각오를 단단히 합니다. 유성과 연기군의 경계에 있는 안산동산성을 거쳐서 공암리와 상신리를 거쳐 남매탑을 들렀다가 동학사로 내려가는 길을 택하려고 합니다. 총 거리가 결코 만만치 않은 코스라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안산동에서 버스를 내려서 어둔리 마을을 향해 갑니다. 여기서 안산동산성까지는 2km 남짓 됩니다. 어둔리 마을을 지나면 안산동산성이 있는 고조산이 지척에 다가옵니다. 해발 226m 높이밖에 되지 않으니 오르기 그리 힘든 산은 아니지요. 어둔리 마을에서 산성에 이르는 길은 여기저기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눈에 띕니다. 산성제에 참석하기 위해 가시는 길인 듯 합니다.

a 매년 3월1일에 지내는 안산동산성제. 한 아주머니가 제사에 쓰일 음식을 진설하고 있습니다.

매년 3월1일에 지내는 안산동산성제. 한 아주머니가 제사에 쓰일 음식을 진설하고 있습니다. ⓒ 김유자

이름이 세 개나 되는 안산동산성

대전광역시 기념물 제16호인 안산동산성은 유성구 안산동과 공주시 반포면 사이에 있는 돌성입니다. 성벽은 안쪽의 흙을 깎아내고 바깥면에 돌을 쌓아 만들었습니다. 성 내부의 중앙에는 원형으로 쌓은 부분이 있는데 그 둘레가 약 100m, 지름이 31.7m정도이며 창고가 있던 자리로 추정한답니다.

산성제는 이 창고지의 남쪽에 있는 덕진산성단에서 지냅니다. 이 산성을 공주군 반포명에서는 송곡리산성, 연기군 금남면에서는 용담리산성, 유성구 안산동에서는 안산산성으로 부릅니다. 각기 연고가 있는 세 지역 주민들이 함께 모여 안산산성제를지내고 주민들 간에 화합을 도모하는 화합의 장이지요.


산성제는 원래 10시 30분부터 지내기로 되어 있었습니다만 시간이 지났는데도 제는 쉬 열릴 줄을 모릅니다. 일정상 더는 지체할 수 없어 산성제 참관을 포기한 채 길을 나섭니다. 성벽을 따라서 저절로 생긴 산책로를 한 바퀴 돈 다음 서문터에 도착 헀습니다.

a 안산동산성에서 서문지 위에서 바라본 계룡산

안산동산성에서 서문지 위에서 바라본 계룡산 ⓒ 김유자

a 안산동산성 서문

안산동산성 서문 ⓒ 김유자

서문터는 고대산성으로는 드물게 원래의 모습에 가깝게 남아 있습니다. 천년의 세월을 집약시켜 놓은 듯한 성벽 앞에 서니 저절로 감개무량합니다. 문 위에 서니 대전과 조치원을 잇는 국도와 공암 일대가 내려다보이고 저 멀리 계룡산 봉우리가 위용을 드러냅니다. 위치상으로 보면 안산동산성은 유성을 거쳐 공주로 향하는 적군을 방어하기 위한 기능을 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해질 무렵 이곳에 와서 계룡산으로 지는 낙조를 바라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해질 무렵에 이곳에 다시 오고 싶습니다. 서문에서 산 아래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연기군 금남면 쪽이지요. 산성제에 참석하러 오시는 듯 어르신 세 분이 올라오시고 계셨습니다.

a 상신리 마을 들머리 장승과 솟대(좌). 마을 안에 서 있는 당간지주(우).

상신리 마을 들머리 장승과 솟대(좌). 마을 안에 서 있는 당간지주(우). ⓒ 김유자

옛 마을의 정취가 남아있는 상신리 마을

산길을 내려서니 봉암리 버스 정류장이 나타납니다. 성곡리 마을 거쳐 공암리 마을을 지나서 박정자 삼거리로 가는 길과 상신리 마을로 가는 길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아마 1시간 쯤 걸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상신리까지도 만만한 거리는 아닙니다. 이정표에 4km라고 나와 있으니까요.

마침내 상신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마을 어귀에 서 있는 장승과 솟대가 오랜만에 온 나그네를 반겨 줍니다. 마을 안에 있는 폐교 운동장에선 마을 청년들이 대보름 달집을 세우고 있고 마을회관 앞마당에선 어른들이 맨땅에 주저앉으신 채 달집에 두를 이엉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상신리 마을을 좋아하는 건 이런 것 때문이지요. 아직도 전래의 풍습이 살아 있고 옛 자취가 남아 있고….

마을 안에는 충남유형문화재 제94호 상신리당간지주가 서 있습니다. 지금은 당간은 없고 당간이 놓였던 자리만이 둥글게 부조되어 있을 뿐이지요.

a 보물  제1285호  청량사지칠층석탑과 오층석탑. 속칭 남매탑이라고 부릅니다.

보물 제1285호 청량사지칠층석탑과 오층석탑. 속칭 남매탑이라고 부릅니다. ⓒ 김유자

a 남매탑 아래에 있는 암자 상원암. 바로 위로 삼불봉이 보입니다.

남매탑 아래에 있는 암자 상원암. 바로 위로 삼불봉이 보입니다. ⓒ 김유자

마을을 빠져나와 본격적인 계룡산 산행에 접어듭니다. 예전에 마을 뒤에 있던 국립공원 매표소는 문을 닫았습니다. 마을에서 남매탑까지 가는 길은 완만한 산길입니다. 그러나 이미 먼 길을 걸어온 탓인지 힘에 부치기 시작합니다. 쉬다 가다를 반복하며 길을 갑니다.

마침내 속칭 남매탑이라 부르는 청량사지칠층석탑과 오층석탑이 있는 계룡산 중턱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저기 많은 등산객들이 앉아 쉬고 있습니다. 상원암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려고 내려갑니다. 약수터에는 물을 마시려는 사람들로 줄을 서 있습니다. 물을 마시고나서 천천히 탑을 둘러봅니다.

남매탑에는 전설이 있습니다. 옛날에 상원이라는 승려가 어려움에 처한 호랑이를 구해주자, 호랑이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처녀를 업어다 주었습니다. 그러나 상원은 그 처녀와 남매로서의 관계만을 유지하면서 수도에 정진하였고 그 갸륵한 모습에 감동한 처녀의 아버지가 두 탑을 세웠다는….

7층 석탑은 1단의 기단 위에 7층의 탑신을 세워 두었으며, 전체적으로 폭이 좁고 길쭉한 형태이며 5층 석탑은 1단의 기단 위에 5층의 탑신을 얹었습니다.

a 동학사 3층석탑

동학사 3층석탑 ⓒ 김유자

a 동학사 삼성각에서 올려다본 계룡산

동학사 삼성각에서 올려다본 계룡산 ⓒ 김유자

사람의 마음에 새순을 돋게 하는 여행

내친걸음에 바로 위에 있는 삼불봉까지 올라갔다 내려올까 하다가 너무 고단할 것 같아 그만 두고 그냥 동학사 쪽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거기까지만 가면 ‘오늘 고생은 끝이다’ 싶어서 동학사까지는 단숨에 달려 내려갑니다.

승가대학이 있어서 그런지 동학사는 모든 게 너무 깔끔합니다. 고풍스러운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게 흠입니다. 그래도 대웅전 마당에 있는 충청남도문화재자료 제58호인 삼층석탑이 앙증맞고 귀엽습니다. 본래 상원암에 있던 것을 이리 옮겼다고 합니다. 옥개석 위에 낀 이끼류가 이 작은 탑에 무늬를 만듭니다.

동학사에서 가장 고풍스런 전각을 꼽으라면 삼성각이겠지요? 삼성각 처마 끝에 서서 계룡의 연봉을 올려다봅니다, 산의 자태가 사뭇 장엄합니다. 산은 예전에 보던 산이지만 바라보는 마음은 늘 다릅니다. 아니 보는 눈은 예전의 눈이지만 산은 철 따라 날씨 따라 계절 따라 다른지도 모릅니다.

동학사 계곡을 따라서 내려갑니다. 계곡의 버드나무에 버들강아지들이 움트려고 합니다. 어떤 내부의 충만함이 버들강아지의 눈을 트이게 만드는 것일까요? 여행도 사람의 마음을 충만하게 만들지요. 그러면 언젠가는 제 마음도 저 버들강아지처럼 눈이 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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