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는 '춘래불사춘'

[증시분석] 단기 안정 찾았으나 아직 안심하긴 일러

등록 2007.03.12 10:29수정 2007.03.1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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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폭락에서 촉발된 증시의 긴장감이 다소 풀어진 듯하다. 중국의 긴축 가능성과 미국 경제의 위험, 일본의 금리인상에 따른 '엔 캐리 자금'의 청산 우려 등으로 증시는 상당히 어려움이 처해 있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경제성장을 8%대(2006년 10.7%)로 낮춰 잡고 긴축의 고삐를 죄는 모습이 보이면서 충격이 이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시장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중국이 경제성장에 따른 인플레를 막기 위한 금리인상과 위엔화 절상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러한 것은 급격한 상승보다는 점진적일 것이라는 확신과 전인대의 발언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BRI@또 한 가지 엔 캐리 자금(금리 낮은 일본 엔화를 빌려 해외에 투자한 자금)의 청산 우려도 유럽중앙은행이 금리를 3.50%에서 3.75%로 올리고, 엔 캐리의 가장 큰 위협에 놓여 있던 뉴질랜드도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금리를 7.25%로 0.25%p 상승시켜 일본의 0.5%와 다시 차이가 벌어지면서 일본 엔의 강세가 다소 수그러지며 다시 안정을 찾았다.

중국 경제는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고 지난해 중시는 130%나 상승했다. 엔 캐리 자금도 그동안 저금리 돈을 빌려서 열심히 그 혜택을 향유했다. 따라서 조금만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그 차익을 실현하려는 욕구는 대단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의 증시의 출렁거림도 이러한 욕구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발 위기로 금리인하 우려

그러나 한 가지 해결되지 못한 것이 미국 경제 상황이다. 서브프라임(신용이 낮은 사람들에게 고금리로 해주는 담보대출)에서 촉발된 미국 경제의 위험도 주말 발표된 비농가 취업자수가 시장에 부합하는 수준이어서 금리 인하에 따른 자금유출 걱정을 다소 누그러뜨리게 되었다. 그러나 현재 시장의 예상치는 9만5000명 정도여서 예상에 부합한다고 해도 2005년 이후 최저치이기 때문에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고용지표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현재 미국의 부동산에 대한 걱정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의 어려움은 돈을 빌린 사람들의 상환능력에 금이 가게 할 것이고 이는 부동산 매물화와 금융기관의 부실화로 이어져 경제에 타격이 예상된다. 현재 한국의 상황도 이러한 우려가 나오고 있어 미국과 닮은꼴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의 전체 주택담보시장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 서브프라임은 FRB가 17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하면서 된서리를 맞기 시작했다. 지금 미국에서는 신용평가기관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업체의 신용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으며 2위 서브프라임 모기지업체인 뉴센추리파이낸스의 파산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는 등 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서 촉발되었지만 미국을 주시하라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이며 경제 악화로 인해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게 된다면 금리차 축소로 이어져 엔 캐리 자금의 급격한 청산을 가져오게 되고, 이는 신흥시장 자금 이탈로 이어져 전체적인 글로벌 시장 침체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a 코스피지수 일간차트(3월 9일까지)

코스피지수 일간차트(3월 9일까지) ⓒ 슈어넷 제공


한국 증시, 아직 안심하긴 일러

이러한 우려 속에 그나마 한국 증시는 그 어느 나라보다 안정을 빨리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여전히 불안한 마음은 완전히 가시질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세 가지 중에서 두 가지에 대한 걱정은 다소 완화되었지만 가장 큰 위험인자인 미국의 상황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있듯이 안정을 찾고 있으나 완전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그동안 엔화 약세로 경쟁력에서 뒤져있던 수출관련주(반도체, 자동차)들이 엔의 일시적인 강세로 혜택이 돌아오는 듯했으나 유럽의 금리인상으로 다시 약세로 돌아서 다시 움츠러들고 있다.

다음 주 19~20일에 일본 금융정책위원회가 열리고 20~21일까지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열려 금리를 결정하게 된다. 일본은 급격한 엔화 강세를 원하지 않고 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미국은 고용지표가 견조하다는 사인이 나오면서 금리 인하보다는 동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춘래불사춘이 말해주듯이 최근 증시의 강한 복원력이 상승추세로의 완전한 전환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단기적 급락에 따른 저점에서 강한 반등이 지난 금요일 20일선에 부딪히면서 주춤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직은 힘들다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저항을 뚫기 위해서는 대형 수출주에 대한 확실한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중국의 긴축정책이 빨리 밖으로 나오고 미국의 금리 정책이 마무리 되면서 악재가 악재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모습이 있어야 할 것이다. 외국인들의 선물매도도 아직 시장의 상승전환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증시가 다소 위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도 주변 시장보다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가격 메리트를 느낄 수 있었고, 중국이나 인도 시장과 달리 한국증시는 아직 버블이 아니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는 단기 쇼크에서 벗어나는 한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곧바로 전고점을 갱신하는 모습을 기대하기는 이르지만 일정기간 횡보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개인투자자들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한국의 개미군단이 착실하게 흔들리지 않고 해외펀드에 대한 우려에도 국내 시장에서의 환매를 자제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삼아 꾸준히 자금을 유입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시장이 조금만 흔들려도 불안에 떨던 개미가 아니며 언론의 호들갑에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시장 상황을 예리하게 판단하는 눈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경제를 믿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외국인들도 개인들한테 당했다고 한다. 칭찬할 만하다.

아직 한국 증시는 해외 변수에 많이 흔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튼튼한 믿음과 자신감이 조금씩 그 변수들을 제거해 나가고 있으며 홀로 설 수 있는 시간이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항상 증시는 굴곡이 있게 마련이며 이러한 굴곡을 견딜 수 없다면 그 주식을 팔아버리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도 바로 그 순간이다. 들고 있기에 불안하다면 팔아야 한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좋은 주식을 팔고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지 말아야 한다.

엉뚱하게 현대캐피탈 배구팀의 김호철 감독이 생각이 난다. 삼성화재가 독식하고 있는 배구판에 뛰어들어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다 잡고 만년 2위로 자신감을 잃었던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삼성화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TV에서 보고 있으면 참 표정도 재미있고 행동도 재미있다. 그러나 결코 어느 것 하나 놓치는 것 없다.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선수들에게 심어주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이제 개미도 눈에 불을 켜고 자신 있게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 우리의 시장에 자신을 가질 때가 되었다. 돈 잃었다고 이제는 다시는 주식 안 한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꼭 주식이 아니어도 된다. 보다 나은 금융시장이 어디인가를 보아야 한다. 저축의 시대는 갔고 투자의 시대라는 말도 이제 구닥다리가 된 지 오래다. 시대의 흐름에 순응해야 한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맞다! 세계는 넓고 투자할 곳은 많다! 그 시작은 한국에서 시작해야 한다. 누가 뉴질랜드의 금리인상까지 걱정하는 순간이 올 줄 알았겠는가?

워렌 버핏은 10년을 보유하지 않을 종목이라면 10분간이라도 보유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펀드에 10분간 묻어두기 위해 투자를 하는가? 한국을 사야 한다. 한국은 완전하지 않다. 위험이 있지만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눈 속에서 피는 동백꽃이 더 아름답지 않은가? 봄은 곧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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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PB로써 고객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증권방송 앵커 및 증권방송 다수 출연하였으며 주식을 비롯 채권 수익증권 해외금융상품 기업M&A IPO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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