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두 대구대 총장오마이뉴스
인터뷰 내내 그는 거침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교육부를 겨냥해 비판하는 대목에서도 눈치를 보는 기색이 없었다. 지방 사립대 총장으로서 그의 발언이 조심스러울 것이란 애초의 예상은 빗나갔다. 그만큼 그는 내·외부에서 '할 말은 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의 거침없는 발언은 현재 교육부의 사립대 정책에 대한 불만이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대구경북지역 대학총장 릴레이 인터뷰 두번째 주인공은 이용두(53) 대구대 총장. 그는 지난달 28일 <오마이뉴스 대구경북>과의 인터뷰에서 현 교육부의 대학 정책이 사립대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는 반면 사립대가 국립대에 비해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면서 비판적인 견해를 내놨다.
이 총장은 참여정부의 대학 정책에 대해 "대학의 자율성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관 주도형 입장을 고수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관 주도형은 70~80년대면 가능하지만 다른 사회구조는 자율화, 민주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유독 대학사회에 고수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국립대는 자동화기, 사립대는 몽둥이...공정한 게임 못 해"
@BRI@이 총장은 또 이러한 교육부의 정책하에서 국립대에 비교해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 총장은 "지금은 국립대와 사립대의 기능 차이를 못 찾고 단지 국립대는 국가가, 사립대는 개인이 세웠다는 의미뿐"이라면서 "지금까지 국립대는 자동화기를 들고 싸우고 사립대는 몽둥이를 들고 싸우는 형국이다. 지금까지는 공정한 게임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꼬집었다.
이 총장은 심각한 대학의 위기가 도래할 것으로고 진단했다. 특히 지방 사립대의 위기는 더욱 높은 수위로 치달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장은 "2020년이면 고교 졸업생이 48만명으로 지금보다 현저히 급감할 것"이라면서 "대학, 특히 지방 사립대는 심각한 재정 상황에 처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장기적이고 사회적인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장은 교육부의 '무조건적인' 특성화 정책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이 총장은 "현재 교육부의 무조건적인 특성화와 구조조정은 안된다"면서 "학교 규모를 줄이는 게 아니라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대학을 찾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입맛에 맞는 교육중심 대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학을 평가할 때 그 잣대로 연구(실적)만을 놓고 이야기하는데 그러면 대학의 교육 기능을 무시한 것이다"라면서 "이제는 4년제 대학도 철저하게 교육중심 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4년제 대학도 교육중심 대학으로 거듭나야"
이 총장은 이와 함께 대학 자체에서도 재정적인 위기상황에 대비해 대학 재원을 활용한 각종 수익사업을 모색하는 등 장기적인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기간 관선이사 체제로 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대구대의 변화도 예고했다. 이 총장은 "관선이사나 내부 구성원들에게 공식적인 의견을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재단 정상화를 하자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면서 "올해 중에 그 절차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또 최근 지역 IT 특화연구소 사업 대상을 최종 선정된 것에 대해 "대구대가 주관하는 RFID/USN(전파 식별/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 기술) 연구센터 사업은 유비쿼터스 시대의 배경을 조성하는 새로운 기술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면서 "오는 2010년까지 1조 1천억원 이상의 경제유발 효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기대했다.
다음은 이용두 대구대 총장 인터뷰 내용이다.
| | | 이용두 대구대 총장 약력 | | | | - 52년 경남 창녕 출생 - 한국항공대학교 대학원 컴퓨터 공학과(공학박사) - 산자부 대구대 RIS 사업단장 - 전통부 전파정책심의위원 - 대한전자공학회 이사 - 대구경북 RFID/USN 포럼 의장 | | | | |
- 대학의 위기, 특히 지방 대학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있다. 무엇보다 신입생 유치가 중요한 상황에서 앞으로 신입생 수의 급격히 감소가 예상된다.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대학의 제정이 심각한 위기로 치다를 수 있다. 그나마 대구대는 재정 상태는 좋은 형편이다. 하지만 한 해 고교 졸업생이 5년 전만 해도 65만명 규모에서 58만으로 떨어졌다가 다행히 올해 60만명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2017년에서 뚝 떨어져 2020년이면 48만명으로 지금보다 현저히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위기 상황에 대한 장기적이고 사회적인 대비책이 필요하다."
"교육부의 특성화 논리면 T자 들어가는 학과만 남아"
- 어떤 대비책이 필요한가. 사회적으로도 교육부가 이 부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 같던데.
"일단 교육부가 잘못된 생각을 버려야 한다. 교육부는 무조건 구조조정과 특성화를 하라고 말하지만 상투적일 뿐이다. 대구대는 전국 200여개 종합대 중 규모만으로 본다면 15위권 대학이다. 학생 수 2만명 내외, 대학이 20여개 달하는 우리는 92개 학과가 있다. 백화점이라고 나쁘게 이야기만 하는 교육부의 특성화 논리라면 이중 IT·BT 등 소위 T자 들어가는 학과 몇 개로 특성화가 다 돼야 한다.
현재 대학 진학률이 80~90%가 되는 60만명의 고교 졸업생 중 60만등한 학생의 부모에게 아들이 공부 못했으니 대학 가지마라고 한다면 누가 동의하겠나. 무조건적인 특성화와 구조조정은 안 된다. 학교 규모를 줄이는 게 아니라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 대구대의 대책은 무엇인지 소개한다면.
"지금까지 교육부가 대학을 평가할 때 잣대가 연구(실적)만을 놓고 이야기하는데 그러면 대학의 교육 기능을 무시한 것이다. 솔직히 교수들은 논문 한 편만 잘 쓰면 700만원은 받을 수 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교육에 대해서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4년제 대학도 철저하게 교육중심대학으로 거듭나야한다. 다른 종합대학은 교육중심 대학이라고 이야기하면 부끄러운 줄 안다. 교육중심대학이라고 2~3류 대학으로 생각하는데 이건 잘못이다.
재정적으로도 대구대는 절반에 가까운 부지가 놀고 있는 상황을 잘 활용할 것이다. 이 부지를 이용해 적어도 5~6년 후에 소득이 생길 수 있도록 적극 개발할 것이다. 재정의 뒷받침이 되도록 장기 플랜을 짜내 갈 것이다. 또 외국인을 2000명 이상으로 늘리면 등록금 외에 상당한 수익이 나올 수 있다. 위기상황에 대한 장기적인 대비책이다."
- 지역 대학에서도 교수 평가를 강화하는 추세로 흐르고 있다. 내부 반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구대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타 대학과도 일부 겹칠 수 있는 부분이겠지만 연구실적만을 가지고 평가해 온 지금까지와는 달리 그 이상으로 강의와 교육의 질, 뿐만 아니라 학생의 지도 항목을 묶어서 아주 적극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물론 구성원 반발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구대는 교육혁신평가원을 총장직속기구로 만들었다. 최소 부총장급을 원장으로 강한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정책과 규정을 올해부터 만들어나가고 지금까지 나온 아이디어를 정리해 나갈 계획이다. 연구에 대한 인센티브도 있겠지만 거기에 상대해 교육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보해서 교수님들이 학생지도를 열심히 한다면 연구논문을 잘 쓴 분들보다 더 높은 평가를 할 것이다."
"교수 평가, 업적 평가만큼 교육 평가도 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