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핀현준의 카리스마
관객 이목 끈 19살 비보이

2007 비보이유닛 월드챔피언십...미국팀 '마인드 180' 우승

등록 2007.03.12 10:18수정 2007.07.0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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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미국과 일본의 팽팽한 결승전 중 일본팀의 비보잉 장면.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일본팀의 파이팅은 만만치 않았다.

미국과 일본의 팽팽한 결승전 중 일본팀의 비보잉 장면.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일본팀의 파이팅은 만만치 않았다. ⓒ 유영수

기자는 2006년 2월 11일을 결코 잊지 못한다. 지난 1년간 계속 그랬었고 앞으로도 평생 그러리라 생각된다.

'지하철 빈 공간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요란한 몸짓을 선보이는 정신없는 아이들' 정도로나 치부했던 비보이 문화에 대한 고정관념이 이날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일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에 어떤 것에 그렇게 빠르게 빠져든 적도 처음이었을 뿐더러, 문화적 충격을 심하게 받은 것 또한 그 때가 처음이었기에 말이다.


그래서 올해도 어김없이 '2007 비보이유닛 월드챔피언십'에 다녀왔다. 대회 날자가 처음 알려진 몇 달 전부터 무척 흥분돼 있었고, 대회 당일에는 이른 아침부터 긴장감 때문에 일손이 손에 잡히지 않는 나를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어제(10일) 오후 6시에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는 수많은 취재기자들과 관객들이 운집한 가운데 한바탕 치러질 비보이배틀을 기대하며 긴박감이 흐르고 있었다. 작년 대회보다 세배 정도 많아진 취재진은 무대 앞쪽에서 비보이들 못지않은 뜨거운 경쟁을 치르고 있었다. 2006년 대회 때와 같은 사회자 두 명이 한층 세련된 솜씨로 대회 시작을 알린다.

잊을 수 없었던 문화적 충격

a 프랑스팀이 일본팀과의 4강배틀 도중 태극기를 꺼내드는 깜짝이벤트를 마련해 관객들의 커다란 호응을 이끌어냈다. 사진 오른쪽은 프랑스팀 비보이들이 2층침대를 연상케 하는 묘기를 선보이는 모습이다.

프랑스팀이 일본팀과의 4강배틀 도중 태극기를 꺼내드는 깜짝이벤트를 마련해 관객들의 커다란 호응을 이끌어냈다. 사진 오른쪽은 프랑스팀 비보이들이 2층침대를 연상케 하는 묘기를 선보이는 모습이다. ⓒ 유영수

a 프랑스팀의 단체 비보잉 장면. 비보이들이 인간뜀틀을 만들어놓고 한 비보이가 그 위에서 철봉묘기를 부리듯 묘기를 펼치고 있다.

프랑스팀의 단체 비보잉 장면. 비보이들이 인간뜀틀을 만들어놓고 한 비보이가 그 위에서 철봉묘기를 부리듯 묘기를 펼치고 있다. ⓒ 유영수

비보이유닛은 비보이들이 댄스배틀을 통해 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치러지는 대회이다. 2001년 국내대회로 처음 시작해 2004년부터는 국제대회로 발전했고, 올해 대회는 각 나라에서 지역예선까지 치르는 명실상부한 월드챔피언십으로 발돋움했다. 작년까지는 각 나라의 대표적인 팀을 초청하는 방식을 취했다.

2007 비보이유닛 한국예선은 올해 1월 어린이대공원 돔아트홀에서 국내의 30여개 비보이팀이 참가한 가운데 한바탕 결전을 치러, 리버스 크루가 우승해 본선출전권을 따냈다. 리버스 크루는 2005년 비보이유닛 vol.7 대회 우승과 2006년 비보이챌린지 vol.6 대회우승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팀이기도 하다.


2007 비보이유닛 본선에서는 미국 지역예선에서 우승한 마인드 180과 마카오 지역예선을 통과한 홍콩의 리듬어택, 캐나다에서 우승을 차지한 팸과 프랑스 지역예선에서 우승한 레지팀 옵스트럭션, 중국 예선 우승팀인 레드포스 크루와 대만 우승팀인 트리플 킬스, 그리고 일본 지역예선 우승팀인 모탈엑스와 한국의 리버스 크루 등 총 8개 팀이 자웅을 가리게 되었다. 본선경기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러졌고 각 경기당 10분, 결선은 15분으로 진행되었다.

a 일본팀의 한 비보이가 한 손으로 무대바닥을 짚은 상태에서 연속동작으로 가부좌를 틀고 춤을 추고 있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일본팀의 한 비보이가 한 손으로 무대바닥을 짚은 상태에서 연속동작으로 가부좌를 틀고 춤을 추고 있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유영수

a 프랑스팀이 한국팀과의 3,4위전에서 멋진 공중돌기를 보여주며 기세등등해 있는 반면(사진 위), 4강전에서는 상대팀인 일본 비보이의 화려한 공중돌기를 보며 약간 당황해하고 있다.

프랑스팀이 한국팀과의 3,4위전에서 멋진 공중돌기를 보여주며 기세등등해 있는 반면(사진 위), 4강전에서는 상대팀인 일본 비보이의 화려한 공중돌기를 보며 약간 당황해하고 있다. ⓒ 유영수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과 비보이들의 오프닝 공연을 시작으로 진행된 8강 배틀에서는 미국과 일본, 프랑스와 한국팀이 각각 상대팀을 물리치고 4강에 올랐다.


촬영을 하면서도 4강에서 떨어진 팀들의 비보잉 실력은 4강에 오른 팀에 비해 현격하게 못 미친다는 것을 느꼈으며, 특히 탈락한 팀들의 의상은 공교롭게도 모두 유행을 따르지 못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비보이가 젊은이들의 문화인만큼 패션과 비보 또한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을 간과한 탓일까.

그런 점에서 프랑스팀의 의상은 높이 사줄 만했다. 프랑스의 국기색인 흰색과 붉은색, 그리고 파란색을 적절히 가미한 의상으로 프랑스에 대한 자긍심을 간접적으로 보여줬으며, 색감의 대비 또한 탁월했기 때문이다. 깔끔한 복장과 화려한 테크닉은 뷰파인더에도 아름답게 다가왔다.

2006년 비보이유닛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프랑스팀은 의상 못지않게 실력 또한 남달랐다. 솔로비보잉은 물론 단체로 펼치는 비보잉에서도 독특한 아이디어와 한창 물이 오른 내공으로 무장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특히 근육질의 한 비보이는 한 손으로 무대를 짚은 채 자유자재로 공중을 휘젓는 테크닉을 선보여 취재진과 다른 팀 비보이들의 카메라세례를 집중적으로 받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선수를 대회 MVP로 선정하고 싶을 정도였다.

볼거리 많았지만, 아쉬움도...

a 미국팀의 막내인 19세 비보이의 현란한 공중돌기(왼쪽)와 일본팀 선수의 고난이도 비보잉 동작

미국팀의 막내인 19세 비보이의 현란한 공중돌기(왼쪽)와 일본팀 선수의 고난이도 비보잉 동작 ⓒ 유영수

a 비보이문화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사진. 배틀 중에는 서로 싸울 듯 격앙돼 있다가도 경기가 끝나면 서로를 안아주며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인다.

비보이문화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사진. 배틀 중에는 서로 싸울 듯 격앙돼 있다가도 경기가 끝나면 서로를 안아주며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인다. ⓒ 유영수

역시 화려한 테크닉으로 관객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일본팀은 팀이 소개될 때의 썰렁한 객석 반응과는 달리, 대회가 진행될수록 아낌없는 박수와 호응을 이끌어 내며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는 모습이었다.

그 가운데 비보이들 못지않게 현란한 동작을 보여주는 비걸 한 명이 있었는데, 이 비걸의 역할이 일본팀을 결승까지 오르게 하는 데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으리라 추측할 정도로 대단해 보였다. 참고로 이 선수는 작년 대회에서 비걸배틀에 참여했던 비걸이다.

2006년 대회보다 후원사나 규모면에서 훨씬 커진 것에 비한다면, 본선에 참여한 비보이들의 전체적인 실력은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진기명기라 할 정도로 놀라운 묘기를 많이 선보였던 작년 선수들의 테크닉에는 조금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든다.

대회운영 면에서도 작년보다 많이 부드러워진 느낌이 들긴 했지만, 관객들의 이목을 끌만한 이벤트는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유료로 전환해서라도 더욱 볼거리가 많은 대회를 치러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작년대회에서 우승한 프랑스팀의 14살 어린 비보이가 현란한 테크닉과 세련된 쇼맨십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는데, 올해에는 19살의 미국팀 소년이 비슷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 비보이는 대회 내내 튀는 동작으로 주목을 받더니 우승팀 발표 직전에는 캐스퍼 복장을 하고 나와 객석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한편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한국의 리버스 크루는 기대에 많이 못 미치는 내용으로 실망을 안겨줬다. 4강까지는 무난히 올랐지만 우승팀인 미국과 준우승을 차지한 일본은 물론 4위에 그친 프랑스보다도 못한 기량으로 열심히 응원한 많은 관객들에게 아쉬움을 남기게 했다.

a 일본팀 비보이가 한 손을 바닥에 대고 다리를 오무렸다 폈다 하는가하면 손과 팔을 무대에 번갈아 대가며 묘기를 보여주고 있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일본팀 비보이가 한 손을 바닥에 대고 다리를 오무렸다 폈다 하는가하면 손과 팔을 무대에 번갈아 대가며 묘기를 보여주고 있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유영수

a 3,4위전에서 프랑스팀의 비보이가 깔끔한 비보잉 동작을 보여주고 있다. 이 비보이는 이날 최고의 기량을 선보인 선수라 해도 될 정도로 발군의 실력을 뽐냈다.

3,4위전에서 프랑스팀의 비보이가 깔끔한 비보잉 동작을 보여주고 있다. 이 비보이는 이날 최고의 기량을 선보인 선수라 해도 될 정도로 발군의 실력을 뽐냈다. ⓒ 유영수

a 우승의 영예를 차지한 마인드 180팀이 기뻐하는 모습

우승의 영예를 차지한 마인드 180팀이 기뻐하는 모습 ⓒ 유영수

본선진출팀간의 비보이배틀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오히려 초청공연 순서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더 코드'(the CODE)라는 공연을 통해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무용가 백향주와 비보이팀 T.I.P의 공연(共演)은 객석의 열렬한 환호를 가져왔고, 팝핀현준이 이끄는 프로젝트팀 PJ크루의 수준 높은 공연 또한 예술적인 경지에 이른 이들의 실력을 짐작케 했다. 절제된 동작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도의 테크닉은 보는 이들의 숨을 막히게 하기에 충분할 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오랜 시간 갈고 닦은 실력을 맘껏 자랑하며 치열하게 우열을 가리는 동안에는 당장 주먹다짐이라도 오갈 것처럼 격렬한 분위기를 만들다가도, 막상 제한된 시간이 지나면 서로를 격려해 주며 진한 우정을 나누는 비보이들. 진정한 스포츠맨십도, 정치인들의 최소한의 매너도 사라져버린 요즘, 이들의 정신과 육체는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인다. 그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또다시 2008년 비보이유닛을 기다려 본다.

덧붙이는 글 | 맛있는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 
(http://blog.naver.com/grajiyou)에서 기사에 미처 못 올린 비보이들의 화려한 동작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맛있는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 
(http://blog.naver.com/grajiyou)에서 기사에 미처 못 올린 비보이들의 화려한 동작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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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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