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 돔이 있는 저 바위산 아래 건물 안에서 모세의 샘이 콸콸 흐른다이승철
이집트 누에바항을 출발한 여객선은 1시간여를 항해하여 요르단의 아카바항에 입항했다. 아카바만은 시나이반도와 아라비아반도 사이의 좁은 해협이지만 기상 상태가 수시로 급변하는 곳이다. 가끔씩 돌풍이나 풍랑을 일으켜 선박운행이 자주 결항되는 바다로 소문난 해협이다.
@BRI@그러나 다행히 우리들이 탄 여객선은 누에바항에서 출항이 늦어지기는 했지만 아카바항에 무사히 입항하게 된 것이다. 아카바항의 입국심사는 그리 까다롭지 않았다. 모두들 별 탈 없이 입국수속을 마치고 밖으로 나섰다. 주차장에는 이 지역을 안내할 가이드 안 선생과 요르단과 시리아 지역을 우리들과 함께할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들은 버스를 타고 요르단의 밤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현지인 가이드는 50대의 키가 자그마한 남자였다. 그는 이집트 현지인 가이드 ‘얼빵’하고는 전혀 다른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 이지적인 용모뿐만 아니라 차분한 행동으로 덜렁거리던 얼빵과는 달리 엘리트 냄새를 풍기는 사내였기 때문이다.
아카바만의 해변 길을 달리던 버스가 내륙지역으로 접어들어 얼마 달리지 않아 구불구불 오르막길을 오른 버스는 언덕위에 있는 호텔 앞에 멈추어 섰다. 기다렸다는 듯 종업원들이 뛰어나와 우리들의 가방을 옮긴다. 호텔은 깔끔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이미 예약이 되어 있던 호텔에서는 우리들의 도착이 늦어지자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식사가 준비되었으니 바로 저녁식사를 하라고 한다. 식사는 양식 뷔페였다. 식성이 까다로운 사람들은 예의 고추장과 멸치조림을 꺼내놓고 함께 먹는다. 호텔은 상당히 높은 곳에 있는 것 같았지만 어두운 밤이어서 보이는 것이 별로 없었다.
저녁을 먹은 일행들은 곧 잠자리에 들었다. 며칠 째 계속된 여행에다 이집트에서의 출국절차를 거치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 승선하고, 또 요르단 입국절차를 거치는 등 상당히 피곤한 하루 일정이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알람 벨 소리에 눈을 뜨니 아직 날이 밝기 전의 상당히 이른 시간이다.
호텔 로비에 나오니 벌써 나와 있는 일행들이 보인다. 밖은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로비 앞마당에 있는 멋진 수영장은 맑고 푸른 물이 찰랑거린다. 그러나 문밖으로 나서니 싸늘한 바람이 제법 세차게 몰아친다.
짐작했던 것처럼 호텔은 상당히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멀고 가까운 풍경들이 발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발아래 저 밑은 깊은 계곡이었다. 그 계곡 건너는 온통 바위산들이다. 그 바위산 위에 아침 햇살이 비쳐들자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아직 어두운 바위산과 햇살을 받은 바위산들의 색깔이 멋진 대조를 이루며 기막힌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울퉁불퉁 근육질인 바위산들의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했었던 풍경이었다.
“저 아래 계곡에 그 유명한 고대동굴도시 패트라가 있습니다.”
가이드 안 선생이었다.
“그리고 저 건너편에 있는 바위산들 중에서 지금 햇볕을 받고 있는 제일 높은 산이 호르산입니다. 높이가 해발 1593m로 모세의 형 아론이 죽은 곳이어서 이곳 사람들은 아론의 산이라고 하지요.”
'패트라', '호르산' 얼마나 유명한 이름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