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문화재, 우리도 자유롭지 않다"

오타니컬렉션반환추진위, 한국 소유 해외문화재 반환 시동

등록 2007.03.14 08:44수정 2007.03.1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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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관대첩비와 조선왕조실록 등 해외로 유출됐던 한국의 문화재가 반환되면서 해외에 약탈된 문화재에 대한 반환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거꾸로 국내에 있는 해외문화재를 본국으로 되돌려주자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오타니컬렉션반환추진위원회(이하 반환추진위)는 "국립중앙박물관(서울 용산구)이 소장하고 있는 오타니 약탈문화재는 우리가 지니고 있는 장물이자, 일본 식민통치가 청산하지 못한 과거"라며 '오타니 컬렉션' 1500여점의 본국 반환을 요구했다.

'오타니 컬렉션'이란 일본 교토의 승려인 오타니 고즈이가 탐험대를 구성, 1902년부터 1914년까지 실크로드를 세 차례 답사하면서 중앙아시아 각지에서 수집한 유물을 말한다. 주로 석굴의 벽화나 고분에서 발견한 토기, 연장 등으로, 현재 독일 베를린박물관, 인도 뉴델리박물관, 일본 동경박물관 등 세계에 흩어져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투루판(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톈산산맥 동쪽) 지역에서 발굴된 보물 상당수를 3층 아시아관 중앙아시아실에 전시하고 있다. 이것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신인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물려받은 것으로, 조선총독부 박물관은 경복궁 수정전에 1945년 해방될 때까지 전시했다.

일본 탐험대가 약탈한 옛 중국의 문화재 1500여점을 약탈국이 아닌 한국이 오늘날까지 소장하고 있는 셈이다.

a 투루판(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톈산산맥 동쪽) 베제크릭 천불동 벽화를 잔인하게 뜯어간 흔적. 칼과 톱을 이용하여 독일, 일본 등으로 싹쓸이 해 갔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오타니컬렉션도 이곳에서 가져온 문화재들이다.

투루판(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톈산산맥 동쪽) 베제크릭 천불동 벽화를 잔인하게 뜯어간 흔적. 칼과 톱을 이용하여 독일, 일본 등으로 싹쓸이 해 갔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오타니컬렉션도 이곳에서 가져온 문화재들이다. ⓒ 조수영


"우리 문화재 반환은 되고, 다른 나라 문화재는 반환은 안 된다?"

반환추진위는 "해외로 약탈된 우리 문화재의 환수운동을 펼치면서, 우리가 약탈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13일 오타니 컬렉션 반환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국회 청원을 시작으로, 약탈문화재의 반환운동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 계획이다.


반환추진위는 지난 2006년 일본 도교대가 소장하고 있던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의 환수운동을 진행했던 '조선왕조실록환수위원회'와 일본 궁내청이 갖고 있던 '조선왕실의궤' 반환 운동에 앞장섰던 이들이 조직한 단체다.

혜문 스님(반환추진위 사무총장)은 "해외로 유출된 우리 문화재를 찾아오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우리 것을 찾아오자'는 논의의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며 "우리가 약탈문화재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면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찾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인이 누군지 알고 있음에도 도둑질한 물건을 돌려주지 않는 것은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약탈문화재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이제는 우리가 이성적이고 도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 현지의 문화재 보존 능력을 의심하며 반환 요구에 불응하는 것에 대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논리와 똑같다"고 꼬집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은 지난 1866년 병인양요 때 약탈해 간 외규장각 도서를 소장하고 있다.

그는 "프랑스 정부가 외규장각 도서를 돌려주지 않으면서 '보관이 의심된다', '한국의 정치 상황이 불안하다'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들었을 때, 우리가 얼마나 분개했느냐"며 "똑같은 이유로 우리가 갖고 있는 약탈문화재 반환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약탈문화재 반환에 대한 이중잣대는 자기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반환추진위는 국내에서 약탈문화재 본국 반환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얻기 위해 국회 청원과 전국민적 반환운동을 펼치는 한편, 오는 18일 중국을 방문해 현지의 시민단체 등과 연계, 약탈문화재 반환 운동을 가속화시킬 방침이다.

a 3월 13일 오후 오타니컬렉션반환추진위원회(준)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일명 '오타니컬렉션'의 반환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국회 사무처에 제출했다.

3월 13일 오후 오타니컬렉션반환추진위원회(준)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일명 '오타니컬렉션'의 반환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국회 사무처에 제출했다. ⓒ 송영한


오타니 컬렉션 반환, 가능할까

하지만 이같은 반환운동에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국립중앙박물관의 문화재 보존 방식을 현지에서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에 의혹을 제기한다. 또한 중국이 약탈문화재 반환을 요구하지 않는 상황에서 반환운동이 되레 한중일 등 아시아 지역의 외교 마찰로 확대될 우려도 있다.

민병훈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팀장은 "현지의 기상 이변으로 인해 유적을 보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실크로드 문화재를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보존하기 위해 외국의 선진 기술과 자본을 동반한 공동 보존 방안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며 "문화재 일부가 무너지면 현지에서는 이를 복원할 재료나 데이터 베이스가 없다"고 말했다.

민 팀장은 "문화재 보존을 위해서는 유적을 전시하기까지 필요한 선진 기법이 시급한데, 이같은 기법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오타니 컬렉션을 소장하는 것이 문화재 보존을 위해 더 나은 길이라는 것이다.

그는 오타니 컬렉션에 대해 "외규장각 문서처럼 세계에 하나밖에 없거나, 우리만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중국 정부도 진작 반환을 촉구했을 것"이라며 "중국인민공화국 성립 이후 50년이 지났고, 그동안 체계적인 유물 발굴로 이보다 훨씬 더 질좋은 유물이 발견됐기 때문에 역사 재구성에 공백을 만들 정도로 중요성을 지닌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오타니컬렉션반환추진위원회'는 인터넷 카페(cafe.daum.net/wisdommoon)를 통해 오타니 컬렉션 반환운동을 펼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오타니컬렉션반환추진위원회'는 인터넷 카페(cafe.daum.net/wisdommoon)를 통해 오타니 컬렉션 반환운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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