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남성기 모형. 주 계단실에 설치되어 있다.김대갑
정월 대보름날. 풍성한 몸매의 만월이 가벼운 손길로 제 젖가슴 주변을 어루만지는 미인처럼 수평선 위로 부드럽게 떠오른다. 달빛은 교교하면서도 요염한 빛을 해신당 주변에 뿌려댄다.
자정 무렵, 마을에서 엄격히 선발된 제관들이 해신당 주변에 금줄을 치고 주변을 조심스레 청소한다. 멀리 수평선과 산자락은 경건하게 너울거리고, 촛불을 밝힌 사내들은 정성껏 마련한 제물과 남근 목으로 제사상을 차린다.
올해에도 큰 탈 없이 풍요와 축복이 이 마을에 내려지기를 앙망하나이다. 한 사내의 조용한 음성이 차가운 밤 공기 속으로 아스라이 퍼진다. 이윽고, 사내들은 모든 제의를 마친 후 정성스레 불을 피운 소지를 하늘로 훠이훠이 날린다. 손각시의 원혼도 달래고, 마을의 풍요와 안녕도 바라고, 각 개인의 행복도 바란다.
잔물결의 파도가 부드럽게 오고 감을 반복하는 가운데 여남은 척의 배가 은모래 톱에 걸쳐져 있는 신남해변. 슬픈 사랑의 전설을 성 신앙으로 승화시킨 신남마을 사람들의 정서가 고요한 달 사이로 잔잔하게 흐른다. 슬픈 넋의 정서 또한 달 사이로 흐르고, 해신당을 바라보며 그 모습을 상상하는 나그네의 정서도 달 사이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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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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