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계사 진감선사대공탑비(국보 제47호)를 구경하는 사람들. 아래 건물은 우리나라 범패를 있게 한 팔영루이다.김연옥
진감선사대공탑비는 거북받침돌(龜趺), 머릿돌(螭首)과 몸돌(碑身)을 모두 갖추고는 있지만 비 몸돌에 금이 가고 깨어지기도 했다. 그 흠집을 여순사건과 한국전쟁 때 총탄의 흔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어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긴 보수공사 끝에 곱게 단장한 대웅전(보물 제500호)을 바라보니 반갑기 그지없었다. 생긴 모양 그대로 자연스레 놓여진 주춧돌에 맞춰 나무를 다듬어 세운 대웅전 기둥 하나에도 우리 조상의 세심한 마음이 전해지는 듯하여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구례 연곡사에서 우리 역사의 비극을 보다
우리는 하동 쌍계사를 떠나 지리산 피아골 입구에 자리한 구례 연곡사(鷰谷寺, 전남 구례군 토지면 내동리)로 향했다. 화엄사를 창건한 연기조사(緣起祖師)에 의해 세워졌다고 전해지는 연곡사는 아늑하고 포근한 첫인상과는 달리 우리 역사의 비극적인 사건들을 과거 속으로 묻어 두고 있는 절이다.
정유재란 때 불탄 기록이 남아 있고, 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사변이 일어나자 의병을 일으킨 고광순 의병장이 연곡사를 본영으로 삼고 일본군과 싸웠던 1907년에도 불타 버려 잿더미가 되었다. 그 후 한국전쟁 때 다시 폐사가 되어 대적광전을 비롯하여 그 절의 역사(役事)가 대부분 최근에 이루어졌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