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의 봄을 전하는 원동매화

[출발! 강변여행3] 기찻길 옆 매화밭 순매원

등록 2007.03.14 08:53수정 2007.03.14 11:29
0
원고료로 응원
a 순매원의 매화 뒤로 물레방아가 보인다.

순매원의 매화 뒤로 물레방아가 보인다. ⓒ 김정수

대한민국 제주에 제일 먼저 도착한 봄은 바다 건너 한반도의 남해안에 상륙을 시도한다. 그리고 연어처럼 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봄기운을 퍼트린다.

섬진강에 광양매화마을이 있다면 낙동강에는 원동매화가 있다. 중앙고속도로지선인 물글나들목을 빠져나와 1022번 지방도를 타고 낙동강을 따라 올라가면 물금역을 지나 원동역으로 향하게 된다.


강변을 따라 철도와 도로가 나있어 낭만적인 드라이브길로 손색이 없다. 원동역 약 2km 전방에 하얀 팝콘같은 매화가 강변 철길 옆을 가득 메우고 있다. '순매원'이란 입간판이 세워진 도로변 옆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언덕길을 내려서면 매화가 지천이다.

순매원은 경남 양산시 원동면 원리 삼정지마을의 낙동강변에 자리한 매화밭이다. 삼정지란, 옛날 정자나무 세 그루에 인가가 세 군데 있었던 데서 유래한 마을 이름이다. 천태산 자락아래의 낙동강변에 자리하고 있는데다 연중 온화한 기후라 매실 재배에 알맞은 일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곳을 지난 주말 밀양의 '삼량진 딸기한마당 축제'를 보고 난 후 아들과 함께 들렀다. 매화밭 입구에는 물레방아가 제일 먼저 손님을 맞는다. 물레방아 옆으로는 장독이 길게 늘어서 있어 사진찍기에 더없이 좋다.

a 순매원의 물레방아와 장독대가 매화와 어우러져 멋진 풍경화가 된다

순매원의 물레방아와 장독대가 매화와 어우러져 멋진 풍경화가 된다 ⓒ 김정수

"어서 오세요!"

매화밭으로 들어서자 주인장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식사는 하셨어요?"
"아직요."
"그럼 점심부터 드세요. 식사는 무료로 제공합니다."
"네! 고맙습니다."

식판에다 자신이 먹고 싶은 만큼 담아서 먹는 자율배식 방식이다. 식판에 음식을 담아 매화밭 아래 식탁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흐드러지게 핀 매화 아래에서 먹는 점심이 별미다. 점심을 먹고는 삼각대를 챙겨서 사진 촬영에 들어갔다.


a 순매원 매화밭 옆을 지나는 무궁화호

순매원 매화밭 옆을 지나는 무궁화호 ⓒ 김정수

최근 3일 정도 날씨가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꽃색깔의 화사한 맛이 약간 떨어졌다. 이번주 목요일인 15일에서 주말까지가 사진 촬영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매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몇 컷 찍다보면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기차가 지나간다.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 화물열차가 교대로 지나가며 낭만을 찍고 간다. 매화가 만개한 언덕에는 군데군데 사진작가들이 삼각대를 세우고 포진해있다. 한동안 조용하던 매화밭이 기차가 지나가면 '찰각, 찰각' 셔터소리가 끝없이 이어진다.

a 순매원 옆을 지나는 KTX를 저속촬영해서 달리는 느낌을 강조하였다

순매원 옆을 지나는 KTX를 저속촬영해서 달리는 느낌을 강조하였다 ⓒ 김정수

셔터소리가 요란한 기차 소리를 삼켜버릴 것만 같다. 매화밭과 기차, 그 뒤로 펼쳐진 낙동강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무릉매원' 그 자체다. 그곳에서 봄은 세 차례 화들짝 놀라며 주춤한다.

매화밭에서 사진촬영에 열중하며 웃는 관광객들에게 한 번 놀라고, 일렁이는 낙동강 물결에 한 번 놀라고, 마지막으로 질주하는 KTX의 소음에 또 한 번 놀란다. 낙동강을 거슬러 오르던 봄이 기찻길옆 매화밭에서 주춤하며 잠시 쉬어간다. 그곳에서 필자도 모처럼 여유를 찾았다.

아들녀석을 모델로 수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사실 같이 찍은 사진은 별로 없다. 기껏해야 아들과 함께 가기 어려운 산정상에 오르거나, 제주도 같은 섬에 갈 때가 고작이다. 삼각대를 늘상 가지고 다니지만, 직업적인 사진 촬영에 익숙하다보니 정작 나 자신의 모습을 담는데는 무척 인색하다.

"자! 열, 아홉… 자 찍힌다. 김치!"

a 매화밭과 철길, 낙동강이 어우러지는 무릉매원 사이를 지나는 KTX

매화밭과 철길, 낙동강이 어우러지는 무릉매원 사이를 지나는 KTX ⓒ 김정수

이곳에서 모처럼 만에 삼각대를 세워놓고 아들녀석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촬영을 끝나면 서둘러 다음 행선지로 향하곤 했는데, 때로는 이런 여유도 필요하다.

오늘은 일정을 많이 잡지도 않은데다 이곳이 마지막 일정이라 한결 여유로웠다. 촬영을 끝내고 낙동강을 거슬러 오르며 삼량진 방면으로 차를 몰았다. 천태사 입구에서 토종닭이 도로변에 노닐고 있었다.

"아빠! 닭 구경하고 가요."

a 순매원의 매화와 장독대

순매원의 매화와 장독대 ⓒ 김정수

아들이 닭을 보고 싶어 해서 차를 잠시 세웠다. 차에서 내린 아들이 닭을 쫓아다니자 무리지어 다니던 닭들이 이리저리 도망다니며 흩어졌다. 닭을 잡으려고 하다가 실패하자 녀석이 이렇게 말했다.

"아빠! 닭 먹고 싶어요. 저 닭 튀겨가지고 치킨해먹고 싶어요."

아들의 이 한 마디에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6살 짜리의 표현력이 개그맨보다 더 웃긴다. 함께 여행을 다니다보면 오히려 필자가 한 수 배우는 경우가 많다.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길 : 물금IC → 호포삼거리 → 1022번 지방도 물금 → 순매원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삼랑진IC → 58번국도 삼랑진 → 1022번 지방도 삼랑진역 → 원동역 → 순매원

기차를 이용할 경우 부산에서 1일 3회, 마산에서 1일 6회 원동역에 정차하는 기차가 운행된다. 시간표는 한국철도공사 홈페이지(www.korail.go.kr) 참고. 원동역에서 양산행 버스 이용, 순매원 입구 하차.
-------------
이 기사는 SBS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찾아가는길 : 물금IC → 호포삼거리 → 1022번 지방도 물금 → 순매원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삼랑진IC → 58번국도 삼랑진 → 1022번 지방도 삼랑진역 → 원동역 → 순매원

기차를 이용할 경우 부산에서 1일 3회, 마산에서 1일 6회 원동역에 정차하는 기차가 운행된다. 시간표는 한국철도공사 홈페이지(www.korail.go.kr) 참고. 원동역에서 양산행 버스 이용, 순매원 입구 하차.
-------------
이 기사는 SBS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여행작가로 남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금오산 자락에서 하동사랑초펜션(www.sarangcho.kr)을 운영중이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2. 2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3. 3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4. 4 탐욕스러운 기업이 만든 비극... 괴물을 낳은 엄마 탐욕스러운 기업이 만든 비극... 괴물을 낳은 엄마
  5. 5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