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집회마저 봉쇄... 이제 가능한 건 단식뿐"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한미FTA 반대 무기한 단식농성 이틀째

등록 2007.03.09 16:24수정 2007.03.1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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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9일 저녁 7시 32분]

a 한미FTA 졸속협상 중단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한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가 9일 오후 청와대앞에서 2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미FTA 졸속협상 중단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한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가 9일 오후 청와대앞에서 2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한미FTA 저지를 위한 여성대책위는 9일 오전 서울 청운동 청와대입구에서 여성 38인 한미FTA 반대선언 기자회견을 연 뒤 'NO FTA!' 구호로 상징의식을 벌였다.

한미FTA 저지를 위한 여성대책위는 9일 오전 서울 청운동 청와대입구에서 여성 38인 한미FTA 반대선언 기자회견을 연 뒤 'NO FTA!' 구호로 상징의식을 벌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BRI@"한미FTA(자유무역협정) 반대 투쟁을 국민과 같이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집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됐고, 농민들이 쌀 팔아서 만든 홍보물마저 정부가 봉쇄했다. 우리가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해 단식 같은 방식 말고는 할 수 있는 방안이 없었다."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가 무기한 단식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청와대를 등지고 이틀째 맨 얼굴로 햇빛과 맞선 문 대표의 얼굴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

문 대표는 지난 8일부터 청와대 분수대 앞에 자리를 폈다. 한미FTA에 반대하는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것.

한미FTA 협상 마감시한(4월 2일)이 채 한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반대 집회마저 금지되자 몸으로라도 반대의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는 곡기 대신 물과 소금으로 버틴지 이틀째를 맞았다.

그는 9일 단식 현장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비장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있다"며 "국민들 절반 이상이 반대하고,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고, 협상 시한까지 정해놓은 졸속적인 한미FTA를 노무현 대통령이 밀어 부치고 있다"고 무기한 단식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거리 집회, TV 광고, 찬반 토론회 등이 봉쇄된 마당에 당대표라도 단식으로 맞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전날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송아지·흑염소 등과 서울 종각에서 광화문까지 '가축 동반 거리 시위'를 하기도 했다.


그는 "한미FTA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토론회 한 번 하지 않았다"며 "유신헌법을 옹호하기 위해 모든 것을 봉쇄한 것처럼 한미FTA를 강행하지 위해 모든 것을 봉쇄한 '한미FTA 유신'과 다름없다"고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a 한미FTA 저지를 위한 여성대책위는 9일 오전 서울 청운동 청와대입구에서 여성 38인 한미FTA 반대선언 기자회견을 연 뒤 'NO FTA!' 구호로 상징의식을 벌였다.

한미FTA 저지를 위한 여성대책위는 9일 오전 서울 청운동 청와대입구에서 여성 38인 한미FTA 반대선언 기자회견을 연 뒤 'NO FTA!' 구호로 상징의식을 벌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반덤핑에 쇠고기 문제까지 다 내주고, 무엇을 얻었나"

a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2일째를 맞이한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2일째를 맞이한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 오마이뉴스 권우성

문 대표는 한미FTA에 반대하는 대표적인 이유로 투자자·정부소송제(ISD)를 들었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미국 자본이 한국 정부의 어떤 제재도 받지 않게 된다, 만약 이대로 되면 한국은 주권이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한미FTA는 단순한 무역 협상이 아니라 한국을 미국식으로 바꾸자는 것"이라며 "그래도 지금까지는 '열심히 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이대로 가면 잘 사는 사람 잘 살고, 못 사는 사람은 영원히 희망이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한국측 협상단에 대해 "가장 문제가 되는 투자자·정부 제소권을 미리 내줬다는 것에서 이미 협상의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반덤핑 문제, 개성공단, 자동차 세재 개편,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 등 미국의 요구만 있고, 한국의 요구는 없었다"고 꼬집었다. "차라리 1차 협상에서 끝낼 것을 왜 지금까지 왔느냐"고 따져 물었다.

또한 현 정부를 향해 "노무현 대통령이 왜 한미FTA를 밀어 부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국내 독점 재벌의 요구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특히 삼성의 경우, 한미FTA를 빌어 자신들의 이해에 맞게 사회를 바꾸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민을 위한다면 이것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한미FTA 협상 타결 이후 상황에 대해 "협상 자체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만약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고, 양심있는 국회의원이라면 한미FTA를 반대할 것이다, 다른 의원들도 (반대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 대표의 무기한 단식 농성 현장에는 '한미FTA 저지를 위한 여성대책위' 관계자 10여명이 격려차 방문했다. 이들의 방문 이외에도 문 대표 등뒤에는 한미FTA에 반대하는 100만명의 서명지가 담긴 종이 상자가 10여개 쌓여있었다. 문 대표를 지지하는 우군인 셈이다.

a 'NO FTA!' 구호를 뒤집자 각종 구호가 등장했다.

'NO FTA!' 구호를 뒤집자 각종 구호가 등장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여성들도 한미FTA 반대에 한 목소리

한편 한미FTA 저지를 위한 여성대책위 소속 회원들은 문 대표를 방문하기 전 한미FTA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열었다.

이들은 "한미FTA에 자유로운 여성이 어디 있느냐"며 "한미FTA로 여성 노동자의 비정규직은 심화될 것이며, 여성 농민은 생존권 자체에 위협을 받고 여성의 빈곤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성대책위에는 민주노총,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이 소속된 단체로,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한미FTA에 반대하는 카드 섹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인권위 "평화집회-집회 자유 보장, 동시에 이뤄져야"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경찰의 집회 금지 남용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이하 인권위)에 낸 진정에 대해 인권위가 "경찰은 집회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행사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인권위는 "집회의 주최자들 또한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며 범국본 측의 평화집회 또한 강조했다.

인권위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집회의 자유는 인격 발현의 요소이자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헌법이 보장하는 본질적인 자유중의 하나이며 다원적인 열린사회를 위한 헌법적 결단"이라며 "경찰권 발동은 최소 제한의 원칙으로 집회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5일 범국본의 긴급구제신청에 대해 원활한 집회 개최를 허용할 것을 경찰청장에게 권고하면서도, 범국본과 경찰간의 평화적 집회에 대한 양해각서 체결이나 공동기자회견을 전제조건으로 한 바 있다.

인권위는 "여전히 평화적인 집회문화가 정착되지 못하고, 집회·시위의 자유가 충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10일 열릴 예정인 범국본의 대규모 거리 집회에 대해 "인권침해의 행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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