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르르 윤기나는 싱싱한 간재미, 간재미는 양식이 없다.맛객
어둑해진 시간에 완도에 내렸다. 낯선 곳에 선 이방인의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는 건 지역의 음식 맛 아니겠는가. 김을 제치고 완도의 대표 특산물이 된 전복, 하지만 이날 맛볼 음식은 전복이 아니다. 파닥파닥 춤추는 간재미라오.
간재미, '간자미'가 표준어라지만 맛객은 간재미가 더 익숙하다. 표준어와 실생활 언어의 괴리감은 미각까지 떨어뜨리는데, 그게 어디 간자미뿐이랴. 자장면에서는 어떠한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짜장면'이라고 불러야 비로소 죽었던 미각이 되살아난다.
이맘때 간재미는 계절의 별미에서 진미가 된다. 간재미 맛의 황금기이기 때문이다. 살이 올라 고소하고 달며 오돌돌 씹히는 게, 한국인의 입맛에 맞춤형 식감이라 해도 손색없다. 일찍이 서남해안 사람들은 그 맛을 알고, 겨울과 봄철이면 간재미무침으로 잃었던 입맛을 되찾았다.
홍어 본고장 남도에서도 홍어무침보다 더 즐기는 게 간재미무침이다. 애당초 홍어무침은 도시 사람들 입맛 길들이기 위해 만들어진 측면이 강하다. 홍어라면 손을 내젓는 사람도 무침은 어느 정도 소화시키고 있으니 전략은 성공했다. 반대로 톡 쏘는 맛과 암모니아 향미로 먹는 홍어, 새큼달큼한 무침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아는 미각쟁이들은 홍어무침을 높게 쳐주지 않는다.
완도에서 손맛 하나로 지역민의 입맛을 사로잡은 아시나요식당. 최근엔 전복회덮밥을 개발해 완도를 찾는 관광객이나 전국의 미식가들에게도 꽤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집이다. 자연에서 난 재료를 고집하는 탓에 대부분의 식재료는 재배나 양식을 찾기가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